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만 미국적 감수성과 서유럽적 감수성의 차이인지, 우엘벡은 자신이 지식인이라는 것을 드러내는데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지만, 윌러스는 부끄러움이 있었던 것 같아 보입나다.
립스키와 했던 인터뷰나 에세이들을 보면, 분명 철학 석사에 MFA에서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들 (바스, 바셸미, 핀천 등)을 꽤 애독했다는 것이 분명한데도 이에 대한 논의를 피하죠.
또한 (본인 역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이지만) 백인 지식인 이미지에 걸맞는 온갖 형태의 중독 (섹스, 마약, 알콜, 항정신성 약품)에 대해서도 죄다 가지고 있었지만 최대한 말을 아낍니다.
대신 언제나 미국 남부 노동자 같은 반다나를 쓰고 ("나는 평범한 미국인이야!"), 대중문화에 대해서나 주저리주저리 거리고, 끊임없이 중서부 출신 (가장 특색이 없고 농업 중심의 미국스러운 곳이지만, 윌러스는 중서부에 있었다 뿐이지 아버지부터 교수인 대학 도시 출신입니다. 이런 곳과 보통의 중서부를 같게 두는건...조금 어려운 일이죠.)에 테니스 선수였다는 것을 끊임없이 강조하죠.
(2)
항상 이런 논의들은 적을 지나치게 거대하게 잡고는 엉뚱한 약점을 공격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자본주의에서 정확히 무엇이 문제일까요? (그리고 그게 정말 자본주의에 내재한 필연적 문제인가? 아니면 그저 나 혹은 내가 속한 특정 그룹에게는 일어나고 다른 그룹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문제인가?) 이런 복잡한 사유를
모두 내팽게치고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형이상학적인 적을 만들고서는 알아서 패배해버리는 느낌입니다.
적이 거대하고 유령 같은데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요?
그러다보니 이상한 대상을 적 대신 상정해서 공격하는 결론에 이른거 같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런 분노가 없는 돈 드릴로나 자기자신조차 냉정하게 바라보는 쿳시나 여성 작가인 토니 모리슨 등이 한 수 위에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