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대부분의 의견,판단,선택은 착각이다 (?)

내로라하는 철학자들이나 모든 사람은 이후에 개발될 굉장히 똑똑한 인공지능에게 대부분의 논제를 논리적으로 반박당할것이다. 그렇다는건 우리가 무슨 의견,판단,선택을 하든 그 의견,판단,선택은 틀리다는 의견을 주장하는 인공지능한테 설득당할테며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논제를 가지고 하는 모든 의견,판단,선택 은 착각에서 비롯됬다는 의미이다

이말에 결점이 있다면 어디있을까요?

(1) 인간에게 판단과 선택은 어느정도 가치의 문제가 있죠. 코드님이 제시하신 인공지능설이 성립하려면, 인공지능과 인간 모두가 동의할 어떠한 기준으로 이 가치 모두가 환원되어야 할 겁니다. (뭐 대표적으로는 트롤리 문제처럼 인간의 목숨값부터 환원되어야죠.)

근데 이런걸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해도 어려워보입니다. 일단 다양한 가치가 하나의 가치로 환원된다는 생각자체도 좀 무리가 있어 보이고, 하나의 가치로 환원되도 이게 비교가능한가는 좀 물음표입니다.

도덕 자연주의를 주장하면 모든 도덕적 가치는 좋음, 쾌락으로 환원된다 주장할 수도 있는데, 여기서 그럼 담배피는 쾌락과 담배를 안 펴서 얻는 건강함의 쾌락 중 뭐가 더 낫냐라는 질문에 인공지능이 대답할 수 있을까요. 통상 이 둘의 쾌락은 빨강과 파랑처럼 질적 차이를 가진다는 점에서, 걍 취향 차이일텐데 이걸 인공지능이 대신 결정해준다는 건 넌센스처럼 보입니다.

(2) 그리고 사실의 문제도 어려운 지점이 있죠. 대표적으로 인간의 자연 언어는 인공언어로 전환되기 힘든 모호함(vagueness)를 가지고 있죠.
모호함은 대충 보더라인 사례가 있는 걸로 정의하죠. 예를 들어 손가락 하나를 잃는 것은 장애인인가 아닌가. 아니면 머리 두개 있는 사람에게 머리 하나를 자르는건 그 사람을 죽이는 것인가 아닌가.
이런건 정의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참거짓을 말하기 힘들어보입니다. 인공지능이 이거에 답할러면 사실상 인간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정의를 가진 - 일종의 초언어-이데아를 발견한 셈인데 이거 자체가 있는지조차 의문이고 이게 있어도 인공지능이 이걸 안다는 것도 좀 납득하기 어려운 가정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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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다 이해는 못했습니다만.. 만약 인공지능대신 1000년에 한번 나올 초천재로 가정 하면 어떻게 될까요? 제가 하고싶은건 다른게아니라 어떤 논제든 대부분은 초천재에게 결국은 논리적으로 반박당할꺼라는 가정으로 "우리가 어떤 논제를 가지고 하는 모든 의견,판단,선택 은 착각에서 비롯됬다는 의미이다 " 라는말을 끌어내고 싶습니다

(1) 제가 문제 삼는건 코드님이 쓰신 "논리적"이라는 표현의 뜻입니다.
엄격한 철학적 맥락에서 논리적이라는 건 논리학을 따른 건전성 (a=b이고, b=c이므로 a=c이다.)을 따를 때 성립되다고 보면 될겁니다만, 이정도 엄격한 정의로 쓰신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일상적 용례에서 논리적이라는 건, 상대가 제가 제시한 주장과 그 근거를 납득한다 정도로 이해하겠습니다. 근데 여기서는 단순히 납득하는걸 넘어서 제 견해가 수정되어야하겠죠.

(2) 문제는 세상의 모든 논제가 "논리적"인 방식으로 풀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초천재든 AI든 가치의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논리적으로 풀릴지 전 짐작이 안 갑니다. 예를 들어 초천재든 AI든 빨강이 아름답냐 파랑이 아름답냐 물어보면 과연 이들의 답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논리적" 답일지 전 모르겠습니다.

일상적 용례로 보자면 걍 취향 차이니깐요. 취향의 옳고 그름을 참/거짓의 논리적 문제로 환원하는건 대체로 불가능하다 봅니다.
그니깐 문제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는거죠. 초천재든 Ai든 참/거짓의 문제가 아니니깐 논리적 논박은 안 되죠.

(3) 모호성의 문제는 그냥 넘기겠습니다.

어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논리적인 방식으로 풀어낼수있는 논제면 "어떤 논제를 가지고 하는 모든 선택 은 착각에서 비롯됬다는 의미이다" 는 맞는 말로 일단 정할수있겠네요? 이외에도 결점이 있는걸까요

(1) 일단 선택이라는 단어가 전 걸리네요. 적어도
인간의 선택이라면, 이건 의식적인 행동이고 의식적인 행동이 언제나 참/거짓의 문제로 환원되는건 아니니깐요.

