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학 뉴비 가이드: 에포케 책방 강의

1. 해석학이란 무엇인가?

윤유석​: 해석학이 도대체 뭐냐? 저도 그게 대학생 시절에 굉장히 의문스러웠어요. 저는 기독교인이다 보니까, 원래부터 성서 해석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대학에서 2학년 때 해석학 강의가 열린 거예요. '이걸 내가 수강하게 되면 성서 해석, 문학 해석, 신화 해석 같은 걸 듣겠구나!'하고 생각했죠. 그런데 한 학기를 들었지만, 이게 왜 해석학인 것인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하이데거와 가다머가 등장하고, 헤겔도 공부하였는데, '이게 왜 해석학이지? 나는 이걸 배워서 성서를 해석 못하겠는데? 문학 작품이나 영화나 소설을 해석 못하겠는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나중에 가서야, '아, 이게 처음에는 성서 해석으로부터 출발해서, 문학, 법률, 신화 같은 개별적인 해석학들이 나왔다가, 사람들이 해석을 하다보면서 드는 의문들을 건드리게 되는구나!'하고 알게 되었죠. '어떻게 해야 이 작품의 의미를 완전히 알 수 있을까? 객관적인 의미에 도달할 수 있을까?'라고 하다가 보면, 어느 순간 '객관적인 의미라는 게 도대체 있나?'하는 생각이 들잖아요. 책을 뒤져본다고 해서 '의미'라는 물체가 거기에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의미라는 게 도대체 뭐지? 객관적인 의미라는 게 도대체 있을까?'라고 하면서, 논의가 철학적인 주제로 흘러가게 되죠.

거기다가, 사람들이 보니까, 처음에는 성서 같은 텍스트만 해석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세상의 모든 것들이 해석의 대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가령, 박예담(고도)이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지, 나쁜 사람이지, 이상한 사람이지라고 말하게 되면, '박예담'이라는 사람에 대한 해석을 하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모든 것들을 우리가 해석한다고 했을 때, '의미를 발견한다'는 활동을 도대체 무슨 활동일까요? 그리고 '의미'에 대응하는 객관적인 실재나 세계라는 게 있을까요? 이렇게 고민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확장되는 거죠. 그러면서 해석학의 문제가 형이상학의 문제, 인식론의 문제, 윤리학의 문제와 모두 연결돼요. '내가 해석한 것과 저 사람이 해석한 것 중에서 정말로 어떤 것이 객관적 해석일까? 실재에 대응하는 해석일까?' 이건 형이상학의 문제거든요. 거기다가, 인식론의 문제도 등장하죠. '나는 의미를 이해한다고 하는데, 내가 이해한 '의미'라는 것이 도대체 존재하기나 하는 것일까? 그게 존재한다면 나는 어떤 방법으로 그걸 알고 있는 것일까? 의미를 발견해내는 방법이라는 것조차도 과연 객관적인 것일까?' 윤리학의 문제로도 확장될 수 있어요. '나는 이 사건에 이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 사람은 저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의미와 저 사람이 생각하는 의미 중에서 뭐가 더 올바른 것이지?' 똑같은 안중근 의사라는 분을 보고서도,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안중근 의사는 독립유공자이고 민족의 영웅인데, 일본 관점에서는 근대화의 아버지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테러리스트잖아요. 어떻게 해석하는지의 문제가 윤리적인 문제와도 연관되는 거예요.

그러면서 해석학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단순히 텍스트 해석의 문제로부터 출발했다가, 나중에는 모든 철학적 문제로 확장되는 거죠. 심지어 데리다는 이렇게도 말하거든요. 사람들이 "텍스트란 뭔가요?"라고 물으니까, 데리다가 무슨 말을 한 줄 아세요? "텍스트란 모든 것입니다. 원자폭탄도 텍스트입니다."라고 이야기하거든요. 그 말이 뭐냐? 우리가 생각하는 해석의 대상으로서 '텍스트'라는 것이, 그냥 책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박예담이라는 사람도, 안중근 의사라는 역사적 인물도, 정치 사안이나 경제 사안 같은 사회적 사안도, 모두 해석의 대상으로서 텍스트가 될 수 있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여러 가지 갈래로 해석이 갈라지는 사건들이 벌어지게 된다는 거죠. 이게 해석학이 주목하는 포인트이고, '이 사건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어떤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해석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것을 논의하는 게 현대 해석학인거죠.

박예담: 말씀하신 것을 들으면, 해석학은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네요.​

윤유석: 모든 것이에요. 오늘날 철학에서, 소위 '현대 유럽 대륙철학'이라는 분야가 통칭해서 '해석학적 철학'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주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위르겐 하버마스라든지 알랭 바디우가 실제로 주장하는 이야기에요. 오늘날 현대 유럽 대륙철학이 모두 해석학이라는 거죠. 심지어 분석철학도 '해석학적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철학이 다 해석학이라는 거죠!

