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무지와 관련된 몇 가지 논의

1. Is Political Ignorance Rational?

어떤 것들은 알 가치가 없다. 예를 들어, 당신 집 앞에 있는 잔디 개수를 세면 10원을 받게 된다고 하자. 이 제안을 수락하는 것은 어리석다. 노력에 비해 보상이 보잘것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 집 앞에 있는 잔디 개수에 대해 무지한 것은 합리적이다.

이상의 직관을 이론화한 것이 합리적 무지 이론이다. 해당 이론에 따르면 지식을 습득하는 비용이 지식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편익을 초과한다는 것을 알 때 무지가 합리적이다. 그리고 많은 학자에 따르면 정치적 무지는 종종 합리적이다.

정치인, 언론인, 정치학자, 혹은 정치를 아는 데에서 큰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치 지식을 얻는데 들이는 비용은 그 혜택을 크게 초과한다. 현대 정부의 규모와 복잡성으로 인해, 정치 지식을 얻기엔 매우 힘들다. 그에 비해 개별 유권자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합리적 무지 이론은 이하의 몇 가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첫째, 무지가 합리적이라면, 왜 어떤 사람은 정치에 대해 박식하며, 정치적 지식이 많은 것은 비합리적인 것인가?

둘째, 만일 개별 유권자의 한 표가 가진 미미함이 그들 무지를 합리적으로 만든다면, 애초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투표하는가? 아예 투표를 안 하기로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셋째, 유권자들이 의도적으로 무지한 상태로 남아 있다면, 왜 그들은 종종 어떤 후보자가 가장 좋은지에 대한 자신들의 판단에 그렇게 자신만만한가?

넷째, 개별 유권자가 결정적인 표를 행사할 확률이 거의 없기에 무지가 합리적이라면, 왜 정치적 무지가 민주주의에 해롭다고 생각하는가?

1.1. Is It Irrational to Be Knowledgeable?

합리적 무지 이론에 따라 선거 결과를 바꾸려는 목적을 위해 정치 지식을 많이 갖추는 것은 비합리적이지만, 여전히 정치에 관해 배우는 것은 합리적일 수 있다. 스포츠 지식을 많이 얻는다고 응원하는 팀이 승리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즐거움을 위해 팬들은 스포츠 지식을 얻는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유권자들은 선호 정당이나 후보를 응원하고 비호 정당이나 후보를 조롱하며 즐거움을 얻고, 이를 위해 지식을 추구한다. 이런 이유에서 정치 지식을 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또한 시민적 의무나 정보에 밝은 유권자가 되어야 한다는 규범이 정치 지식을 추구하는 것을 합리적인 것으로 만든다.

1.2. Why Do People Vote?

합리적 무지 이론에 따라 한 사람의 투표가 선거 결과를 바꿀 확률이 낮기에 정치적 무지가 합리적이라면, 투표는 또 왜 하는 것인가? 선거 결과를 바꾸기 위해 개인이 투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지만 투표가 다른 목적을 충족시킨다면 합리적일 수 있다. 따라서 정치에 관해 많이 배우는 것이 비합리적일 때조차 투표하는 것은 합리적일 수 있다. 그 목적으로는 다음의 것들이 있다.

첫째, 표현적 투표 이론. 이에 따르면, 사람들은 선호하는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현하거나 정당에 대한 충성심을 공언하기 위해 투표한다.

둘째, 투표 인과성 이론. 유권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의 승리를 가져오는 데 도움을 준 집단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고, 이는 승리 원인의 일부가 되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투표는 합리적이다.

셋째, 투표는 도덕적으로 요구되는 의무이다.

넷째, 우리가 단지 누가 이기고 지느냐 뿐만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았는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에 투표는 합리적이다.

1.3. Why Are Voters So Confident?

합리적으로 무지한 유권자는 정치 지식이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정치 지식을 적게 가지기로 선택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는 정치적 주제에 대해 불가지론적이거나 겸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정보를 얻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만 기울인 유권자는 철저하게 그 이슈를 조사한 사람만큼 자신의 결론을 확신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많은 어차피 자신의 투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너무 희박하기에, 많은 유권자들은 잘못된 의견을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투표한다. 그리고 잘못된 의견이 결과에 영향 미치는 정도가 미미하기에 제한된 정보만으로 확신을 가지는 것은 합리적일 수 있다.

1.4. Does Ignorance Harm Democracy?

개별 유권자가 선거나 정책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기에 정치적 무지가 합리적이라면, 무지에 근거한 투표가 어떻게 민주주의에 해를 끼칠 수 있는가?

개별 유권자가 내리는 결정의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총체적인 유권자가 가진 결정의 영향력은 크다. 유권자의 결정이 지도자와 정책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민주주의에서 선거권자 사이의 만연한 무지는, 개별 유권자의 무지가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적더라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이것이 플라톤이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일 총체적인 수준에서 대중의 무지가 해롭다면, 이는 유권자들에게 적절하게 정보를 얻으라는 윤리적 의무를 부여하는가? 이를 부정하는 자들이 있다. 부정 논리를 비유하자면, 개별적인 행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사실상 거의 없기에 개인은 재활용품을 사용할 윤리적 의무 또한 없다는 것이다. 직관적으로 이는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시민들이 형편없이 투표하는 것을 피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다. 그들에 따르면, ‘절제에 필요한 비용이 적을 때 집단에 유해한 활동에 참가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라는 윤리적 의무에 동의한다면, 투표할 계획이 없는 한에서 대중은 개개인의 차원에서 무지한 것이 합리적이라고 하더라도, 투표하기로 결정했다면 좋은 정보에 입각해 잘 투표할 의무가 있다.

