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의 도덕 심리학?: 도덕 심리학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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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은 도덕 심리학을 지나치게 좁게 보신 듯 합니다. 통상 도덕 심리학은 도덕과 관련된 "모든" 심리학적 영역에 대한 (준) 철학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학문입니다. 즉, 감정뿐 아니라, 도덕적 판단/행위에 중요한 요소라 볼 수 있는 믿음(belief), 욕망(desire), 성격(characteristic) 등이 모두 연구의 범위 안에 들어갑니다.
도덕 심리학에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제가 예전에 번역한 "생물학의 철학"의 세 가지 목표가 모두 도덕 심리학을 설명하는데 유용할 듯 합니다.

이를 도덕 심리학으로 치환하면, 도덕 심리학은 (i) 도덕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에 존재하는 개념적 문제를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일을 하거나 (ii) 전통적인 도덕 철학적 질문에 도덕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를 활용하는 일이겠죠.
아마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듯 합니다. (a) 심리학적 연구 내에 존재하는 (도덕) 철학 용어들을 엄밀하게 분석하는 일. (b) 도덕 철학의 용어들을 (자연주의적 형이상학을 수용한다면) 엄격한 경험 과학적 모델/용어로 수정하는 일. (물론 이 외에도 여러 다양한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2)

뭐, 사실 이렇게 말했지만 도덕 심리학이 철학인지, 철학이여도 그렇게 강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지 미심쩍은 지점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 그래도 제가 생각하기에 도덕 심리학이 의의를 가지는 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a) 도덕뿐 아니라 인간의 지향적 행동, 즉 행위(action) 일반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행위에 관한 철학적 모델과 심리학의 경험과학적 언어를 조율/통합하는 작업을 일정 부분 도덕 심리학이 담당하고 있다 여겨집니다.

(b) 얄궂게도 "감정"처럼 현상적 특성이 있는 심리학의 영역은 이제 과학만으로 연구하기가 어렵기에, 이 현상적인 특성을 연구한다는 점에서 "철학"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단 자히비의 연구도 그렇고, 콜린 맥긴의 <혐오의 의미>도 그렇고, Rowman/Littlefield 출판사에서 나오는 도덕 심리학 총서도 이런 방향이죠.)

뭐. 감정에 관한, 특히 감정의 분류에 관한 과학적 연구는 살짝 미심쩍은 지점들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개별 감정에 관한 이런 연구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여겨집니다.

(c) 통상 철학의 방법으로 여겨지는 인간의 직관이나 언어적 분석을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는 대상도 존재하죠. 예컨대, 암묵적 사회 인지(implicit social cognition)이 그러한 주제입니다. 예컨대 암묵적 편견(implicit bias)처럼 행위자 본인은 자신이 그러한 편견이 있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지만 (철학적으로 말하면 현상적 의식 속에 드러나지 않지만) 실험적으로 그러한 편향이 있다고 검증된 경우, 이러한 주제는 필연적으로 심리학과 연계되어 연구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d) 그 외에도 심리학이 연구하는 흥미로운 (그러나 철학에서는 거의 연구가 되지 않은) 주제들은 꽤 많습니다. 영성(spirtuality)라던가 행복(happiness 혹은 well-being)이라던가, 준사회적 상호작용(parasocial interaction, 우리가 직접 만나지 못하고 미디어를 통해서 알게 된 사람과 느끼는 친밀감이라던가 상호 작용을 연구하는 분야). 이런 연구 분야의 통찰들은 (적절한 도덕 심리학 혹은 심리학의 철학 연구자들을 거쳐서) 철학에 기여하는 바가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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