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마지막에 발표한 논문입니다.
요약문
본 논문은 니체에 기반한 경합적 민주주의 모델이 샹탈 무페 모델의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는지 검토한다. 경합적 민주주의 이론은 칼 슈미트 또는 니체를 사상적 원천으로 지닌다. 한국에서 자주 논의되는 무페가 슈미트의 철학에 기반하여 자신 고유의 경합적 민주주의 모델을 구성한다. 그러나 슈미트에 근거를 두는 그녀 모델은 다음 네 비판에 취약하다. 첫째, 정당한 상대방과 적에 대한 구분이 모호하다. 둘째, 적대의 존재론적 근본성과 적대 아닌 경합을 동시에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비일관적이다. 셋째, 그녀가 말하는 경합은 자기 보존이라는 텔로스에 갇혀 있어 실질적으로 다원적 세계를 포착하지 못한다. 넷째, 경합 유지 수단에 관한 이론적 요소가 없고, 경합을 유지할 수 있는 갈등의 정도에 대한 설명도 없다. 무페와 달리 코널리와 오웬을 비롯한 니체주의자들은 니체에 기반하여 경합적 민주주의 모델을 구축한다. 필자는 니체의 텍스트와 니체주의자들의 논의를 분석 및 재구성한 후, 니체주의적 모델이 앞서 언급한 무페 모델의 한계들을 다소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들어가는말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면모를 없애기 위해 과거의 여러 철학을 재조명하고 현대화하는 것이 오늘날 사회철학자의 임무이다. 슈미트와 맑스, 그리고 포스트 구조주의를 절합하여 현대적 경합적 민주주의 이론을 만들어낸 샹탈 무페(이하 무페)의 작업이 좋은 예이다. 무페의 작업은 그 참신함 덕분에 기존 맑스주의, 숙의 민주주의 이론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한국에서 많은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반면 영미권과 네덜란드의 니체주의자들이 니체를 토대로 구상한 니체주의적 경합적 민주주의가 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무페 또한 자신 저작을 통해 니체주의 모델과 자신 모델을 대결시키고 있는바, 한국에서 경합적 민주주의에 관한 깊이 있는 담론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니체주의 모델에 대한 이해와 검토가 필요하다.
본 논문은 니체주의적 경합적 민주주의를 소개하고 철학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양한 영역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루어 낸 경합적 민주주의 이론은 근거하는 사상을 기준으로 니체 기반 모델과 슈미트 기반 모델로 나뉜다. 후자의 대표주자가 한국에서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무페이다. 반면 전자 또한 경합적 민주주의의 한 축을 담당함에도 국내에서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은 국내의 사회철학계와 니체 학계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은 니체주의적 경합적 민주주의를 소개하고, 그들이 무페 모델의 이론적 한계를 뛰어넘을 잠재력이 있는지 검토할 것이다. 우선 경합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세 가지 철학적 요소를 설명한다(2장). 그에 기반하여 무페의 모델을 재구성하고(3장 1절), 이론적 한계를 짚어본다(3장 2절). 다음으로 니체 텍스트 분석을 통해 니체주의적 경합적 민주주의가 성립 가능함을 보이고(4장 1절), 니체주의 모델을 자세히 살펴본다(4장 2절). 앞선 내용을 종합하며 니체주의 모델이 무페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는 더 좋은 모델인지 견주어 본다(5장).
