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이 수학철학에서 말하려는 핵심이 무엇인가?: 비트겐슈타인-튜링 논쟁과 비트겐슈타인-괴델 논쟁을 중심으로

곤란하셨을 텐데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Mandala님의 답변에 관한 제 의견을 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일단 이 논쟁이 어느 순간부터 허수아비 공격으로 흘러갔다는 지적은, 조금 인정하겠습니다. 근데 제가 자꾸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패는 이유는, YOUN님의 주장이 잘못된 원인이, 그 이면에 있는 철학 일반에 관한 컨셉션 자체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너무 갔나요? 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전 그냥 인신공격으로 커뮤니티에서 쫓겨나기 바로 직전 선까지 비판을 시도했을 뿐입니다. 제 비판이 YOUN님께 도움이 되면 좋고, 안 되면 아쉬운 거고 그렇네요.

흄에 관한 논의가 "철학" 일반으로 일반화되는 것은 비약이 맞습니다. 또 많은 학자들이 형이상학적 도입물에 관해 축소주의적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근데 YOUN님은, 다른 철학자들을 비판할 때, 아마 본인이 그 어떠한 철학적 논제를 도입하지 않고서 단지 그 철학자들의 결함을 비판할 뿐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이런 문장만 보더라도요. 그래서 YOUN님의 주장은, 축소주의적, 경험주의적 긍정적 논제로 이해되면 또 안 될 것 같습니다.
저희의 흄에 관한 논의가 이런 맥락에서 철학 일반으로 일반화되는 이유는, YOUN님의 지적이 "흄의 결함" 자체에 대한 구체적 비판이 아니라, "형이상학의 결함"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저절로 일반화될 수 있는 그런 성격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철학 일반이 폐기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용인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죠.
근데 제가 용인할 수 없는 것은,
"철학적 문제"에 도달하기만 해도 그것이 철학자가 오류에 빠졌다는 증거가 된다는 사고방식
입니다. 제가 이런 사고방식을 YOUN님에게 귀속하는 건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일까요? 처음에는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갈수록 아닌 것 같습니다.


추가로 남깁니다.
귀류법이랑 무의미함을 보이기는 다릅니다. 모순을 지적하는 것은 대체로 귀류법입니다. 귀류법은 어떤 명제가 참이라고 가정했을 때 모순에 빠지므로 그 명제가 "거짓임"을 증명하는 방법입니다. 귀류법은 무의미함을 지적하는 것과 상관이 없습니다.
모순 문장은 무의미합니다. 근데 무의미하다고 전부 모순인 것은 아닙니다.
모순을 가지고 꼼짝 못하는 것은 모순 문장이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근데 꼼짝 못한다고 해서 다 모순인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모순에 관한 비트겐슈타인의 수학철학적 고찰들을 아무리 가져와 봐야 YOUN님의 주장은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예컨대 탐구 125절은 이 논의가 명백하게 수학철학적 고찰의 맥락임을 명시적으로 드러냅니다. "해소하기"는 "보여주기"와 분리될 수 없습니다. "보여주기"는 "해소하기" 과정의 핵심 부분입니다. 아직도 2년 9개월 전과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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