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철학 버튜버 고세구

(1) '이세계 아이돌(이세돌)'이라는 그룹을 아시나요? 트위치 스트리머이자 유튜버인 우왁굳이 작년 8월에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가상의 아이돌 그룹입니다. '가상의' 아이돌 그룹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국내 서브컬처계에서는 대단히 영향력 있는 아이돌들이죠. 공식 음반을 2집까지 발매하였고, 그 중 2집인 <겨울봄>은 멜론 차트 36위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으니까요. (어지간한 연예기획사에서 기른 아이돌들도 멜론 차트 100위권 안에 쉽게 진입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각각의 멤버들이 버튜버로서 트위치 스트리머 활동과 유튜버 활동을 겸하고 있는데, 멤버 모두 유튜브 구독자 수가 20만에 가까운 데다, 트위치 방송에서는 매번 5,000-10,000명의 사람들이 몰리곤 합니다.

(2) 오늘 이세돌 방송을 보러 트위치에 들어갔다가 그 중에서 '고세구'라는 멤버의 방제에 놀랐습니다. 버튜버 방송의 방제가 무려

미학 교수님과 잔잔 철학 토크쇼

였으니까요. 서울대학교에서 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으신 대구대학교 성산교양대학 자유전공학부 윤주한 교수님을 섭외하여, 같이 마인크래프트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방송이었습니다. 방송 중간중간에 '데카르트'니, '바움가르텐'이니, '분석철학'이니 하는 반가운 이름과 개념이 나와서 굉장히 좋았네요.

(3) 사실, 오늘 섭외되신 윤주한 교수님은 이전에 우왁굳의 컨텐츠에서 등장한 적이 있는 분이시기도 합니다. 작년에 우왁굳이 '왁굳 사이버 대학교'라는 이름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VR 챗에 초청해 강의를 듣는 컨텐츠를 만들었거든요. 이때 <예술이 궁금하다: 예술작품의 해석에 관한 철학적 문제>라는 이름으로 윤주한 교수님이 강의를 하셨는데, 1시간 가량의 꽤 긴 강의인데도 참가자와 시청자 모두의 반응이 굉장히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저도 강의 전체를 다 들어보았는데, 군더더기 없이 잘 정리된 매우 깔끔한 미학 입문 강의였습니다.

<가상공간에서 학교를 다니게 된다면? - VR챗 학교 "미학 - 예술이 궁금하다">

(4) 좀 의외였던 것은, 이번 철학 방송을 고세구라는 멤버가 주최하였다는 점입니다. 이세돌을 평소에 보시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고세구는 이세돌 멤버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장난기가 많고 4차원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는 멤버입니다. 그래서 주르르라는 또 다른 멤버와 함께 '무7련즈'라고 불리기도 하고, 여기에 징버거라는 또 다른 멤버까지 더하여 '헨타이즈'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 방송에서는 그 '무7련'과 '헨타이'인 고세구가 정말 진지한 모습들을 많이 보여줘서 저로서는 굉장히 신기하네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방송이 진행 중입니다. 로제 카이유와의 놀이 개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고세구가 방송에서의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는 예의바르고 속 깊은 맴버라는 이야기는 종종 들었지만, 철학을 주제로 대화하면서 자신이 그동안 했던 생각과 고민을 말하는 모습은 또 색다르네요. 사실, 이전에도 고세구는 <잠 잘 오는 철학 강의 asmr>라는 제목으로 '명언 월드컵'(?)을 진행한 적이 있긴 한데, 이번에는 그냥 명언이 아니라 정말 미학 박사를 초청해서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라 더 놀랐습니다.


평소 고세구의 이미지

<잠 잘 오는 철학 강의 asmr>

(5) 이렇게 전혀 철학과 상관 없어 보이는 분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철학에 관심을 가지는 걸 보면, 뭔가 모든 사람의 마음 한 켠에는 역시 '지혜에 대한 사랑'이 숨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철학 전공자로서 이런 '일상인들의 철학적 문제'를 어떻게 해야 잘 들어주고 적절하게 대답해 줄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도 하네요. 여하튼, 저는 많은 사람들이 철학을 좋아하고, 필요로 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만큼, 언젠가 철학과의 붐은 반드시 온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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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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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요즘 유행하는 소위 버튜버라는 문화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이건 참 신기하군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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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일상에서 철학에 대한 관심과 조우하는 건 참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나름 좋아하는 버튜버인데도 이런 컨텐츠가 있는지 몰랐네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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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세균단이 계셨군요! 킹-아!! (저는 박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