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메타 윤리학 입장들에 대한 구도들

(1) 개인적으로 메타윤리학적 주제들만큼은, SEP가 참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자들마다 각 입장들을 분류하는 범위가 다르고, 애매한 주제들도 있고, 그래서 읽다보면 도대체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Mark Van Roojen의 <메타 윤리학 ; 입문>(15)에 있는 정리표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1-1)

이 표의 간략함이 불만족스러워서. 제 개인적인 해석들을 잔뜩 집어넣은 업데이트 본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Matthew Chrisman의 <메타 윤리학이라 불리는 것은 무엇인가?>(What is this thing called Metaethics?)(2016)에 있는 정리표를 찾았는데, 이거 참 물건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이렇게 공유합니다.

(2)

Column 1 Column 2 Column 3 Column 4
도덕적 사실은 객관적으로 성립하는가? 그렇다 ; 리얼리즘 도덕적 사실은 자연적 사실로 환원/합치되는가? 그렇다 ; 자연주의
그렇지 않다 ; 비-자연주의
그렇지 않다 ; 반 -리얼리즘 도덕적 문장/사고는 실제를 재현하는가? 그렇다 ; 오류 이론
그렇지 않다 ; 표현주의

(여기서 표현주의는 Roojen의 '비인지주의'와 대체로 합치한다. 이모티비즘, 규정주의, 블랙번/기번스의 표현주의 모두 "표현주의"에 포함된다.)
(여기서 자연주의는 Roojen의 '인지주의 - 최소 사실주의 - 자연주의'와 대체로 합치한다. 신-아리스토텔레스 자연주의, 자연주의의 한 형태로서의 상대주의 [Roojen은 '주관주의/이상적 관찰자 이론'으로 불렀다], 경험적[a posteriori] 자연주의 [Roojen은 '코넬 리얼리즘'으로 불렀다], 경험독립적[a priori] 네크워크 자연주의 [Roojen은 '도덕 기능주의'라 불렀다.]가 여기 포함된다.)

Column 1 Column 2 Column 3 Column 4 E
형이상학 ; 도덕적 사실이란 무엇인가 인식론 ; 도덕적 사실을 어떻게 아는가 언어 ; 도덕적 문장은 무엇인가 마음
비자연주의 리얼리즘 - 비자연주의 직관 재현 - 진리값 있음 인지주의 - 내재주의/외재주의
표현주의 반리얼리즘 회의적/유사 실재론 비재현 - 진리값 없음/최소주의 비인지주의 - 내재주의
오류 이론/픽션주의 반리얼리즘 회의적/픽션주의 재현 - 진리값 있음 (인지주의 - 내재주의)
자연주의 리얼리즘 - 자연주의 경험적 - 정합론 재현 - 진리값 있음 인지주의 - 내재주의/외재주의

분류하기 어려운 입장들까지 포함한 표 (각 입장에 해당하는 SEP 아티클을 링크 걸어두었습니다.)

Column 1 Column 2 Column 3 Column 4
도덕적 사실은 객관적으로 성립하는가? 그렇다 ; 리얼리즘 도덕적 사실은 자연적 사실로 환원/합치되는가? 그렇다 ; 자연주의
그렇다 ; 동시에 이 문장은 욕망-비슷한 태도를 표현한다. 화용론이나 윤리적 담론의 본질을 따라서 ; 혼합 인지주의
그렇다 ; 하지만 "자연적 사실에 대한 과학적 개념"과 같은 것은 아니다 ; 맥도웰
아니다 ; 비자연주의
아니다 ; 반-리얼리즘 도덕적 문장/사고은 실제를 재현하는가? 그렇다 ; 오류 이론/의미 픽션주의
아니다 ; 표현주의/화행 픽션주의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 에큐매니컬 표현주의
아니다 ; 하지만 이는 윤리만 아니라 모두 그렇다 ; 실용주의
그렇다 ; 하지만 이는 실천적 관점에서 규약된 것이지 그 이전에 있는 것이 아니다 ; 규약주의

