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때 상대방의 재산을 고려하는 것에 대하여

연애할 사람을 고르는 기준과 결혼할 사람을 고르는 기준이 다른지 여부는 유서깊은 논쟁거리인듯하다. 일부 사람들은 연애용 연인과 결혼용 연인을 구분하는 것을 윤리적으로 강하게 비판한다. 일부 비판자는 결혼용 연인을 정할 때 주로 그들의 재산 혹은 직업, 물려받을 유산 등 경제적 요소를 매우 크게 고려하는 것을 비판한다. 그들은 결혼이 사랑의 결실이어야 한다고 믿는 듯하다. 그리고 경제적 요소를 크게 고려하는 것은 그런 윤리에 크게 어긋난다고 믿는 듯하다. 아마 그들이 보기에 선 시장은 소돔과 고모라처럼 부패한 곳으로 보일 것이다. 서로 관계를 맺는데 경제적 요소를 크게 고려하고, 심지어는 경제적 요소만 가지고 결혼을 결정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데 필요한 인격적 요소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말이다.

나는 그들이 놓치고 있는 점을 하나 밝히고자 한다. 바로 개인의 재산이 그들의 인격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사랑 여부를 상대방의 인격적 요소만을 가지고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재산을 고려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국룰 3000'은 이 논의를 시작하는 좋은 출발점이다. 국룰 3000은 결혼할 때 여자가 모은 돈은 3천만원 정도가 국룰이라는 뜻으로 블라인드 같이 결혼 적령기 사람들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에 꾸준히 올라오는 밈이다. 이런 글이 올라오면 많은 사람들은 3천만원만을 모아놓은 여자에 대해 상당한 비판을 가한다. 예를 들어, 나이가 30이고 취업 후 5년 가까이 경제생활을 한 여자가 3년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을 고려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여자가 모은돈이 3천만원이라면 남자친구는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여자친구의 인격에 대한 평가를 상당 부분 수정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가 모은 재산의 양이 그녀의 경제관념, 소비습관, 미래에 대한 비전 등을 강하게 대표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재산을 바탕으로 인격적 요소를 평가하는 건 크게 무리가 없어보인다.

직업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직업은 대개 좋은 학벌, 그리고 그 사람이 사회에서 어떤 직업이 경제적으로 유복한지 조사하였으며 꾸준히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이다. 때문에 이 지표는 그 사람이 대체로 사회에 유용한 재능과 그 재능을 발현시킬 성실성을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능과 성실성은 사람의 인격적 요소를 구성하는 상당히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지표가 인격을 반영하는 경향은 또한 그 사람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커진다. 왜냐하면, 긴 기간은 불운이 가져오는 효과를 상당 부분 제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재능이 있고 꾸준히 노력하여 시험을 준비한다고 해보자. 그 전날에 몸이 아프거나 시험운이 좋지 않아 시험에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여러번 시험에 응시한다면 매우 운이 좋지 않는 이상 시험에 붙을 것이다. 이처럼 사회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다면, 초기의 불운을 만나서 좋은 인격적 요소를 가지고도 경제적 지표가 일시적으로 좋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5년, 10년간 사회생활을 한다면 계속 불운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좋은 인격적 요소는 좋은 경제적 지표를 만든다.
(2) 경제적 지표를 방해하는 불운 요소는 충분히 긴 시간을 통해 경감된다.
(3) 일정 이상 나이를 가진 사람의 경제적 지표는 인격적 요소를 반영한다

(3)은 다음과 같은 명제로 바꿀 수 있을 거 같다.
(3') 일정 이상의 나이를 가진 사람의 인격적 요소를 평가하려면 그 사람의 경제적 지표를 반영해야 한다

바탕으로 원래의 논의로 돌아가보면 아래와 같은 논증을 구성할 수 있다.

