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나면 할 것들에 대한 계획들 (일종의 자기암시?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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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받은 것 중에 번역을 완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상상력과 삶의 의미가 (어느정도) 번역되었을 따름이다. 의미에 대한 이론은 역대급으로 길고, 중간중간 숨이 턱 막히는 부분이 있어서 번역하다 말고 놓았다.

형이상학적 근거부여도 짧게 흝어보았지만, 온전히 번역하기 위해서는 그 전까지 이루어지던 분석 형이상학 - 가능 세계 - 의미론에 대한 여러 접근들에 숙달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아마 훨씬 뒤로 밀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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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적어놓은 것들도 거의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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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철학사 관련 아티클들을 번역했다. 자야라시도 번역하다 말았는데, 짬이 난다면 계속할 예정이다. 자야라시, 나가르주나, 쿠마릴라, 다르마키르티 정도는 번역해놓아야 인도 철학에 관련해서 (최소한의) 철학사적 개요를 완성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또한 프란시스 수아레즈라는 바로크 스콜라주의 철학자 아티클을 하나 번역할 예정이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내가 요근래 했던 메타 형이상학적 논의들 (자연적 존재자, 추상적 존재자. 픽션적 존재자 등등)에 대해서 이미 백과사전적인 분류를 했던 전적이 있다.

(중세 철학에 대해서 흥미로운 점은 크게 두 가지다. a) 백과사전적 형이상학 b) [양상] 논리 등을 활용한 기묘한 의무/윤리에 대한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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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와 관련된 여러 아티클들도 관심사 아래에 있었다. 세대 간 정의, 환경 윤리, 페미니즘 생명 윤리, 해를 끼칠 권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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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요즘 내 가장 큰 관심사는 논리학이다. 정확히는 논리학 - 수사학/시학 - 해석학 사이의 관계.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부상은 당대 스콜라 철학 (즉, 아리스토텔레스주의)에 대한 반발로도 읽힐 여지가 있다. 특히 스콜라 철학의 엄격한 논리학적 학풍에 반발해, 르네상스 휴머니스트들은 보다 '실질적인' 수사학을 옹호하곤 했다. 이들이 보기에, 논리학은 인간 추론의 매우 협소한 부분만을 다룬다는 것이다. (즉, 비-형식 논리, 비-형식적 오류들, 모순, 모호성 등의 문제로 인해 논리학이 만능 열쇠가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들이 대신 제시한 것은 수사학이었다. 키케로의 수사학.
(물론 스콜라철학의 논리학은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의 양상적 추론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언젠가 이들 주제도 한번쯤은 다뤄야 한다 생각한다.)

그리고 이산수학/응용수학의 영역이다. 요근래 고전적 확률론에 관한 책을 짧게 보는데, 여기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실려있다.

르네상스 시기는 아리스토텔레스만을 중시하던 중세 스콜라에 비해, 다양한 학파들이 부활한 시기였다. 여기에는 크게 신플라톤주의, 회의주의, 에피쿠리안-원자론 등이 있을 것이다. 이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회의주의였다. 홉스, 보일, 로크, 가상디, 보일, 몽테뉴, 그로티우스 등은 모두 이 '회의주의'에 영향을 받아, 더 나은 지식의 기준을 세울려 했다. (그래서 이들이 나아간 길은 경험론과 일종의 사회적 규약이라는 '논리적 증명'과는 구분되는 인식론적 방법이었다.)

이 과정에서, 확실한 논리적 증명 (예컨데, 데카르트 - 스피노자 - 라이프니츠의 양상적 결론)과 구분되는 '개연적' 증명에 대한 엄밀한 수학적 툴/합리적 툴을 개발하려는 목적에서 고전적 확률론이 나왔다 말해진다. 파스칼, 라플라스, 호이겐스, 야코프 베르누이 등이 여기에 관련된 인물들이다.

