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사회적 전환에 대한 몇 가지 메모들

(1)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지식은 온전히 자연적인 것 - 추상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 혹은 사회적인 것 역시 중요한 범주이지만 그동안 철학에서는 덜 탐구되었었다.
이제야 본 궤도에 올라온 사회 인식론(social epistemology)와 사회 존재론(social ontology)에 대해, 그 선구자들을 살짝씩 언급하는 글이다.

(2)

사회학적 전환이라면, 우리는 비트겐슈타인 - 오스틴의 화용론/발화 수반 효과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해야할 듯하다. 어쨌든 화용론은 인간 - 세상의 관계가 아닌,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에 관한 문제를 다룸으로서, 사회에 대한 관심사를 촉발시켰다.

이 분야에서 사회 존재론으로 직접적으로 넘어간 학자는 존 설(John Searle, 1932-)이다. 많은 분들은 중국어 방 논증 같은 심리철학이나 화용론 같은 언어철학자로서의 존 설만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존 설이 말년 (대략 90년대부터)에 집중하고 있는 주제는 사회 존재론이다.

(3)

또 하나의 전환은 과학철학에서 나왔다. 토마스 쿤은 과학이란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라는 주장을 했었다. 이 주장은 과학 철학을 과학 사회학으로 전환시키고, 철학과에 남은 사람들은 개별 과학의 철학을 시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서 사회 존재론으로 넘어온 학자가 이언 해킹(Ian Hacking, 1936 - 2023)이다. 해킹은 90년대부터 사회 존재론에 천작하기 시작했다.

(4)

또 하나의 분야는 예술 철학이다. 아서 단토(Arthur Danto, 1924 - 2013)은 예술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주장한 바 있다.

(5)

이제부터는 형식 논리학과 수리철학에서 나온 흐름이다.
우선은 게임 이론이다. 데이빗 루이스(David Lewis, 1941 - 2001)의 굉장히 마이너한 작업이지만, 루이스는 관습(convention)을 게임 이론으로 분석한 바 있다. 또한 힌티카의 제자인 라미오 투오멜라(Raimo Tuomela, 1940 - 2020) 역시 힌티카의 게임 이론 접근법을 계승해, 사회적 현상을 형식 언어적으로 풀려고 했다. 또 다른 중요한 학자인 마거렛 길버트(Margaert Gilbert, 1942 -)는 사회학 이론의 기초를 철학적으로 제시하려고 하며, 루이스의 게임 이론 접근을 상세하게 접목했다.

또 다른 그룹은 행위 철학에서 나왔다. 데이비슨의 제자인 마이클 브렛맨(Michael Bratman, 1945 -)과 커크 루드위그(Kirk Ludwig, 1959 -)은 개인의 행위에서, 집합적 행위로 나아가면서 사회 존재론으로 나아갔다.

(6)

마지막은 젠더와 인종을 사회적 구성물로 보았던, 페미니즘 철학자들과 인종 철학자들이다.

페미니즘 철학자로는 아스타(Asta, 1969-), 샐리 하슬레저(Sally Haslanger, 1960년대 후반생)가, 인종으로는 론 말론(Ron Mallon) 등이 있다.

(7)

이 모든 영향이 종합되어가며, 사회 존재론이 형성되었다. (사회 인식론은 살짝 결이 다른 분야다. 영향이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겹치지 않는 부분도 있다.)

1개의 좋아요

확실히 푸코 말 대로 담론들은 권력적 속성을 가지고 있으니 과학이라 하더라도 온전히 자연적인 것만은 아닌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