(4) 특정 사람과의 사랑은 그 사람의 인격적 요소를 평가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3') 일정 이상의 나이를 가진 사람의 인격적 요소를 평가하려면 그 사람의 경제적 지표를 반영해야 한다
(5) 4와 3'에 따라 일정 이상의 나이를 가진 사람과의 사랑은 그 사람의 경제적 지표를 반영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재산과 인격의 관계를 논의하였으나, 아래와 같이 인격에 관한 좀 더 포괄적인 원리를 제시해볼 수도 있을 거 같다.
(a) 타인에게 좋게 평가받는 인격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타인에게 인정받는 결과물을 만든다
(a)는 좀 더 넓게 적용할 수 있는 원리인듯하다. (3')에 대해서 특정 도메인(음악이나 인문학 등)은 좋은 인격을 가지고도 좋은 경제적 지표를 만들 수 없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a)는 경제적으로 불리한 도메인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문학이라면 좋은 논문을 쓰고 음악이라면 좋은 음악인으로 주변에 인정받을 수 있을듯하다.

두서없는 글을 읽어준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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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네요. 인격파탄자가 된 적개심에 몇가지 비판점을 남겨봅니다.

이 명제와 "좋은 인격적 요소는 좋은 경제적 지표를 만들 수 있다"는 구분되어야 할 것입니다. "좋은 인격적 요소"가 "좋은 경제적 지표"의 충분조건은 당연히 아닌 것 같고, 필요조건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인격파탄난 부자가 가능하니깐요. 그렇다면 옹호할 수 있는 명제는 기껏해야 "좋은 인격적 요소는 좋은 경제적 지표를 만들 수 있다"일텐데요. 이렇게 되면 애초에 작성자 님이 주장하고자 하는 강한 테제가 상당부분 이미 trivialized되어 보입니다. 이런 사소한 명제들은 무수히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깐요. (ex "5살 때 친구를 잘 만나면 좋은 경제적 지표를 만들 수 있다")

이 명제 역시 자명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제적 지표를 방해하는 불운 요소는 충분히 긴 시간을 통해 증가한다"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시도를 반복할수록 변수가 사라지는 수학적 현상은 ceteris paribus일 경우에만 해당되어 보이고, 실제 현실에서는 대표적으로 "시간"이라는 변수가 오히려 불운 요소를 대표하는 변수로 작용합니다. 예컨대 수능이 1년에 한번 있는 수능을 반복할 때마다 그 1년 사이에 무슨 "경제적 불운"이 발생할지 모르게 됩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은 "나이" 변수에 따라 능력치가 변화될 수 있는 요소도 있죠. 등등 자명하지 않습니다.

1번과 2번 명제가 의심스럽기 때문에 이로부터 도출된 3번 이하 명제들 역시 의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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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이 너무 강한 것 같아요. (1)이 함축하는 바는 경제적 지표가 좋지 않다면 좋은 인격적 요소를 결여한다는 것인데, 글쎄요. 그 반증사례는 굉장히 흔하게 볼 수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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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추론은 비약입니다. 한 개인의 재산 양으로 경제관념, 소비습관, 미래에 대한 전망을 추론하기에 불충분합니다. 한 개인이 재산을 모으지 못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여럿 있을 수 있으니까요. 또한 그 예시에서 여성에게 왜 남성이 실망하죠? 한 번 자세히 따져봅시다. 여성A의 연봉을 3500만원이라고 합시다. 4대 보험에 세금을 떼면 한달에 250을 버는 것이죠. 이 여성을 원룸을 살아서 보증금 1000만원과 월세 60을 냅니다. 보증금은 여성의 부모님이 내주었다고 가정합시다. 그렇다면 190이 남네요. 5년 동안 3000을 저축했다고 했으니 달마다 50만원을 예금하고 이자율은 2%로 따지면 5년 동안 약 3050이죠. 따라서 140이 남습니다. 보증금을 주신 부모님 용돈을 당연히 드려야죠. 두 분 30씩 드리면 80이 남습니다. 그렇다면 A씨는 한 달 생활비로 80을 쓰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게 그녀의 인성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나요? 그녀는 얼마 안 남는 월급으로 열심히 예금하고 부모님께 용돈도 드렸습니다. 3년 동안 연애를 했으니 데이트 비용도 꽤 나가겠지요. 그리고 기념일을 챙긴다면 더 나가네요. 이 여성의 경제관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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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에 대해 무지한 사람입니다만,
이 글의 전제와 결론이 상당히 모호하고 납득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제적 성과를 내는데 도움을 주는 인간의 성격들 중 얼마나 많은 요소가 “인격”이라 부르는데 포함되는지 의문스럽습니다.