2. Are Voters Radically Ignorant?

어떤 이들은 합리적 무지 이론이 틀렸다고 주장한다. 해당 이론은 시민들은 정치적 지식 획득의 비용과 편익을 신중하고 상세하게 계산한다고 가정하는데, 이것이 그럴듯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 합리적 무지 이론 옹호자들은 자신 주장을 약화하여, ‘정치적 지식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치가 없다는 것을 유권자들은 직관적으로 안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주장 또한 근거가 부실한데, 많은 실증 연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한 사람 개인의 투표는 실제로 중요하다’라고 믿고 투표하기 때문이다. 이는 합리적 무지 이론의 근본 전제인 ‘유권자들은 한 사람 개인의 투표가 중요하지 않다고 믿는다’에 반한다.

일부 연구자들은 유권자들은 합리적으로 무지한 것이 아니라, 급진적으로 무지하다고 주장한다. 이때, 급진적으로 무지하다는 말은 ‘그들은 자신 투표가 실제로 큰 영향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며, 유능하게 투표하기 위한 정치 지식이 부족하며,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자기 지식이 없다’를 뜻한다.

이들에 따르면 유권자들이 자신이 투표하기에 적절한 수준의 정치 지식을 갖고 있다고 착각하는 이유는 이론가(합리적 선택 이론)가 생각하는 ‘적절한 수준의 지식’의 기준보다 낮은 기준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즉, 많은 유권자들은 세상이 실제보다 훨씬 단순하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정치에 대해 적절한 지식을 갖추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급진적 무지 이론을 받아들이면, 합리적 무지 이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투표의 역설—자신의 개별 투표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아는데도, 사람들은 애써 투표한다—을 설명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개별 투표가 무의미하다는 것조차 모른다.

3. Strategic Ignorance

정보를 습득하는 기대 비용으로 인해 무지가 합리적이라는 합리적 무지 이론과 달리, 정보를 소유함으로써 예상되는 비용에 의해 무지가 합리적이라는 견해가 있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일부 무지는 전략적이다.

예를 들어, 건강 검진을 무료로 그리고 쉽게 받을 수 있다고 하자.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건강 검진을 받지 않는다. 나의 건강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기 싫기 때문이다. 즉, 차라리 모르고 싶어 한다. 이러한 무지가 전략적 무지이다.

전략적 무지는 모종의 지식이 있음을 알지만, 그것을 적극적으로 회피하려는 선택을 동반한다. 따라서 의도치 않은 것이거나 실수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전략적 무지는 민주 정치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잘 주목받지 못하는 현상이자, 합리적 무지보다 유권자의 무지를 잘 설명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합리적 무지 이론은 유권자들이 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uninformed)에 있는지는 설명하나, 왜 잘못 아는 상태(misinformed)에 있는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정보를 모르고 투표를 안 하는 사람들과 달리 정보를 잘못 아는 유권자들은 정치적으로 무관심하지 않다: 그들은 정보를 탐색하고, 정치에 참여하며 높은 수준의 확신을 가지고 자신들의 믿음을 고수한다. 이를 합리적 무지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기란 어렵다.

반면, 전략적 무지를 염두에 두면 이상의 문제를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일부 정치 지식을 얻기를 거부하는 이유는, 그 지식이 자신의 기존 신념과 충돌할 때 인지 부조화와 불편함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치 이데올로기와 같은 신념은 ‘소중히 여겨지는 신념’이다. 이 신념은 우리가 어떻게든 유지하고 싶은 신념으로, 이 신념을 수정하려 든다면 그것이 합리적이든 아니든 거부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암묵적으로 기존의 신념에 도전하는 정보가 있다는 사실과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며, 그 정보를 얻음으로써 인식론적으로 더 나은 상태에 도달할 수 있음을 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고 싶은 동기가 없고, 오히려 중히 여겨지는 신념을 위협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무지한 채로 남기를 선호한다.

4. Ameliorating Ignorance

무지를 완화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것이 제시됐다. 그 후보로는 다음의 것들이 있다.

■숙의의 날

[생략]

■시민들이 정치 문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도록 그들에게 돈을 지불

합리적 무지 이론에 따르면 현재 많은 유권자가 정치에 대해 배우려는 동기가 부족한 주된 이유는 그들의 투표가 결과를 바꾸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며, 따라서 정보를 습득할 이유가 거의 없다는 점에 있다. 금전적 보상은 이 비용 대비 편익 계산을 바꾸어 정치 학습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시민들에게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 얼마를 제공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금액이 일반 대중 사이에서 학습을 유인하기에 충분한지 등 실무적인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유권자의 지식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는 대신 정부 권력을 제한하고 분산하여 무지로 인한 위험을 완화

정치적 무지를 비판하는 자유주의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의사 결정 권한을 분산시키고 정부 통제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정보가 부족한 유권자들이 국가의 중대 정책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는 지역 간 정책의 일관성 결여로 이어질 수 있다. 의료, 환경 보호, 경제 안정과 같이 국가 차원의 조정된 대응이 요구되는 대규모 문제 해결에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투표 권력을 지식인들의 손에 집중

가장 급진적인 방법으로, 지식이 부족한 유권자의 선거권을 박탈하거나 정보에 더 밝은 이들에게 추가 투표권을 부여하자는 것이 골자이다. 이는 오정보나 오해에 의해 형성된 정책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정치적 결정이 주로 정책 문제를 더 잘 이해하는 사람들에 의해 영향받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균등 대표제와 자치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위배하는 것처럼 보이며, 소외 집단에 불균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7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