나가는말
지금까지 두 경합적 민주주의 모델을 소개하고, 두 모델의 한계점까지 살펴보았다. 슈미트에 기반한 무페 모델은 다음의 네 비판에 취약함을 알 수 있었다. 첫째, 그들을 정당한 상대방과 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모호하다. 둘째, 적대의 존재론적 근본성과 적대 아닌 경합을 동시에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비일관적이다. 셋째, 무페가 말하는 경합은 자기 보존이라는 텔로스에 갇혀 있다. 넷째, 경합 유지 수단에 관한 이론적 요소가 없고, 경합을 유지할 수 있는 갈등의 정도에 대한 설명도 없다. 반면 니체주의 모델은 무페와 사상적 토대를 달리하기에 앞선 세 비판을 피해갈 수 있었고, 네 번째 비판에도 어느 정도 반박할 이론적 힘을 갖추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니체주의 모델이 무페 모델보다 더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니체주의 모델도 무페와 마찬가지로 ‘경합을 가능케 하는 갈등의 정도’에 대한 비판에 대해 좋은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무페와 달리 ‘결정의 순간’에 관한 설명이 부재하다는 비판에도 취약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니체주의자들에게 남은 과제는 자신의 두 한계를 보완할 방도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본 논문의 한계 또한 분명하다. 본 논문은 많은 니체주의 모델 중에서 코널리와 오웬을 중심으로 다뤘기에, 지멘스와 하탑 등 다양한 니체주의 모델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심지어 코널리와 오웬이 푸코에게 영향받은 면모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이러한 점들을 차후에 설명하는 것이 필자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참고문헌
김도윤. 2023. 「니체 철학의 사회철학적 재구성 흐름에 대한 비판적 점검: 공동체주의와 대안적 독법을 중심으로」. 『사회와 철학』 45(1): 1-30.
루만, 니클라스. 2020. 『사회적 체계들』. 이철·박여성 옮김. 한길사.
콘웨이, 다니엘. 2022. 『니체의 『도덕의 계보』 읽기』. 임건태 옮김. 서광사.
무페, 샹탈. 2020. 『경합들』. 서정연 옮김. 난장
무페, 샹탈. 2012. 『정치적인 것의 귀환』. 이보경 옮김. 후마니타스.
피시킨, 제임스. 2020. 『숙의민주주의』. 박정원 옮김. 한국문화사.
슈미트, 칼. 2012. 『정치적인 것의 개념』. 김효전·정태호 옮김. 살림.
한상원. 2020. 「포퓰리즘, 데모스, 급진민주주의」. 『시대와 철학』 31(2): 97-134.
Acampora, Christa Davis. 1996. "Homer's Contest". Nietzscheana 5.
Acampora, Christa Davis. 2013. Contesting Nietzsc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August, Vincent. 2022. “Understanding democratic conflicts: The failures of agonistic theory”. European Journal of Political Theory. pp. 1-22.
Connolly, William E. 2022. Identity, difference: Democratic negotiations of political paradox.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Connolly, William E. 1995. The ethos of pluralization.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Fossen, Thomas. 2008. “Agonistic critiques of liberalism: Perfection and emancipation”. Contemporary Political Theory 7. pp. 376-394.
Kalyvas, Andreas. 2016. “The democratic Narcissus: The agonism of the ancients compared to that of the (post) moderns”. Law and agonistic politics. Routledge. pp. 27-54.
Menga, Ferdinando G. 2017. “Conflicts on the threshold of democratic orders: A critical encounter with Mouffe’s theory of agonistic politics”. Jurisprudence 8.3. pp. 532-556.
Morar, pia. 2022. “Disparate Conceptions of the Agon: Nietzsche and Agonistic Democracy”. Nietzsche and the Politics of Difference. pp. 227-246.
Mouffe, Chantal. 2005. On the political. Routledge.
Nietzsche, Friedrich. 2020. Sämtliche Werke: Kritische Studienausgabe in 15 Bänden, Colli Giorgio and Montinari Mazzino (ed.). De Gruyter.
Owen, David. 2002. “Equality, democracy, and self-respect: reflections on Nietzsche’s agonal perfectionism”. Journal of Nietzsche Studies 24. pp. 113-131.
Owen, David. 2013. “Nietzsche’s freedom: the art of agonic perfectionism”. Nietzsche and the political thought. pp. 71-81.
Owen, David. 2008. “Pluralism and the Pathos of Distance(or How to Relax with Style): Connolly, Agonistic Respect and the Limits of Political Theory”. The British Journal of Politics and International Relations 10.2. pp. 210-226.
Paxton, Marie. 2020. Agonistic democracy: Rethinking political institutions in pluralist times. Routledge.
Pearson, James. 2018. “Nietzsche on the Sources of Agonal Moderation”. Journal of Nietzsche Studies 49.1. pp. 102-129.
Siemens, Herman W. 2013. “Reassessing radical democratic theory in the light of Nietzsche’s ontology of conflict”. Nietzsche and the political thought. pp. 83-106.
White, Stephen K. 2022. “Agonism, democracy, and the moral equality of voice”. Political Theory 50.1. pp. 5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