적어도, 둘 간의 관계가 동치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제를 옹호하는 예시들은 잠깐만 생각하더라도 그에 반하는 예시들이 다양히 나올 것 같습니다.

그래서 건전해 보이지 않는 논증인 것 같습니다.

제 짧은 경험 안에서도, 부와 인격 간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엔 그 반례들을 무수히 접해왔습니다.

  • 젊은 나이의 자식이 일찍 몸이 아파 일을 못하는 부모를 봉양하여, 늦은 나이에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고학력이 되기도 어렵고, 고소득자가 되기도 어렵겠지요. 그러므로 재산을 축적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부모를 봉양하는 사람이 더 인격자로 보이는 요소가 있지 않은가요?

  • 위 예시가 너무 극단적이라면, 어쩌면 돈를 소비하는 용도가 개인을 위한(명품, 해외여행 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를 위해 사용하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개 많은 재산을 축적하는데는 불리할 수 있지만, 주변에서는 사람좋은 사람으로 불리는 것 같아요.

위의 예시들 말고도 반증하는 예시들이 너무 많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통계적으로 재산이 많은 사람이 인격적이라는 연구가 있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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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감사합니다. 본의 아니게 인격파탄자로 만든 거 같지만, 이런 류의 주장이 그렇듯 어디까지나 경향성에 관한 것이며, (위에도 언급했지만) 특정 도메인 혹은 아직 경제생활을 시작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얘기입니다.
남기신 코멘트 몇개에 제 생각을 남깁니다.

(1) '만들 수 있다'라면 말씀하신대로 너무 사소하겠죠. 저는 문맥상 '그럴 개연성이 크다' 거기에 더 나아가 '시간이 흐를수록 개연성이 더욱 커진다' 정도로 주장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더 이상 사소하지는 않을 겁니다.
(2) 실제 현실에서 "시간"이라는 변수가 오히려 불운 요소를 대표하는 변수로 작용할지 의문이네요. 최소한 젊은 연령대에서 시간은 저에게는 상당히 많은 '기회'라고 여겨집니다. 충분히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불운을 상당부분 상쇄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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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대해서는 현실인식에 차이가 나는 거 같습니다. 인격이 좋은 사람이라면 나이가 찰수록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 혹은 경제적 지위를 가지게 된다고 믿습니다. 너무 낙관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답글을 마무리짓기 위해 공자님의 말씀을 빌리겠습니다 "나이가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경제 활동으로 보내는 현대인들은 나이 40이 넘으면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책임을 져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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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씀하신 대로 인격을 구성하는 요소가 경제적 지표로 대표되는 것 말고도 다양하지요.
이를 보충하기 위해 좀더 포괄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원리를 제시했습니다.
(a) 타인에게 좋게 평가받는 인격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타인에게 인정받는 결과물을 만든다
아마 말씀하신 요소들은 넒은 인맥 같은 결과물들로 남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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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다신 여러 선생님들께서 지적하신 바와 같이 재산과 인격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여하한 유의미한 상관성이 있는지가 의심스럽고 충분한 근거로 뒷받침되어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구나 이것이 철학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철학이 아닌 사회이슈를 다루는 글 같습니다. 물론 사회이슈에 대해서도 철학적 논의가 가능할 테지만, 쓰신 글이 철학의 개념틀을 가지고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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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지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이 반박한 댓글에 동의하시는 정도로 이해하고 따로 반론을 하지는 않겠습니다.

철학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 제가 한 노력은 아래와 같습니다.

  • 주장의 논지를 명확하게 하고자 했습니다.
  • 주장에 근거가 되는 전제들을 명확하게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반박을 하시는 댓글이 그 전제들을 공격하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던 거 같습니다.)

