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 그리고 사무엘의 영

2024년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폴란드 펠플린 수도원에 보관된, 아우구스티누스가 작성한 미공개 라틴어 설교문 2편을 발견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사울 왕이 사무엘의 영을 불러낸 성경신학 난제를 다룹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일요일과 수요일에 걸친 설교에서 '속임수'와 '하나님의 경고 목적 허용'이라는 두 가지 해석 가능성을 제시한 뒤 청중 스스로 고민하도록 했습니다.

또다른 뉴스에 따르면 아우구스티누스는 사울 왕이 회개하고 천국 갔을 가능성도 고려해 보았다고 하네요.

저는 어차피 신자가 아니라, 이 문제를 크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신 기독교 신자분들 있으면 재미있게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설교는 2026년 말에 출판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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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이야기에서 사무엘의 영이 등장하자 그 영을 불러낸 강령술사조차 스스로 깜짝 놀랐다는 점(사무엘상 28:12)으로 볼 때, 적어도 해당 이야기의 맥락에서는 사무엘의 영이 단순한 악령이 아니라 진짜 사무엘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나 합니다. (천사, 악령, 지옥 개념 등이 정교하게 체계화된 제2성전기 이후 유대-그리스도교 신학에서는 죽은 사무엘을 강령술사가 불러낸다는 게 어색해 보이겠지만, 그 구약 이야기만 떼어놓고 보면 강령술사가 불러낸 사무엘을 진짜 사무엘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야기 내적 근거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나저나, 아우구스티누스 같은 교부 시대 기독교 철학자들이 성경 해석이나 신학 사상에 굉장히 열린 태도를 취한다는 게 올려주신 글에서도 드러나는 듯하네요. 난해한 구절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들의 가능성을 모두 인정하면서 청중들에게 생각의 여지를 제시한다든가, 사울이 구원받을 가능성까지도 열어둔다든가 하는 점들 말이에요. 다른 텍스트들에서도 아우구스티누스는 창세기를 문자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든가, 심지어 성매매가 신학적으로 허용될 가능성을 고민한다든가 하는 등, 굉장히 거침 없이 그리스도교 사상의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죠. 어떤 면에서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4세기 아우구스티누스 같은 ‘교부‘보다 더 사유의 폭이 좁고 가부장적이지 않은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될 정도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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