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적 개인은 니체주의적 경합적 민주주의의 주체인가?」, 『시대와 철학』, 제35권 2호, 2024

이번에 발표한 논문입니다.

이전 학기에 발표한 논문(김도윤, 「니체주의적 경합적 민주주의는 샹탈 무페 모델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시대와 철학』, 제34권 4호, 2023)과 연속 선상에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논문의 의의는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주권적 개인은 니체주의적 경합적 민주주의의 주체가 아니다'를, 나머지 하나는 '주권적 개인이 니체의 이상적 인간이 아니다'를 주장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논쟁이 될 법한 것은 후자인데, 한국의 많은 연구자들은 주권적 개인을 니체의 이상적 인간으로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이 점 때문에 지도 교수님께서는 비판이 많을 수도 있다고 조언해주셨는데, 운 좋게 별 탈 없이 통과됐습니다.

들어가는 말과 나가는 말을 옮겨둡니다.

들어가는 말
오늘날 우리는 언론을 통해 민주주의의 퇴행 혹은 위기라는 표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혹은 극복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작업이 정치·사회 철학계의 의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 민주주의 개념을 분석할 수도 있고, 위기 상황에 놓인 현재의 민주주의 모델에 비판을 가하며 발전된 혹은 대안적 모델을 제시할 수도 있다. 샹탈 무페의 작업이 좋은 예시다. 그녀는 민주주의 개념 내에 역설적 사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우파·보수 철학자로 여겨지는 슈미트를 통해 좌파적인 경합적 민주주의 이론을 제공했다. 그녀 이론에 영향을 받아 국내외에서 경합적 민주주의에 관한 많은 담론이 오고 가고 있다.
그런데 무페가 『경합들』에서 정확히 지적하듯이 경합적 민주주의 이론에는 자신이 제안한 모델 말고도 다양한 모델이 있다. 예컨대 영미권과 독일·네덜란드권의 니체주의자들은 권위적이고 엘리트주의적인 외양을 띠는 니체를 재해석해 경합적 민주주의 이론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경합적 민주주의에 대한 담론을 풍부하게 구성하려면 니체주의적 경합적 민주주의 모델(이하 니체주의 모델)에 대한 논의도 첨가되어야 한다. 문제는 니체주의 모델도 주장하는 학자마다 각기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니체주의 모델 일반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개별 모델에 대한 비판적 분석이 가미될 때, 니체주의 모델에 대한 합당한 이론적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본 논문은 많은 니체주의 모델 중에서 데이비드 오웬(David Owen, 이하 오웬)이 제시한 모델을 철학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니체주의 모델을 구성하는 주체에 관한 오웬의 주장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다. 오웬은 『도덕의 계보』에서 등장하는 ‘주권적 개인’이 니체주의 모델에 적절한 주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만일 오웬의 주장과 달리 주권적 개인이 니체주의 모델에 적절한 주체가 아니라면, 우리는 오웬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다른 이론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본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우선 니체주의 모델 일반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2장), 오웬의 이론을 재구성하고 정리한다(3장). 이후에는 오웬이 이론적으로 빚지고 있는 니체의 『도덕의 계보』를 분석하여, 오웬 이론이 니체 철학과 정합적이지 않으며, 경합적 민주주의에 적절한 주체가 아님을 보인다(4장과 5장).

나가는 말
지금까지 니체주의 모델에서 요구되는 주체에 관한 오웬의 주장을 소개하고 비판하였다. 오웬에 따르면 니체주의 모델의 구성원들은 ‘가치 찬동 능력’과 ‘자기 지배 능력’을 지녀야 하고, 주권적 개인이 두 능력을 모두 갖춘 자이다. 하지만 오웬의 주장은 다음의 세 비판에 취약함을 알 수 있었다. 첫째, 자연주의적 니체 독법에 따르면 니체가 가치에 찬동할 수 있는 자기 의식적·자율적 인간을 긍정했는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성공적으로 반박하더라도, 주권적 개인이 자율적인 존재인지 의문이기에 그가 가치 찬동 능력의 소유자인지 불분명하다. 둘째, 주권적 개인은 자기 지배가 실제로 가능한 인간이 아니라 단지 자신이 그러한 존재라고 착각하는 존재일 수도 있다. 셋째, 주권적 개인은 니체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상적 인간상이 아니기에, 그를 니체의 이상적 공동체인 경합적 민주주의의 구성원으로 상정하는 오웬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본 논문은 오웬의 주장을 비판적 시선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목표는 달성하였지만, 두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첫째, 주권적 개인이 니체주의 모델에 적절한 주체라는 오웬의 주장을 비판하였으나, 니체주의 모델에 적절한 주체가 누구인지 긍정적인 형태의 논증을 제공하지 못했다. 둘째, 오웬의 주장에 대해 부분적으로 반박했을 뿐, 가치 찬동 능력과 자기 지배 능력이 정말로 니체주의 모델에서 요구되는 능력인지 그리고 다른 능력들이 요구되지는 않는지 따져보지 않았다. 이러한 점들을 차차 검토하는 것이 필자에게 남은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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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phisten 님은 굉장히 일관적인 주제와 논지로 논문들을 쓰시네요! 대학원 박사과정시절에 출판한 논문들을 모아서 적절한 챕터로 배치만 해도 박사논문이 완성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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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맞습니다. 저는 박사논문 구성을 대강 머리 속에 두고 있는데, 각 챕터에 관련된 글들을 읽고 정리해서 학술지 논문으로 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급하게 박사 논문을 쓰기보단 차근차근 준비된 상태에서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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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학술지에 출판한 논문을 박사학위 논문에 포함시키는 것이 허용되는지 대학원 행정팀이나 학교 윤리위원회 등에 한번 문의해 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이공계는 대체로 이런 식의 박사논문작성을 권장하고 있고, 인문계에서도 학술지 출판물을 학위논문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아주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라서 학과 내에서도 혼란이 있을 수가 있어요.

그래서 저도 최근에 학교 윤리위원회에 학술지 출판 논문을 학위 논문의 한 챕터로 사용해도 되는지 문의 메일을 보냈거든요. 지도교수님께서 그 문제에 대해 관련 기관에 명시적으로 유권해석을 받아 놓는 게 좋겠다고 조언을 해주셔서요. 잘못하면 중복 게재 시비가 걸릴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니까요. 다행히 저희 학교의 경우에는 허용을 해주더라고요. 서강대학교도 허용을 하고 있고요. (일반대학원 -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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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로는 이게 학과에서 통과를 시킨다 해도 심사위원 마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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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그런 규정이 있기도 하는군요. 일단 아직 유학 생각중이긴한데, 혹시 몰라 저번 학기에 졸업하신 선배 분 박사논문을 보니 본인 학술지 논문을 인용해두셨네요. 저희 쪽도 괜찮나보네요. 첨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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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 님이 말씀하신게 아마 단순히 자기 논문을 "인용"하는 것을 넘어서서, 아예 출판된 본인 논문을 (거의 그대로) 박사논문의 한 부분으로 편입시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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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해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