2. 저자의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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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담: 고전적인 해석학과 현대적인 해석학을 나누는 기준은 저자의 의도잖아요. '저자의 의도'라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보는지에 따라, 단순화된 설명이긴 하지만, 고전적인 해석학과 현대적인 해석학을 나눌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윤유석: 많은 면에서 그럴 수 있죠.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핵심 중 하나이긴 하거든요.

박예담: 그렇다면, 사람들은 "해석학이 나랑 무슨 상관이냐?"라고 할 텐데, 사실 해석학을 많이 사용하죠. 대표적으로 언제 사용하냐면, "감독이 뭘 알아?"라고 할 때 사용하죠. <호프> 영화를 지난 번에 보았는데, 저는 나홍진 감독님의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게 있어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거요. 그리고 항상 나홍진 감독님은 인터뷰를 하면서 썰을 푸시는데, 저는 그게 굉장히 안 좋다고 생각해요. 감독이 해석을 닫아 놓는 게 굉장히 불쾌하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윤유석: 해석학 전공자로서 불쾌하신 거네요!

박예담: 해석학 전공자로서 불쾌한 거예요! 왜냐하면 감독이 만든 세계가 정답이 아니거든요. 아무리 감독이 만들었고 저자가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저자의 죽음'을 상정하고, 그 텍스트와 나의 대화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의미 지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데, 감독이 그걸 닫아놓으려 하니까요. 그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저자의 '원-의도'라는 게 있고, 그걸 판별하고자 하는 슐라이어마허적인 생각을 안 좋아해요.

윤유석: 슐라이어마허적이고 딜타이적이죠. '감독의 의도', '저자의 의도'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걸 발견하는 것이 해석학의 과제라고 생각하고, 그걸 발견해내기 위한 방법을 구축하는 게 해석학 이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옛날 식의 해석학이죠.

그런데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의도'가 어디에 있어요? 뇌를 스캔해 보면 '의도'라는 게 나오나요? 심장을 꺼내보면 '의도'라는 게 있나요? 없거든요. 그런 '의도'라는 게 어딘가에 있다고 상정하고서, 책 안에 있든지 뇌 안에 있든지 있다고 상정하고서, 그걸 발견해내서 끄집어내는 게 해석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고전적 해석학이었죠.

현대 해석학자들이 보기에는, 여기에 이런 질문이 제기될 수 있는 거죠. "의도가 어디 있냐? 여기 있냐? 저기 있냐?" '의도'라는 게 무슨 대상이 아니고, '의미'라는 게 무슨 사물이 아닌데, 의도를 그런 식으로 상정하고서 발견해내려 하는 것 자체가 전제가 잘못되어 있다는 거죠.

3. 해석학은 상대주의인가?

윤유석​: 나중에 (본격적인 강의에서) 좀 더 보겠지만, 실제로 해석학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는 인물들도 그 점을 걸고 넘어지거든요. 특히, '가다머 라인을 따르는 해석학대로 가게 되면, 문화 상대주의나 회의주의로 가게 되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들이 생기죠. 그 점 때문에 알랭 바디우 같은 사람들은 현대 해석학이 상대주의와 공모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거든요.

박예담: 해석학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비판은 확실히 상대주의인 것 같아요. "오케이, 모든 것이 해석이야? 그러면 좋은 해석과 나쁜 해석을 어떻게 구별할 건데? 내가 성경을 읽었어. 성경을 읽은 다음에 '내가 재림 예수다!'라고 했을 때, '너의 해석이니까 존중해 줄게!'라고 하는 건 이상하잖아?"

윤유석: 그래서 하버마스는 이런 이야기를 해요. 해석에서 좋은 해석과 나쁜 해석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냐? 실재의 저항을 가지고 구분할 수 있다는 거예요. 실재라는 게 뭔가요? 내가 아무리 내 머릿속으로 무엇인가를 생각해도, 그 생각이 현실과 부딪혔을 때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재가 나한테 어떤 '인과적 효력'을 행사한 거잖아요. "내가 재림 예수다!"라고 주장하는 사람한테, "63빌딩에서 뛰어내려봐. 니가 땅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니가 재림 예수였는지 아니었는지 알게 될 거야."라고 하는 거죠.

박예담: 63빌딩에서 뛰어내리라고 하면 재림 예수가 뭐라고 대답하겠어요? "사탄아 물러가라. 네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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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 보는 것 같군요 쉽고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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