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마 감정적 토로가 목적인 글인만큼, 제가 쓰는 논리적(이고자 노력하는) 답변이 그다지 도움이 안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만, 제 글이 감정의 힘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순간 고착되는 사고방식을 환기할 수 있는 시선이 되길 바랍니다.
(2)
우선 (i) 행복 (ii) 무의미 (iii) 지겨움 (iv) 스트레스. 이 네 가지는 모두 제각기 다른 지칭 범위를 가진 단어들입니다. 예컨대, (a) 에베레스트 등정 같은 것은 (i) (아마도) 성취한다면 행복할테고 (ii) (개인적) 의미도 있고 (iii) 위험하니 지겹지도 않을테지만, (iv) 스트레스는 장난 아니겠죠.
(b) 마약을 한다 해봅시다. (i) 행복이 곧 감각적 쾌감이라면 행복하다 할 수도 있겠죠, 그게 아니라 뭔가 다른 요소가 있다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고요. (ii) 대체로 마약을 하는 것은 (어떤 수단적이며 장기적 결과가 단기적 결과보다 나쁘지 않을 것이라 가정하지 않는 이상) 무의미할 것입니다. 하지만 (iii) 지겹진 않고 (iv) 스트레스도 없을테죠.
제가 볼 때, 질문자님은 대상을 너무 거대하게 잡고 있습니다. 행복의 대상은 삶 그 자체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스트레스나 지겨움 같은 감정/생리적 반응의 대상은 삶 그 자체라기보단, 삶을 이루고 있는 부분들, 즉 사건이라 생각됩니다. (의미는....경우에 따라 삶 그 자체일 수도 있겠죠.)
[이런 문제에 대해 이미 전에도 비슷한 질문을 해주신 분이 있었고, 거기에 많은 답변이 달렸습니다. 그 글과 그 글에 딸린 이전 글들에도 나름의 도움이 되는 답들이 있을겁니다.]
(3)
이 역시도 제가 볼 때, 지나치게 범위를 크게 잡은 듯합니다. 돈을 버는 목적이 먹고 살기 위해서 일수도 있죠. 하지만 "동시에" 사명감이나 책임감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이 두 가지가 딱히 양립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예컨대, 우리는 일을 선택할 때, 돈을 고려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취감, 재미 등등의 요소들을 고려하는 것 같습니다. 비록 돈이 가장 먼저 고려되는 사항일지라도 말이죠. 그리고 돈이 어느 임계점을 넘어간다면, 우리는 충분히 다른 요소들을 선택에서 고려하는 듯 합니다.)
(4)
돈이 없는 세계, 최소한의 노동을 하는 세상이 "모두에게" 행복할 것이라는 장담은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더 행복한 세상일지도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의료 기술의 발전이 그나마 더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라 장담하기 더 안정적인 선택지라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5)
이 역시도, 여러 가지 복잡한 심리적 경향성을 단순한 '악함' 혹은 '욕망'으로 가정한 지나치게 단순화된 사고실험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인간의 도덕적 감정들 (죄책감 등등)을 고려 사항에서 배제한 게임 이론 등조차, 인간의 이기적 욕망이 결국 욕망의 최대화를 위해 어느순간부터 상호호혜적인 협동 관계로 들어간다 여기고 있습니다.
(6)
제가 보기에는, 답이 없는 이유는 애당초 답이 나올 수 없는 질문을 던지셔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제가 예전에 썼던 글로 대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