(이들은 선택 이론과 관련해서 선조다. 사실 확률론의 엄격한 수학적 공리는 20세기 들어서 이루어졌다. 그전까지 확률론은 엄격한 공리와 현실적 적용이 구분되는 학문이 아니었다. 파스칼의 신을 믿어야 할 이유가 확률론인 것처럼 말이다.)
(선택 이론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패러독스나 더치 북 논증도 이 시기에 학자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선택 이론, 넓게는 게임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툴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확률로 표현해도 되고, 게임 이론으로 표현해도 되고 넓게는 여러 다른 접근법들이 있다. 이에 대한 아티클들도 번역하면 재미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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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먹으신 것들 다 잘 하실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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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학은 독립된 학문으로서는 많이 주목받지 못하는 학문 영역이 된 것 같긴 합니다. 수사학이 논리학을 보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넓은 의미에서 설득, 합리적 대화라는 영역에서만 그렇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만, 다 떠나서 팩트와 논리만 물고 늘어지는(제대로 논리적이지도 않은 경우가 많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면 어느 때보다도 말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수사학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리학사에 관심이 있으신 거면, 도서관에 아마 있을 윌리엄 닐, 마사 닐이 쓴 <논리학의 역사1,2>가 도움이 되실 겁니다.

이 과정에서, 확실한 논리적 증명 (예컨데, 데카르트 - 스피노자 - 라이프니츠의 양상적 결론)과 구분되는 '개연적' 증명에 대한 엄밀한 수학적 툴/합리적 툴을 개발하려는 목적에서 고전적 확률론이 나왔다 말해진다. 파스칼, 라플라스, 호이겐스, 야코프 베르누이 등이 여기에 관련된 인물들이다.

이런 이해는 생소하지만 신선하네요. 제가 알기로는 확률론 역시 수학자들, 또한 도박사였던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조금씩 개발되었고 추후에 공리계를 통해 체계화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이 콜모고로프 공리계이고, 확률론의 이론적 정립에 기여한 사람으로 경제학자로 유명한 존 메이너드 케인스도 있습니다.
확률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루돌프 카르납의 저서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객관적 해석), 오늘날 지배적인 입장을 점하고 있는 주관적 해석은 리처드 제프리에게서 연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형식 논리학>을 쓴 그 제프리이고 <결정의 논리>(The Logic of Decision)는 이 분야 고전입니다)
선택이론에 관심 있으시면 Micahel Resnik의 Choices라는 책 참고해보시면 좋을 것 같고, 무료로 볼 수 있는 자료로는 Brian Weatherson이라는 철학자의 개인 홈페이지에 가시면 Lecture Note를 올려둔 게 있습니다. 그것도 꽤 좋은 자료가 될 거에요.

확률론으로 표현해도 되고, 게임이론으로 표현해도 되고

라는 말이 정확히 맞는지는 공부하면서 알아가보시길 바랍니다 ㅎㅎ 합리적 선택 이론과 게임이론은 모두 확률을 다루는 수학적 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분야를 여럿 접하는 것은 지경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자칫 그 내용이 뒤섞이고 정리되지 않아 오류를 범하기 쉽게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번역과 소개가 주 목표시라면 해당되지 않는 얘기겠지만, 공부를 해보실 작정이라면 여러 분야의 연결을 먼저 염두에 두기 보다는 각 분야의 기초가 되는 것들부터 시작하시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수사학 관련 좋은 자료 있으면 소개해주시면 좋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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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팩트/음모가 횡횡하고 단순한 "논리적 귀결"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합리적인 '감정' (혹은 권위)에 호소하는 방식은 나름의 필요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런 의미에서 사회인식론과 argument theory가 주목받고, 수사학도 다시금 주목을 받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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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기본적으로

https://books.google.co.kr/books?id=gz-9EAAAQBAJ&printsec=frontcover&dq=classical+probability+in+the+enlightenment&hl=ko&newbks=1&newbks_redir=0&source=gb_mobile_search&sa=X&redir_esc=y#v=onepage&q=classical%20probability%20in%20the%20enlightenment&f=false

의 저서에서 제가 이것저것 살을 덧붙인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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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에 대한 조언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부분을 지적 받으니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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