철학의 개념틀을 가지고 사회현상을 분석하지 않는다고 철학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분야가 애매해서 잡념 카테고리에 단 것이니 양해를 부탁드려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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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려는 시도는 좋은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 포함 다른 분들이 비판적으로 답글을 다는 이유는 주장의 성격에 따라 근거의 성격 역시 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좋은 인격적 요소"와 "좋은 경제적 지표" 사이의 충분/필요조건을 다루는 것으로서 주장된다면, 이는 철학적인 선험적 논변의 대상이 될 수 있겠죠. 혹은 "좋은 인격적 요소는 좋은 경제적 지표를 만들 수 있다 "라는 명제를 "논리적 명제"로서 다루는 것이라면 논리학적 분석틀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장하시는 것처럼

"개연성"에 대한 것이라면, 이러한 개연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종류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경우 철학적 접근이라기 보다는 사회과학적 연구나 통계적 실증 연구에 가깝겠죠. 논변을 통해서 가설을 세우고 이것을 증명하는 작업은 비단 철학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니깐요. 따라서 개연성 주장을 위한 유의미한 (예컨대) 사회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모종의 근거를 제시하시긴 하셨지만 유의미하고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이 되는 것이지요. "직관"이나 "상식"에 기대는 것은 학문적 접근과 거리가 멀 뿐더러, 철학적 접근과는 더욱 멀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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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개연성이 크다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사회과학적 통계들을 조사해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너무 상식과 직관에 의존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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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분이나 아니면 어딘가 경제관념에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부모님이 보증금 1000만 원을 내주셨기에 용돈을 드리고 받는게 당연한지 모르겠습니다만, 월 60만 원을 용돈으로 드리는 게 당연하다면 도덕은 몰라도 경제관념은 분명히 문제입니다. 원금 1000만 원에 대한 이자가 연 720만 원이라뇨. 보증금에 대한 이자만 무이자로 모아도 5년이면 4천 가까이 되니 만일 진짜 이렇게 하는 여성이 있다면 경제관념과 미래에 대한 비전은 꽝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부모님이 검소한 거부셔서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며 점수를 따는게 막대한 상속재산을 확보하는 전략일 수 있다거나 하는 등 조건이 외삽되는 것은 사양하겠습니다.

자세히 따져보신 거라고 하니 저도 꼼꼼히 보며 지나가다 몇 자 얹었습니다.

계산이 잘 이해가 가지 않네요. 어떻게 연 720을 보증금 이자로 받을 수 있죠? 참고로 여성A는 임대인이 아니라 임차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우엘벡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오늘날의 처녀들은 한결 신중하고 합리적이다. 무엇보다 학업 성적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장차 좋은 직업을 갖는 데에 필요한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남자들과 데이트를 하긴 하지만, 그건 여가 활동이나 심심풀이일 뿐이다. 거기에는 성적인 쾌락과 자기 도취적 만족감이 거의 대등하게 작용한다. 더 나이가 들면, 그녀들은 이러저러한 조건을 따져 가며 합리적인 결혼을 하려고 애쓴다. 그녀들은 대개 상대의 사회적 위치와 직업적 조건이 합당하고 취미나 기호에 공통점이 있을 때 혼인을 결정한다. 사랑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물론 그런 결혼이 행복할 리 없다(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가져다 주는 융합적이고 퇴행적인 상태에 빠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요모조모 따지며 실리를 챙기는 사람은 이런 상태에 빠질 수 없다). 오늘날의 여자들은 그런 선택을 통해서 앞 세대 여자들을 괴롭힌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리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이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변한다. 열정의 고통이 사라진 뒤에 남는 것은 권태와 공허감, 늙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 뿐이다.”

