어떻게 해야 인간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저는 철학에 대해서 잘 몰라요.
여러분들의 견해를 듣고싶어서 처음으로 글 올려봅니다.
두서도 없고 결론도 없는 새벽에 감성타서 생각나는 대로 메모장에 적은 글 복붙입니다.
스압, 반말로 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인간은 거의 매일 반복되는 무의미한 삶에서 지겨움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왜 죽지 않고 꾸역꾸역 살아갈까
워라밸, 월요병, 번아웃 등의 용어들을 보면 현대사회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은 반복되는 무의미한 노동에서 오는 걸 알 수 있다.
퇴사나 이직을 주구장창 말하고 다니면서 노동 자체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도 결국에는 쳇바퀴 굴리듯이, 공장에서 돌아가는 한 톱니바퀴같이 결국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은 마치 집단으로 최면에 걸린 것 마냥 이런 딜레마에 빠져 있다.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의문이나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너무나 당연시하고 좀비처럼 일만 하고 있다.
도대체 왜?
솔직히 직업에 대한 사명감, 책임감 이딴 감상은 집어치우고 결국 사람들은 돈을 벌려고 일을 한다. 돈을 벌지 않으면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니까.
그런데 왜 돈이 있고 종이 쪼가리일뿐인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해야 하는 걸까.
돈이 없는 세계에서 최소한의 노동만 하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는 없는건가? 도대체 왜 아무도 이런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걸까?
사실 나도 이런 생각이 너무 이상주의적이란 것과 실현 불가능한 이유를 안다.
식량 생산과 전력 생산, 거주지 유지정도의 최소한의 노동만 하기로 선언한 세상을 가정해 보자.
노동이 최소화되고 돈이 없어지면 경제활동도 사실상 없어지고, 그러면 경제발전도 없어진다.
잠시나마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겠지만 분명히 어디선가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가 막대기를 가지고 있으면 칼을 들고 뺏으러 올 것이고, 내가 칼을 쥐고 있으면 총을 들고 뺏으러 올 것이다.
여기서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지향하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남보다 한개라도 더 얻기 위해 칼을 갈 것이다.
다시 평화와 행복이 깨지고 불평등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걸 국가적인 차원으로 넓혀서 보면 전쟁이 된다. 더 가난하고 약한 국가의 자원과 영토를 뺏기 위해서 자국민들을 굴려서 세금을 쥐어짜고, 국방비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래놓고는 다른 나라가 침략하지 못하게 방어한다, 대비한다 등의 아주 편하고 듣기 좋은 변명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모든 국가가 군비경쟁 상황에 들어가고, 조금이라도 국민들을 쥐어짜 국방비와 무기에 투자를 더 하려고 하게 된다.
그러다 언젠가는 세계 3차대전이 일어나 파멸로 치닫게 되겠지.
우리는 끝이 정해진 파멸의 길을 계속 걷게 되는 것이다. 악인들의 밑에서 그들을 위해 일하고 돈을 갖다 바치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해서 답이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너무 오랫동안 이 X같은 시스템에 길들여져 순응하고 당연시하며 살아왔다.
모든 사회와 정치 문화가 이렇게 고착화되어있고 무엇을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지 생각해보면 너무 막막하고 두려움까지 느껴진다.
사람들은 이 무의미한 삶 속에서 어떻게든 자신만의 행복을 찾으라고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답을 찾아야만 한다.

(1) 아마 감정적 토로가 목적인 글인만큼, 제가 쓰는 논리적(이고자 노력하는) 답변이 그다지 도움이 안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만, 제 글이 감정의 힘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순간 고착되는 사고방식을 환기할 수 있는 시선이 되길 바랍니다.

(2)

우선 (i) 행복 (ii) 무의미 (iii) 지겨움 (iv) 스트레스. 이 네 가지는 모두 제각기 다른 지칭 범위를 가진 단어들입니다. 예컨대, (a) 에베레스트 등정 같은 것은 (i) (아마도) 성취한다면 행복할테고 (ii) (개인적) 의미도 있고 (iii) 위험하니 지겹지도 않을테지만, (iv) 스트레스는 장난 아니겠죠.
(b) 마약을 한다 해봅시다. (i) 행복이 곧 감각적 쾌감이라면 행복하다 할 수도 있겠죠, 그게 아니라 뭔가 다른 요소가 있다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고요. (ii) 대체로 마약을 하는 것은 (어떤 수단적이며 장기적 결과가 단기적 결과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라 가정하지 않는 이상) 무의미할 것입니다. 하지만 (iii) 지겹진 않고 (iv) 스트레스도 없을테죠.

