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철학, 대륙철학, 그리고 과학철학?!

@Mandala 님께서 소개해주신 Dutilh Novaes 저작의 내용이 분명 틀리진 않은데, 조금 오도적일 수 있을 것 같아 첨언을 올립니다.

2022 수상작이 총 세 챕터인데, 첫 파트가 연역 추론에 관한 분석철학적 접근, 두번째 파트가 고대 그리스-중세 라틴 스콜라로 이어지는 철학사적 측면, 마지막 파트가 사회 인식론과 인지과학에 근거한 파트로 이루어져 있죠

언뜻 '전혀 상관없는 자료들을 대충 묶어다놓은 책'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는 구성입니다만, 책의 제목인 "The Dialogical Roots of Deduction"만 봐도 사실 이 구성은 매우 자연스럽고 유기적인 구성입니다.

최근 논리철학계에서 Dutilh Novaes의 주된 기여는 '논리학의 본성은 한 주체의 사유가 아니라, 여러 주체의 대화와 논박이다'라는 관점을 재조명하고, 이런 관점이 현 논리철학의 여러 난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인 바에 있습니다.

Dutilh Novaes는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논리학은 본디 '여러 사람들의 대화'를 그 제재로 갖고 있었으며, 논리학이 '한 사람의 사유'에 대한 학문으로 전환된 것은 많은 부분 데카르트 등 근대철학자들부터라고 진단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그의 책에 철학사적 고려가 등장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더불어 논리학을 '여러 사람들 간의 대화'라는 관점으로 보는만큼, 현대 사회 인식론 및 인지과학의 성과를 통해 우리의 논리학에 대한 인식을 점검하는 것 역시 당연히 따라나오는 귀결입니다.

이처럼 Dutilh Novaes의 저작은 보수적인 의미에서도 상당히 '종합적' 인 책이고, 본인의 연구 프로그램들 역시 그 궤를 같이 합니다. 제 소견에는, Dutilh Novaes의 저작 같은 예시가 있을 경우엔 보다 정확한 상세사항을 파악한 이후에 보다 거시적인 담론을 논의하는 것이 더 유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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