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끝까지 읽을 것 같지만, 솔직히 언제 던질지도 모르겠고, 노력해서 글을 쓰고 싶은 책도 아닌고로, 서문과 1장만 읽고 쓴 리뷰를 적습니다.
(3줄 요약부터) 1. 제인 베넷이 2. 존스홉킨스대 정치학과 교수인 것은 3. 존스홉킨스대의 수치다.
(1)
예전 글에도 적었지만, 제인 베넷이 이 책을 쓴 목적은, "당면한 시급한 문제", 즉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그 방법으로 비-인간적인 사물들 전체를 단순한 (인과론적 세계 속) 물질이 아니라, 그 자체로 어떠한 "사물 권력"을 가진 '생기' 있는 물체로 볼 것을 제안한다. 동시에 (인과론적 세계에서 자유의지를 가진다는 점에서) 특권적으로 상정되는 인간 역시, 다른 비-인간 사물들과 동일한 "사물-권력"을 가진 생기 있는 물체로 해체할 것을 제안한다.
(2) 여기까지야....뭐 실험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는데, 논증 과정 자체가 엉망이다. 사실 그녀가 "논증"을 의도한 것 같지도 않다.
1장까지 그녀가 자신의 주장을 옹호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a) 그 자체로 증명하는데 책 한권이 필요할 것 같은 주장을 쓸 때는, 다른 권위있는 책에 있는 내용을 가져다 쓰기. (권위에 대한 호소) (b) 자신이 일상에서 겪은, 우연히 본 하수구 속 물질에 "사로잡힌", 즉 "사물-권력"의 영향을 받은 경험에 대한 시적 호소. (c) 카프카의 단편에 나오는 희한한 꼭두각시, 가 생기있는 물질의 예시라는 주장. (은유와 실제에 대한 혼동) (d) 현대 유럽 철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어원에 근거한 호소.
(2-1) (a)가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부적절한" 방법이라는 점에서 딱히 코멘트하지 않겠다.
(b) 역시도 적어도 학술 서적이라면 이런 방식으로 쓰면 안 된다 생각한다. 도대체 왜 자신의 "일인칭적 경험"을 특권화해서, 이론의 근거로 제시할 용기를 냈을까? 물론 인류학이나 사회학 같은 직접 관찰을 주요 방법론으로 쓰는 학문에서는 그런 근거 제시를 사용하긴 한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들은 "민족지"라는 굉장히 두껍고 최소한의 교차 검증이 가능할 정도의 "객관성"을 담보할 물건을 만들어놓고 자신의 주장을 전개한다. [물론 대가들은 좀 대충쓰긴 한다.]
(c)도 문제적이다. 카프카에 대한 비평도 아니고, 실제 현실에 대한 어떠한 주장, 즉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면, 적어도 실제 현실에 기반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는 반대로, 가상의 무언가가 곧 내가 (현실에 대해) 주장하는 바를 옹호한다는 괴상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예컨대, "유니콘이 있다."를 옹호하기 위해, 무슨무슨 책에서 유니콘이 나온다를 근거로 제시하는 꼴이다.
관대하게 봐도, 카프카의 이 꼭두각시가 자신의 주장을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유의미한 모델 혹은 상징이다, 라고 볼 수 있는데, 그정도의 중요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d)도 적어도 지금 주장과 학술의 맥락이라면, 사용하면 안 되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3) 논증의 방식도 엉망이지만, 사실 목적과 주장 자체도 굉장히 모호하다 생각한다. 우선 목적과 주장이 정합하는가? 과연 인간/비안간 모두 "사물 권력"을 가진 생기있는 물질이라는 점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설득한다면, 사람들은 환경을 윤리적 대상으로 존중하게 될 것인가?
이 두 주장 사이의 연관성을 증명하는 것에도 책 한권이 필요하다 난 생각한다.
(4) 사실 "사물-권력"이라는 개념조차 굉장히 모호하다. 베넷이 드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인데, (a) 하나는 하수구에서 자신의 "관심"을 사로잡은 물건들. 즉 자신에게 어떠한 정동(affect)를 주는 물질들. (b) 그 자체로 자신들의 구조를 형성해서 자라나는 광물 결정들.
이 두 예시를 통해 제인 베넷이 생각하는 "사물-권력"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겨진다. 우선은 이게 다른 사물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고, 이 영향이 (다른 인과론적 외부의 영향 없이) 스스로를 원인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인간마냥.)
문제는 과연 제인 베넷이 뭉뚱그린 이 개념들이 학술적으로 유용한 구분인게 잘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폐기 처분해야할 쓰레기 개념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감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그리고 자기 스스로를 "물리적으로" 조직화하는 것. 이 둘을 동일한 "영향"으로 볼 수 있을까?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전자는 물리적 인과와는 무관한 영향이고, 후자는 어떠한 형태의 물리적 인과로 보인다.
그리고 광물질이나 인간이 외부의 (인과적)영향 없이 스스로를 조직화한다 볼 수 있을까? 이 자체는 계과 행위자를 착각한 짓이라 생각한다. 광물질이 자기 조직화되는 건, 광물질이 외부 환경과 (복잡한) 인과적 상호작용을 통해 퇴적하고 형성되는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5) 인과론이 사실 분석철학에서 제일 논쟁이 많고, 결론도 없고 답도 없는 분야인데 이렇게 뭉뚱그려 스리슬쩍 넘어가는 건, 좀...그렇지 않나...?
(6) 역시 인생은 운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