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책 추천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회원님들ㅎㅎ

질문을 남겼다하면 돌아오는 정성스럽고 사려깊은 답변에 늘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는 휴먼(?)입니다.

혹시 회원님들 각자의 인생책좀 추천받고 싶은데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사회과학/ 철학/ 역사/ 문학/ 자연과학/ 종교 등 어떤 종류의 책이건 상관없습니다. 다만 너무 전공서적이나 연구서적일 경우에는 제가 안찾아보게 될것 같아서 그쪽은 잠시 봉인해주시길ㅎㅎ..

일단 제 인생 책은

  1. 사람, 장소 환대 - 김현경
  2. 듣기의 윤리 - 김애령
  3.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 - 르네 지라르
  4.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 - 우치다 타츠루
  5. 만인의 인문학 - 도정일
  6. 슬픈 열대를 읽다 - 양자오
  7. 5시 57분(비평집) - 허윤진
  8. 철학자 김진영의 전복적 소설 읽기 - 김진영
  9. 선불교의 철학 - 한병철
  10.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 파울 페르하에허

였습니다! 안읽어보신분 있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회원님들 인생책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여러권 추천해주시면 너무 좋습니다 slight_smile:

3개의 좋아요

(1) 제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i) 토니 모리슨 - 빌러비드
; 비극 속에도 웃음은 있고, 희극 속에도 슬픔은 있지만 어쨌든 그 인간은 살아가며, 그 모든 삶은 의미가 있다.

(ii)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알레프/픽션들 (민음사판)
; 형이상학이든 SF든, 고대 신화든 오늘날 장르 픽션이든 별 차이가 없다 생각한 몽상가의 기록.

(iii) 사라 베이크웰 - 어떻게 살 것인가? ; 몽테뉴의 삶

(iv) 올리비아 랭 - 작가와 술, 외로운 도시
; 사라 베이크웰과 비슷한 류의 책. 다만 더 많은 사람과 작가들이 나와서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v) 플라톤 - 뤼시스/라케스/카르미데스 (천병희 역본)
; 대체로 학술적 정확도에서는 정암학당판이나 박종현판이 더 가점을 받지만, 전 가독성과 문학적 재미에서는 천병희 판이 더 좋다 생각합니다. 특히 플라톤의 '문학적 역량'이 최대로 발휘되는 전기 대화편에서는 더 그렇죠.
사상적으로 더 밀도 있는 <국가>나 후기 대화편도 아니고, 전기 대화편 중에서도 철학적 밀도가 높은 <고르기아스>도 아니고 소크라테스라는 '성인'을 보여주는 <변론>도 아닌 완전 초창기 대화편을 추천드리는 이유는, 전 이 대화편이 더 '가치' 있다 여기기 때문입니다. 결국 논의는 정답도 찾지 못하는 아포리아로 끝나버리고, 애당초 논의가 '답을 찾는 것인지' 의문스러운 상황들이 전 더 흥미롭습니다.

(vi) 장자 - 장자 (그레이엄 번역본)

추천의 글은 제가 예전에 썼던 것으로 갈무리합니다.

(vii) 신형철 - 정확한 사랑의 실험
; 프로포즈를 위해 썼다(!)고 본인이 서문에서 말하는 책인만큼, 정말 공을 많이 들인 책입니다. 같은 작품을 보고, 그 공통의 지평에서 기꺼이 상대를 설득하려는 학자의 애정? 집요함?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viii) 브야사 - 마하바라타 (나라얀 축약본)
; <마하바라타>는 힌두교의 대표적인 경전/서사시라 불리는데, 다른 문화권의 서사시/경전과 매우 '다르고' 이질적입니다. 악마가 신의 탈을 쓰고 유혹을 하는 건 흔한 이야기지만, 여기선 신이 악마의 탈을 쓰고 (!) 주인공들을 유혹합니다. 세상은 알 수 없는 일들과 복잡하게 얽힌 서사로 진행되고, 도무지 무엇이 신의 뜻이고 아닌지 알 수가 없는 상황에서 주인공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오직 하나입니다. '다르마'. 결과가 어떻든 넌 다르마를 따라야하고, 더 나은 뜻을 찾겠다 어영부영하다가는 망할 뿐이다.
어떤 의미에서 가장 회의주의적이고, 가장 신실하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ix) 작자 미상 - 이세 모노가타리
; 일본의 (근대 이전) 산문 문학 장르를 '모노가타리'라 부릅니다. 그 중에서도 노래 한 수를 적고, 그에 대한 뒷배경을 산문으로 설명한 장르를 '우타 모노가타리'(노래 모노가타리)라고 부르는데, <이세 모노가타리>가 대표적입니다.
항상 동북아 문학하면, 여백의 미와 축약성을 사람들이 많이 말하곤 하죠. (에즈라 파운드가 한시에 환장한 이유도 이것이라 하고.) 그 양대 산맥이 전 <이세모노가타리>와 <세설신어>라고 생각합니다.

(x) 안대회 (편역) - 조선의 명문장가들
; 조선이라 했지만, 대체로 조선 중후기 소품문이라 부르던 (서양으로 치면 일종의) 에세이 장르를 집중적으로 번역한 책입니다. 귀양을 갔던 사람, 서얼/한직이라 사회 지도층이 되지 못한 사람들 등. 대체로 불운한 자들이 남긴 글이지만, 그들 나름의 수용과 한적한 맛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제가 중국이나 일본의 소품문은 딱히 읽어본 적이 없어서 뭐라 못하겠지만, <팡세>나 <수상록> 못지 않게 세계 문학사에 기록될 만한 에세이들이라 생각합니다.

4개의 좋아요

전공 도서가 아니라면 저는 주로 소설을 추천해드립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광대 팜팔론

입니다.
워낙 유명한 책들이라 이미 읽어보셨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이데거-독일철학의 거장과 그의 시대

인생책까지는 아니지만 너무 재밌게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히야... 진짜 정성스러운 추천 감사드립니다~!!! 메모해놨다가 싹다 읽어볼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뇨 안읽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꼭 읽어볼게요~!!! 하이데거 관련해서는 박찬국 교수님 입문서정도밖에 안읽어봤네요..ㅎㅎ

당장 생각나는 건 이 정도네요.

페터 한트케 - 관객모독
프리드리히 니체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몰로이
버지니아 울프 - 등대로

그리고 좀 하드한(?) 책으로는 에드문트 후설- <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이 개인적으로 좋았어요.

저도 당장 생각나는 책을 10권 꼽아 적어봅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도스트예프스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제임스 조이스

해변의 카프카 무라카미 하루키

백년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오발탄 이범선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박태원

길 위에서 잭 캐루악

명상록 아우렐리우스

시간과 자유의지 베르그송

존재와 시간 하이데거

1개의 좋아요

당장 인생책으로 떠오르는 것은 없지만, 최근에 인상깊었던 책으로는 우치다 타츠루의 '하류지향'이 있습니다. 최근 출판된 책은 아니지만 요즘 읽어도 느껴지는 바가 많더라고요. 책 자체의 내용도 평이해서 읽는 데 어려움도 없었고요. 시간 나면 가볍게 읽기 좋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책이어서 추천 드립니다!

대학생 시절에 독일 신학자인 위르겐 몰트만의 『희망의 신학』과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을 정말 인상적으로 읽었어요. 또 스위스 신학자인 칼 바르트의 『교의학 개요』라는 책도요. '인생의 목표'나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꼽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저는 다른 어떤 철학 책들보다도 저 신학 책 세 권이 먼저 생각나요.

플로베르, 카프카, 오정희의 소설들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