(Roojen은 맥도웰을 자연주의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규정하기 어려운 미묘한 입장으로도 따로 소개한다. 그러면서 그는 "비자연주의자와 비환원적 자연주의자 간의 경계는 모호하다."고 말한다.)
(Chrisman은 픽션주의를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i) "거짓말은 잘못되었다." (a) 의미 픽션주의는 (i)의 문장을 주장(assertion)의 화행으로 본다. 동시에 이는 문자 그대로는 거짓말이지만, 픽션을 가정할 경우 옳은 말이다. [셜록 홈즈에 대한 주장이 문학 소설을 가정할 경우 옳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b) 화행 픽션주의는 (i)의 문장을 애당초 주장의 화행으로 보지 않는다. 이는 애당초 (픽션을 읽는 것 같은) 척하기(pretense)/믿는 척하기(make-believe)의 화행이다.)
(Chrisman의 "에큐매니컬 표현주의"는 도덕적 문장이 (i) 표현주의처럼 감정을 표현하지만 (ii) 동시에 어떠한 대상에 대한 감정인지도 드러내므로 "믿음" 역시 드러낸다 보는 입장이다. 이는 "혼합 인지주의"와 매우 유사한 입장이다. 혼합 인지주의 역시 도덕적 문장이 감정/믿음을 모두 표현한다 보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혼합 인지주의는 (i) 이 감정이 문장의 의미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ii) 화용론적 영역 [함축] 등에 있다 보는 것이다. SEP에서는 이 두 입장을 뭉뚱그려, 혼합 이론[hybrid theory]이라 명명한다.)
(Roojen이 말한 "해석적 도덕 픽션주의"는 Chrisman의 구분을 따를 경우, (i) 의미 픽션주의에 가까운 편이다.)
(Chrisman의 책에는 있지만, 표에는 없는 입장으로는 "Response-dependence" 입장이 있다. 이 입장은 행동의 도덕적 속성은,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 있는 관찰자의 특정되지 않은 심적 상태가 어떻게 행동할지에 존재론적으로 의존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일종의 주관주의처럼 읽히지만, 복잡한 형태의 논증을 말미암아 분류하기 어려운 입장이 되었다. Roojen은 이 입장을 '이상적 행위자 이론'에 포함시킨다.)
(SEP의 도덕 반-리얼리즘은 Chrisman/Roojen의 '리얼리즘 - > 자연주의 - > 자연주의적 상대주의/이상적 관찰자 이론'을 "비-객관주의"(non-objective)로 분류하며 반-리얼리즘의 영역으로 놓는다.)(이는 SEP 아티클의 저자가 객관성을 '주관성'과 대비시킨 것이 아닌, 마음-의존적과 대비하는 마음-비의존적으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이상적 관찰자 이론은, 도덕적 사실이 마음-의존적이지만 여전히 어떠한 객관성을 가진다 주장한다.)
(SEP의 비인지주의는 오류 이론, "표현주의"(Chrisman), 혼합 인지주의/에큐매니컬 표현주의를 모두 포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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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사실은 객관적으로 얻어지는가?"라는 표현이 어딘가 어색해서 원문을 보니 "obtain"을 "얻어진다"로 옮기셨네요. 이 번역은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저 맥락에서 "obtain"은 "성립한다"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보통 "obtain"이라는 단어가 속성 혹은 사실이 성립하는지에 대해서 쓰거든요. 형이상학적인 의미로 말이죠. 그런데 "얻어진다"라고 옮기면 인식론적인 차원으로 이해될 소지가 있습니다.

6개의 좋아요

(1) 아. 그래서 제 번역이 살짝 꼬여있었군요. 감사합니다.

초반 몇장 봤던 책인데 재현/비재현 부분에 대해 다음 단서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T]he terms “cognitivism” and “noncognitivism” are sometimes also used to mark the distinction between metaethical views about ethical language that hold that ethical sentences are or aren’t truth-apt, i.e. properly evaluated as true or false. I think this is a confusing usage that is falling out of favor in contemporary metaethics, so I am going to avoid it here in favor of marking the crucial distinction in the philosophy of language, as I have done above, in terms of representationalist vs. antirepresentationalist views about the meaning of ethical sentences. But the reader may want to keep this alternative usage of cognitivism and noncognitivism in mind when reading other texts. <p.15>
"인지주의"와 "비인지주의"라는 용어는 때로 윤리적 문장이 진리값을 갖는지에 관한 메타윤리적 관점을 구분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내 생각에 이는 혼동의 여지가 있으며 현대 메타윤리학에서도 선호도가 줄어가는 용법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이 용어를 피하고 언어철학에서의 중요한 구분을 빌려, 윤리적 문장의 의미에 관한 "표상주의(재현)"와 "반표상주의(비재현)"라 할 것이다. 독자는 다른 글을 읽을 때 이를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다. (발번역 죄송합니다 어렵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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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닙니다!!! 저도 번역 맨날 지적 받고 하는데요 뭐 하하하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