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특히 유교철학)에 관심이 있어서 기웃기웃거려보긴 했는데, 한동안 바빠서 책을 들춰보지도 않다가 논어집주랑 맹자집주가 보이길래 샀습니다. 논어랑 맹자는 사실 번역본을 갖고 있는데, 그럼에도 새로 저걸 산 이유는 주석 때문입니다. 마치 칸트나 헤겔을 논의하면서 고전과 현대의 다양한 주석가들을 인용하는 것처럼, 동양철학 전공자들 논문을 보면 조기나 주희에서 조선 후기 정약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자들의 주석들을 논문에 인용하면서 논의를 진행시키더라고요. 전공자들을 따라가지는 못하더라도, 만일 저런 영역에서 뭔가 얘기를 한다고 할 때 제 얘기가 전문가들에게 씨알이라도 먹힐 수 있으려면 저런 주석들에 관해 이해는 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평소에 주해집 같은 걸 사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예전에 전공자분께 추천받았던 주해집의 번역본 중 하나가 생각나서 샀습니다. ('부 안설' 붙은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주석이 풍부해서 좋기는 한데, 마치 국한문혼용 책처럼 번역에도 한자들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게 많아서 한문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읽기가 다소 어렵습니다. 특히 환공, 애공, 안연 같은 인물 이름이나 부자(夫子)처럼 공자를 높이는 존칭들도 그대로 옮겨 쓰고 있어서 좀 난감하네요. 일단 기존의 논어/맹자 번역본은 안 팔고 그대로 갖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TheNewHegel 님 덕에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아래 구절처럼, 이렇게 매일 배우고 익히면 정말 기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논어"도 이미 오래전에 독일어로 번역되었더군요...)
Der Meister sprach: Lernen und fortwährend üben: Ist das denn nicht auch befriedigend? (übersetzt von Richard Wilhelm)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는 입장에서 사실상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민추에서 배워보신분들은 알겠습니다만 교육과정 자체가 토를 달고, 배송하고, 암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습니다. 제가 민추에서 배울 때 초보적 과정에서 상세한 문법적 해석이나 철학적 탐구는 뒤로 넘어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공부해서 한문 실력에 많은 도움이 되었구요. (저는 서양철학/한문학 전공입니다. 동양'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한문을 배운것이 아니라는 점이 영향 있을 것 같습니다. )
특히 제가 한문공부하던 10여년 전에 쓰던 성백효선생님의 초록색 집주는 심했구요. 사실상 현토의 현대화에 불과했습니다. 장점은 주자 집주에 대한 매우 적확한 번역이라는 것이고, 단점은 한국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론 당시 선생님들께 배우다 보면 저도 어느새 그냥 한문으로 사고하고 있어서 불편은 없습니다. 현토의 위대한 점이지요.
그런데 한문을 모르시는 분들이 이 책을 번역서로 여기고 읽었을 때 큰 효용은 없지않나 싶습니다.
번역서를 추천드리고 싶기도 한데, 경전을 번역으로 읽지 않은지가 오래되어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