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투표를 받은 것 중에 번역을 완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상상력과 삶의 의미가 (어느정도) 번역되었을 따름이다. 의미에 대한 이론은 역대급으로 길고, 중간중간 숨이 턱 막히는 부분이 있어서 번역하다 말고 놓았다.
형이상학적 근거부여도 짧게 흝어보았지만, 온전히 번역하기 위해서는 그 전까지 이루어지던 분석 형이상학 - 가능 세계 - 의미론에 대한 여러 접근들에 숙달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아마 훨씬 뒤로 밀리지 않을까 싶다.)
(2)
여기에 적어놓은 것들도 거의 하지 않았다.
(3)
대신 철학사 관련 아티클들을 번역했다. 자야라시도 번역하다 말았는데, 짬이 난다면 계속할 예정이다. 자야라시, 나가르주나, 쿠마릴라, 다르마키르티 정도는 번역해놓아야 인도 철학에 관련해서 (최소한의) 철학사적 개요를 완성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또한 프란시스 수아레즈라는 바로크 스콜라주의 철학자 아티클을 하나 번역할 예정이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내가 요근래 했던 메타 형이상학적 논의들 (자연적 존재자, 추상적 존재자. 픽션적 존재자 등등)에 대해서 이미 백과사전적인 분류를 했던 전적이 있다.
(중세 철학에 대해서 흥미로운 점은 크게 두 가지다. a) 백과사전적 형이상학 b) [양상] 논리 등을 활용한 기묘한 의무/윤리에 대한 정의)
(4)
윤리와 관련된 여러 아티클들도 관심사 아래에 있었다. 세대 간 정의, 환경 윤리, 페미니즘 생명 윤리, 해를 끼칠 권리 등등.
(5)
의외로 요즘 내 가장 큰 관심사는 논리학이다. 정확히는 논리학 - 수사학/시학 - 해석학 사이의 관계.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부상은 당대 스콜라 철학 (즉, 아리스토텔레스주의)에 대한 반발로도 읽힐 여지가 있다. 특히 스콜라 철학의 엄격한 논리학적 학풍에 반발해, 르네상스 휴머니스트들은 보다 '실질적인' 수사학을 옹호하곤 했다. 이들이 보기에, 논리학은 인간 추론의 매우 협소한 부분만을 다룬다는 것이다. (즉, 비-형식 논리, 비-형식적 오류들, 모순, 모호성 등의 문제로 인해 논리학이 만능 열쇠가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들이 대신 제시한 것은 수사학이었다. 키케로의 수사학.
(물론 스콜라철학의 논리학은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의 양상적 추론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언젠가 이들 주제도 한번쯤은 다뤄야 한다 생각한다.)
그리고 이산수학/응용수학의 영역이다. 요근래 고전적 확률론에 관한 책을 짧게 보는데, 여기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실려있다.
르네상스 시기는 아리스토텔레스만을 중시하던 중세 스콜라에 비해, 다양한 학파들이 부활한 시기였다. 여기에는 크게 신플라톤주의, 회의주의, 에피쿠리안-원자론 등이 있을 것이다. 이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회의주의였다. 홉스, 보일, 로크, 가상디, 보일, 몽테뉴, 그로티우스 등은 모두 이 '회의주의'에 영향을 받아, 더 나은 지식의 기준을 세울려 했다. (그래서 이들이 나아간 길은 경험론과 일종의 사회적 규약이라는 '논리적 증명'과는 구분되는 인식론적 방법이었다.)
이 과정에서, 확실한 논리적 증명 (예컨데, 데카르트 - 스피노자 - 라이프니츠의 양상적 결론)과 구분되는 '개연적' 증명에 대한 엄밀한 수학적 툴/합리적 툴을 개발하려는 목적에서 고전적 확률론이 나왔다 말해진다. 파스칼, 라플라스, 호이겐스, 야코프 베르누이 등이 여기에 관련된 인물들이다.
(이들은 선택 이론과 관련해서 선조다. 사실 확률론의 엄격한 수학적 공리는 20세기 들어서 이루어졌다. 그전까지 확률론은 엄격한 공리와 현실적 적용이 구분되는 학문이 아니었다. 파스칼의 신을 믿어야 할 이유가 확률론인 것처럼 말이다.)
(선택 이론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상트페테르부르크 패러독스나 더치 북 논증도 이 시기에 학자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선택 이론, 넓게는 게임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툴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확률로 표현해도 되고, 게임 이론으로 표현해도 되고 넓게는 여러 다른 접근법들이 있다. 이에 대한 아티클들도 번역하면 재미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