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토니 모리슨 - 빌러비드
; 비극 속에도 웃음은 있고, 희극 속에도 슬픔은 있지만 어쨌든 그 인간은 살아가며, 그 모든 삶은 의미가 있다.
(ii)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알레프/픽션들 (민음사판)
; 형이상학이든 SF든, 고대 신화든 오늘날 장르 픽션이든 별 차이가 없다 생각한 몽상가의 기록.
(iii) 사라 베이크웰 - 어떻게 살 것인가? ; 몽테뉴의 삶
(iv) 올리비아 랭 - 작가와 술, 외로운 도시
; 사라 베이크웰과 비슷한 류의 책. 다만 더 많은 사람과 작가들이 나와서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v) 플라톤 - 뤼시스/라케스/카르미데스 (천병희 역본)
; 대체로 학술적 정확도에서는 정암학당판이나 박종현판이 더 가점을 받지만, 전 가독성과 문학적 재미에서는 천병희 판이 더 좋다 생각합니다. 특히 플라톤의 '문학적 역량'이 최대로 발휘되는 전기 대화편에서는 더 그렇죠.
사상적으로 더 밀도 있는 <국가>나 후기 대화편도 아니고, 전기 대화편 중에서도 철학적 밀도가 높은 <고르기아스>도 아니고 소크라테스라는 '성인'을 보여주는 <변론>도 아닌 완전 초창기 대화편을 추천드리는 이유는, 전 이 대화편이 더 '가치' 있다 여기기 때문입니다. 결국 논의는 정답도 찾지 못하는 아포리아로 끝나버리고, 애당초 논의가 '답을 찾는 것인지' 의문스러운 상황들이 전 더 흥미롭습니다.
(vi) 장자 - 장자 (그레이엄 번역본)
추천의 글은 제가 예전에 썼던 것으로 갈무리합니다.
(vii) 신형철 - 정확한 사랑의 실험
; 프로포즈를 위해 썼다(!)고 본인이 서문에서 말하는 책인만큼, 정말 공을 많이 들인 책입니다. 같은 작품을 보고, 그 공통의 지평에서 기꺼이 상대를 설득하려는 학자의 애정? 집요함?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viii) 브야사 - 마하바라타 (나라얀 축약본)
; <마하바라타>는 힌두교의 대표적인 경전/서사시라 불리는데, 다른 문화권의 서사시/경전과 매우 '다르고' 이질적입니다. 악마가 신의 탈을 쓰고 유혹을 하는 건 흔한 이야기지만, 여기선 신이 악마의 탈을 쓰고 (!) 주인공들을 유혹합니다. 세상은 알 수 없는 일들과 복잡하게 얽힌 서사로 진행되고, 도무지 무엇이 신의 뜻이고 아닌지 알 수가 없는 상황에서 주인공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오직 하나입니다. '다르마'. 결과가 어떻든 넌 다르마를 따라야하고, 더 나은 뜻을 찾겠다 어영부영하다가는 망할 뿐이다.
어떤 의미에서 가장 회의주의적이고, 가장 신실하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ix) 작자 미상 - 이세 모노가타리
; 일본의 (근대 이전) 산문 문학 장르를 '모노가타리'라 부릅니다. 그 중에서도 노래 한 수를 적고, 그에 대한 뒷배경을 산문으로 설명한 장르를 '우타 모노가타리'(노래 모노가타리)라고 부르는데, <이세 모노가타리>가 대표적입니다.
항상 동북아 문학하면, 여백의 미와 축약성을 사람들이 많이 말하곤 하죠. (에즈라 파운드가 한시에 환장한 이유도 이것이라 하고.) 그 양대 산맥이 전 <이세모노가타리>와 <세설신어>라고 생각합니다.
(x) 안대회 (편역) - 조선의 명문장가들
; 조선이라 했지만, 대체로 조선 중후기 소품문이라 부르던 (서양으로 치면 일종의) 에세이 장르를 집중적으로 번역한 책입니다. 귀양을 갔던 사람, 서얼/한직이라 사회 지도층이 되지 못한 사람들 등. 대체로 불운한 자들이 남긴 글이지만, 그들 나름의 수용과 한적한 맛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제가 중국이나 일본의 소품문은 딱히 읽어본 적이 없어서 뭐라 못하겠지만, <팡세>나 <수상록> 못지 않게 세계 문학사에 기록될 만한 에세이들이라 생각합니다.
당장 인생책으로 떠오르는 것은 없지만, 최근에 인상깊었던 책으로는 우치다 타츠루의 '하류지향'이 있습니다. 최근 출판된 책은 아니지만 요즘 읽어도 느껴지는 바가 많더라고요. 책 자체의 내용도 평이해서 읽는 데 어려움도 없었고요. 시간 나면 가볍게 읽기 좋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책이어서 추천 드립니다!
대학생 시절에 독일 신학자인 위르겐 몰트만의 『희망의 신학』과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을 정말 인상적으로 읽었어요. 또 스위스 신학자인 칼 바르트의 『교의학 개요』라는 책도요. '인생의 목표'나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꼽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저는 다른 어떤 철학 책들보다도 저 신학 책 세 권이 먼저 생각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