보증금 1000만 원을 부모님이 빌려주셨기에 당연하게 드리는 용돈이 너무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말입니다. 부모님께 매년 용돈 720만 원을 드리느니 차라리 사채를 써서 보증금을 마련했다면 돈을 훨씬 아낄테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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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대로 은행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마련한다면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지 않고 평균보다 생활비를 여유롭게 썼을 수 있겠죠. 그러나 보증금과 부모님의 용돈은 독립적인 것으로 보는 게 더 합당해보입니다. 제가 보증금 때문에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다는 듯이 쓰긴 했지만 애초에 효도 혹은 은혜를 갚는다는 목적으로 드리는 것이 더 일반적이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그녀의 생활비로 그녀의 경제관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도출하려면 더 많은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대부분의 돈을 자신의 사치에 사용했다면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녀가 그 돈을 자신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에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pt를 받는다거나, 주기적으로 기부를 한다거나 등등. 여기서 저는 어떤 불필요한 조건을 외삽는게 아닙니다. 애초에 재산량같은 어떤 객관적인 숫자로 개인의 인성이나 도덕성을 의미있게 도출하려면 여러가지 조건이 붙을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혹은 어떤 조건이 붙더라도 도출할 수 없다는 의견도 가능합니다). 애초에 이런 조건도 따지지 않고 그녀를 평가하는 사람의 인성이 더 편협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앞서 적은 답글이 제 의도를 잘 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드네요. 이런 점에서 제 잘못이 큰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생산적인 대화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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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소한 부분을 물고 늘어졌는데 의도는 농담조였습니다. 전혀 농담처럼 전달되지 않아 미안합니다. 애초에 원글은 bigalan님께서 하시려는 것처럼 세밀한 논증을 하는 글이 아니기에 너무 진지하게 접근하시지 말라고 꼬투리 잡았는데 읽고 보니 제 말투가 더 진지빨아서 농담처럼 안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경제관념이 인성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논지에는 동의합니다만, 개인이 처한 상황 등 변수가 무궁무진하기에 5년간 3천을 모아야 한다 등으로 구체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시하신 여성분의 사례는 알뜰하고 효심까지 있는 인성 훌륭한 여성으로 보입니다. 다만 부모님 용돈 부분은 보증금을 주신 것에 대한 보답으로 용돈을 월 60으로 책정했다는 것처럼 읽혀서, 경제관념이 좀더 바르다면 차라리 대출로 보증금을 마련하고 이자를 갚는게 낫지 않을까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보증금과 별개로 부모님께 응당 용돈을 드리는게 옳다라는 것을 폄하하려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뻘소리 농담조로 하려던게 첫 댓글을 잘못 달아 이지경에 이르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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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라는 표현을 비롯해서 PC가 횡행하는 오늘날에 크게 공격과 비난을 받았을 주장이군요. 게다가 표현을 몇 개 바꾸면 남자들에 대해서도 결론이 완전히 같은 얘기를 할 수 있겠군요. '합리적'의 어떤 의미에서 남자들은 덜 '합리적인 결혼을 하려고 애쓴다'는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는 아마 남자들이 사랑을 정말로 중요시 한다거나 여자들보다 더 중요시 한다는 것을 함축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남자든 여자든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것은 극히 어렵고 대다수나 상당수의 남자들은 사랑을 성적 소유욕과 혼동하는 존재, 특히 감각적 매력에 눈이 멀어서 상대의 전인격적 면모를 소흘히 하는 존재입니다. 게다가 최근 몇십년 전부터는 적어도 결혼을 염두에 두고 만나는 상대에 대해서는 '요모조모 따지는' 경향도 늘었죠.

(1)

인용문의 저자인 미셸 우엘벡은 실제로 좌파와 PC 진영에게 극도의 비판을 받는 논쟁적인 작가입니다.

개인적으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극도의 좌절감을 토로하면서도, 그에 대해 아무런 대안도 없는 일종의 '불치병'을 앓는 듯한 유령들이 떠돌아다니는 초기작들은 좋아하는 편입니다. (<투쟁 영역의 확장>이나 <소립자>, 논쟁적이지만 <플랫폼>까지는 좋아합니다.)(다만 이 초기작에서도 기묘한 백인/남성/엘리트주의가 시대적 변화로 인해 추락하는 과정을 수용하지 못하는 듯한...그런 인상이 남아있죠.)

다만 요근래 작품들인 <복종>과 <세로토닌>에서는, 결국 이 문제들이 외국인들과 PC 경향 때문이 아닐까, 하는 (정확히 말하자면, 적어도 저것들이 없다면 내 문제가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죠.

뭐. 여러모로 흥미로운 작가입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라는 불치병을 탐구한다는 점에서는 데이빗 포스터 윌러스와 결을 같이하고 (이들의 보다 학구적이고 중립적인 선배로는 돈 드릴로가 있겠죠),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을 인식하지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면서도, 특권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는 기묘한 자의식에서는 필립 로스가 생각나기도 하고 (이 방면에서는 나보코프의 1인극이 떠오르는 측면이 좀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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