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아벤트의 『방법에 반대한다』를 읽는데,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구절이 눈에 들어오네요. 파이어아벤트는 자신이 새로운 종류의 '규칙'이나 '방법'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규칙이나 방법이 지닌 근본적 한계를 드러내려 한다고 강조하죠. 그러면서 아주 멋있는 말로 자신의 전략을 요약합니다.
사용되고 있는 논증이나 수사학은 결코 나의 어떤 '깊은 확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언제나 기억해 주길 바란다. 그것들은 단지 인간들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마음대로 끌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를 보여 줄 뿐이다. 아나키스트는 이성(진리, 정직, 정의)의 권위를 붕괴시키기 위해서 이성이라는 게임에 참가하고 있는 비밀 공작원과 같은 것이다.
파울 파이어아벤트, 『방법에 반대한다』, 정병훈 옮김, 그린비, 2019, 7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