(2) 그리고 참/거짓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이걸 언제나 확정하기 어려운 문제를 통상 모호성이라 부릅니다. 예를 들어 뚱뚱하다 같은게 있죠. 우리는 모두 뚱뚱하다가 무슨 뜻인지 (정의는 못 내리더라고) 잘 알고 일상생활에서 잘 씁니다.
허나 누가 뚱뚱한걸까요? 딱 봐도 마른 사람은 아니겠지만 어디부터죠? 이건 사실 딱 경계를 지을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보더라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의 참/거짓을 해소하려면 뚱뚱함이 어디서부터 어디인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정의가 내려져야합니다만, 이건 굉장히 어려워보입니다.
물론 편의상 bmi 얼마부터라고 할 수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필요에 따른 정의이지,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뚱뚱하다의 모든 경우를 설명할 수 없으니깐요.

알겠습니다 짐작이야 했었지만 저 자신이 느끼기와는다르게 결점이 많은 말이었군요 와닿을수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꽤 적지않은 논제에서 제말은 맞을수도있는거겠네요? 사형제 폐지,동물원은 필요한 시설이다,악법도 법이다 ,등등 에서 저같은 일반인이 어떤 논리를 세워서 선택한들 제 선택은 착각이라 볼수있는 거겠죠?

ㄱ) 지금 나의 어떠한 생각은 언젠가 반박될 것이다.
ㄴ) 그러므로 지금 나의 그 생각은 착각에서 비롯하였다.

앞에 ㄱ)부터가 참인지 알 수 없어서 ㄴ)을 곧장 도출하긴 무리입니다.
'어떠한 생각'이 애초 반박이 불가능한 명제일 수 도 있고,
반증가능성이 있더라도 앞으로도 반박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착각이다'가 아니라 '착각일 가능성이 있다'가 온건한 견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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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이 이미 잘 이야기해주셨지만, 이렇게 정리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1. 우리가 제시한 모든 논제는 이후에 인공지능에 의해 반박 당할 것이다. (전제)
  2. 인공지능에 의해 반박 당한 논제는 착각에서 비롯된 논제이다. (전제)
  3. 따라서 우리가 제시한 모든 논제는 착각에서 비롯된 논제이다.

논증을 평가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기준이 있죠.

(a) 타당성: 해당 논증이 참인 전제들로부터 참인 결론을 필연적으로 도출해내고 있는가?
(b) 건전성: 해당 논증이 제시한 전제들이 실제로 참인가?

타당성의 관점에서 보면, 제시하신 논증에 큰 형식적 결함은 없는 것으로 보여요. 조금만 형식적으로 다듬으면, 일종의 가언삼단논법 형태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제시하신 논증의 전제 1과 2가 실제로 참인지가 매우 불확실하다는 점이죠. (솔직히 말해, 저는 둘 다 거짓일 뿐만 아니라, 아무리 '자비의 원칙'에 따라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려 해도 정당화되기 어려운 대단히 과격한 주장들이라고 생각해요.)

Mandala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x는 좋다/나쁘다." 같은 가치 판단은 결국 관점의 문제라 특정한 입장이 다른 입장을 결정적으로 반박한다고 말할 수가 없어요. 설령, A라는 입장이 B라는 입장에 대한 반박으로 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반박을 반드시 결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도 없고요. (A가 "나는 짜장면을 좋아해."라고 말했는데, B가 "야, 짜장면보다는 짬뽕이지!"라고 반박했다고 해서, B의 주장을 A가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닌 것처럼요.) 더군다나, 힐러리 퍼트남이 잘 지적한 것처럼, 과학적 논의를 평가할 때 통용되는 '단순성', '정합성', '설명력' 같은 기준들조차 결국 일종의 가치 판단을 전제하기 때문에, 사실의 문제에 대해서 역시 특정한 입장이 다른 입장들보다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하기 어렵고요. 이런 점에서 전제 1은 상당히 의심스럽죠.

설령, 우리가 A라는 입장을 B라는 입장에 대한 결정적 반박으로 받아들였다고 하더라도, russell93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명제 p가 반박되었다(혹은 반박될 수 있다.)."라는 것과 "명제 p는 착각에서 비롯되었다."라는 건 별개의 문제라서요. (애초에 처음 논증이 말하는 '착각'이라는 게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애매해요. 단순히 해당 명제가 거짓이라는 의미인지, 아니면 해당 명제가 꿈이나 환각처럼 심리적 결함 상태에서 도출되었다는 의미인지 말이에요.) 또, 가치 판단에 대한 논의의 연장선에서, "인공지능이 우리의 명제에 대한 반박 명제를 제시했다."라는 사실로부터 "인공지능의 명제는 참이고 우리의 명제는 거짓이다."라는 결론이 곧장 도출되지도 않고요. 따라서 전제 2도 매우 의심스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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