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랫동안 항상 모든 글 잘 읽으며 모든 기여하시는 분들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대결(?)을 유도하려는 듯한 제목에 대해 먼저 사과드립니다. "변화가 있나요?"라고 하려다가, 보다 선명한 입장을 여쭙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해서 다소 도발적인 표현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비전공자이고, 어릴 때 철학자들에 대한 막연한 경외감이 있어서 모 철학 교수님의 홈페이지에 이런 질문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누군지는 기억이 안 나고 아마 아래 답변으로 미루어보아 분석철학 계통이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철학을 배우면 삶과 사물을 볼 때 뭔가 다른 것이 꿰뚫어져 보이는(?) 능력이 생기나요?"
이에 그 교수님은 대략 아래와 같이 답변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삶과 사물을 볼 때도 어떤 변화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철학을 배우는 목적은 무언가 색다른 것을 얻어내기 위함이 아니라, 문제의 옳고 그름을 변별하고 찾아가는 능력을 기르기 위함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제가 비전공자로서 궁금한 것은 위 교수님의 관점이 실제 철학 전공자 여러분의 컨센서스인지입니다. 분석, 대륙, 동양, 종교 등 분야를 막론하고 최소한 학문으로서의 철학을 일정 수준 이상 하는 사람들은 모두 위와 같은 철학관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만약 아니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문장을 풀어서 다시 여쭙자면, 제목과 같이 '철학을 배우면 실존, 또는 현실(의 세계관)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까요?' 그리고 '없다면 어떤 이유에서이고, 있다면 어떤 변화일까요?'입니다.
특히 선생님 중 한 분의 이 글, '철학은 무엇을 줄 수 있는가'와 댓글들을 재미있게 읽고 나서 더 질문드리고 싶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제 의문을 덧붙이자면, 역사상 위대하다고 평가되는 학자들, 가령 플라톤, 데카르트부터 특히 칸트, 헤겔, 후설, 하이데거 등은 소위 일반인들도 "우와" 할 만한 '인류/세계에 대한 통찰' 또는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위 링크 글에서 선생님들의 표현대로 "궁극적 진리"를 제시하려 하지는 않았더라도, 최소한 이를 지시할 만한 어떤 단서로서의 무언가에라도 천착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우리 시대에는 더 이상 '그런 류의 철학'은 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세계) 철학계의 합의인 것으로 이해해야 할까요? 맞다면 그 합의가 있게 된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령 과학 및 상대주의/다원주의의 발전일까요?
클리셰 질문에 속하는 것 같지만, 시간이 되신다면 선생님들의 좋은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좋은 한 주 보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