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철학회 홍보물 & 간략한 취지설명

안녕하세요? 지난번 아래 게시글에서 발표자를 찾았던 BuenCamino입니다. 이번에 홍보물이 나오게 되어서 다시 한번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B급 철학회 - 발표자를 구합니다

신청은 취미모임 어플인 ‘문토MUNTO’에서 받고 있는데요. 저희가 지금까지 활동했던 곳이기도 하고, 취미 모임을 찾는 분들이 많이 사용하는 어플이라, 가장 대중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이라고 생각해서 여기 올리게 되었습니다. 참여하실 분들은 번거로우시겠지만, 문토에 가입해주셔서 문토로 신청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문토 신청 링크

다만, 앱 활용에 어려움이 있거나 기타 사유가 있는 분들은 제게 DM을 남겨주시거나,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참가비는 2만원을 받고 있는데요. 음료 한 잔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인문학 강연/모임 자체에 돈을 좀 쓰는 문화가 되어야 저희 앞날이 조금은 밝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조금이라도 참가비를 받고 있습니다.

혹시 참가비가 부담되시는 고등/대학생이 있으시다면 저한테 살짝 알려주세요. 대학원생은 안됩니다. 저도 형편 뻔한 대학원생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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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소개는 이쯤하고, 이런 행사를 기획하게 된 취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요. 잠시 다른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공감하실지 모르겠지만, ‘철학의 대중화’(혹은 대중의 철학화)는 꽤나 상투적으로 반복된 구호인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많은 진전이 있는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해서 인문학과는 사라지고 있고, 인문학/철학은 마케팅용어로 사용되는 정도로 남게 되는 것만 같습니다. 대학원생들이 대학원에서 배우는 철학과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철학 사이에 꽤나 큰 괴리가 있어보이기도 하구요. 또 유튜브나 여러 매체에서 철학이나 인문학을 다루는 컨텐츠 자체는 엄청나게 늘어가고 있지만, 너무 간략하게 만든 (이른바 펭귄밀크로 만든) 컨텐츠만이 대중성을 띄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물론 이런 컨텐츠도 당연히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된 이유에는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그 중 하나로 저는 철학 자체가 가진 ‘지적인 즐거움’을 주는데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그런 즐거움 때문에 대학원까지 오셔서 고생하고 계시다고 생각하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철학은 원래 어렵고, 어렵게 생각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이나 지적인 만족감같은 즐거움이 따라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철학이 대중과 다가가기 위해 지금까지 이 부분을 희생시켜왔던 것이 결론적으로 대중과 멀어지게 만들었던 것은 아닌가 해요. 지난한 과정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당히 철학자들의 결론을 따와서 손쉽게 이름붙이는 방식으로 말해주고는, 그것이 철학이라고 말하면서요. 그런데 이렇게 하다보니, 정작 철학의 핵심인 생각하는 과정 자체가 사라지고 허울만 남게 되는 것 같아요.

그 결과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마케팅 용어로 전락한 철학이나, 펭귄밀크로 만든 컨텐츠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사실 요정도의 얘기를 하기 위해서 저희가 박사까지 고생하면서 따는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배운 것들은 이것보다는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고, 난해하지만, 동시에 ‘재밌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고 믿어요. 이런 재미를 포기하고 ‘쉬운’ 철학만을 주려는 시도는 마치 퍼즐 맞추기 어려우니 완성본 퍼즐만을 액자에 넣어서 주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이런 가설(?)을 가지고 대중분들을 위한 독서모임을 열 때 종종 철학책을 섞어넣어 봤어요. 물론 엄청 어려운 책들은 제가 못해서 못하구요. 최성호 교수님이 쓰신 『인간의 우주적 초라함과 삶의 부조리에 대하여』 나 『썸타기와 어장관리에 대한 철학적 고찰』 같은 책들은 정말 인기가 좋았구요. 프랭크퍼트의 『개소리에 대하여』나 밀의 『자유론』은 어려워 하시면서도 재밌어 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인기는 조금 없었지만, 『파이돈』, 『변명』, 『크리톤』 같은 소크라테스 저작들은 나름 마니아층들의 관심을 받기도 했구요. 이런 책들을 하면서 느꼈던 점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철학에 대해 관심이 더 많고, 생각할 지점을 적절히 던져주기만 한다면 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즐거워하신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철학이 대중에게 나아가는 새로운 방법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거 같아요. 어려운 철학을 그대로 가져가되, 그것을 부담스럽지 않게 소화시킬 수 있는 형식을 맞춰 제시한다면 사람들은 어려운 것 자체를 철학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면서 ‘재미있게’ 받아들여주지 않을까 하고요. 이번에 기획하는 B급철학회도 그런 의도로 기획한 행사에요. 굳이 학회 형식을 채용하고, 연구자분들께 부탁드린 것도, ‘실제 철학연구는 이렇게 이뤄진다! 함 무바라! 맛있제?’ 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잘될지 안될지, 얼마나 호응이 있고 사람이 모일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여러 방식으로 다양하게 해보려고 해요. 그렇게 해야 우리 파이도 조금 넓어지고, 대학 외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인문학 행사 주체로 대학원생들이 설 수 있는 자리가 생겨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또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철학… 우리만 알고 있기 아까울만큼 재밌지 않나요 솔직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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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소맨을 가지고 타츠키 뒷담하는 건 잘할 수 있는데... 나중에 그런 기회가 온다면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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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의 결산물로 <땅울림 비판> 출간되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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