제가 볼 때, 질문자님은 대상을 너무 거대하게 잡고 있습니다. 행복의 대상은 삶 그 자체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스트레스나 지겨움 같은 감정/생리적 반응의 대상은 삶 그 자체라기보단, 삶을 이루고 있는 부분들, 즉 사건이라 생각됩니다. (의미는....경우에 따라 삶 그 자체일 수도 있겠죠.)

[이런 문제에 대해 이미 전에도 비슷한 질문을 해주신 분이 있었고, 거기에 많은 답변이 달렸습니다. 그 글과 그 글에 딸린 이전 글들에도 나름의 도움이 되는 답들이 있을겁니다.]

(3)

이 역시도 제가 볼 때, 지나치게 범위를 크게 잡은 듯합니다. 돈을 버는 목적이 먹고 살기 위해서 일수도 있죠. 하지만 "동시에" 사명감이나 책임감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이 두 가지가 딱히 양립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예컨대, 우리는 일을 선택할 때, 돈을 고려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취감, 재미 등등의 요소들을 고려하는 것 같습니다. 비록 돈이 가장 먼저 고려되는 사항일지라도 말이죠. 그리고 돈이 어느 임계점을 넘어간다면, 우리는 충분히 다른 요소들을 선택에서 고려하는 듯 합니다.)

(4)

돈이 없는 세계, 최소한의 노동을 하는 세상이 "모두에게" 행복할 것이라는 장담은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더 행복한 세상일지도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의료 기술의 발전이 그나마 더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라 장담하기 더 안정적인 선택지라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5)

이 역시도, 여러 가지 복잡한 심리적 경향성을 단순한 '악함' 혹은 '욕망'으로 가정한 지나치게 단순화된 사고실험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인간의 도덕적 감정들 (죄책감 등등)을 고려 사항에서 배제한 게임 이론 등조차, 인간의 이기적 욕망이 결국 욕망의 최대화를 위해 어느순간부터 상호호혜적인 협동 관계로 들어간다 여기고 있습니다.

(6)

제가 보기에는, 답이 없는 이유는 애당초 답이 나올 수 없는 질문을 던지셔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제가 예전에 썼던 글로 대체합니다.

3개의 좋아요

답변 잘 읽었습니다.
제가 감정에 치우쳐 쓴 글에 진지하게, 논리적으로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을 읽고 제가 쓴 글을 다시 보니까 부끄러운 마음까지 드네요.
제가 지금 행복하지 못한 이유를 나 자신에서 찾으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악인으로 치부하고 나라까지 탓하려 하는 너무 자기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나 봐요.

가끔 생각이 많아지고 감정이 올라올때마다 메모장에 이런 글들을 끄적이고 가까운 지인들한테 보여줄 때도 있는데 다들 반응이 뜨뜻미지근하고 별 피드백이 없었어요. 아마 말씀해주신 대로 제가 답이 없는 질문들만 늘어놔서 그렇겠죠?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현실적인 답변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글을 올린 것도 처음이고, 답변을 받은 것도 처음인데 좋은 커뮤니티를 찾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전 어릴 때부터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는데, 이렇게 생각들을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그 순간만큼은 삶의 무의미함을 잊고 어쩌면 행복함까지 느끼는 것 같네요 이번 기회를 토대로 철학에 대해 조금씩 공부해볼까 합니다.
실존주의 철학을 입문으로 해볼까 하는데, 혹시 관련된 좋은 유튜버나 서적이 있다면 추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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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 철학은 제가 잘 모르지만, 실존에 대한 철학을 추천해달라면 다음 책들을 추천합니다.

사라 베이크웰 - 어떻게 살 것인가
사라 베이크웰 -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1개의 좋아요

(1)

노파심에 말씀드리자면, 제 글의 요지는 (i) 여러 문제들을 하나로 뭉쳐 거대한 덩어리로 만들지 않고 하나하나 따로따로 보자. 그리고 (ii) 장점과 단점을 모두 보는 회색빛 마음을 가지자 정도입니다.

행복을 방해하는 요인에는 나 자신만큼이나 타인 혹은 사회구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게 전부가 아님을 말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잘 이해했습니다. 철학은 추상적인 개념들이 많은데, 그 개념들을 중립적인 자세에서 잘 판단해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것 같네요. 추천해주신 책은 꼭 읽어보겠습니다.
지금 보니 감정적으로 쓰다 보니 본문 중에는 오해하거나 걱정하실 수도 있는 부분이 있어서 글은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