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문헌:
저는 솔직히 니체를 굳이 입문서로 입문해야하나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현대 철학이 그 이전 철학자(예를 들어, 칸트, 헤겔 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깔고 들어가는데, 니체 원전은 그런 지식을 별로 요구하지 않기때문입니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는데, 한달전에도 니체를 주제로 논문을 투고한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원전부터 읽었습니다.
원전부터 읽겠다면 저는 <우상의 황혼>이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니체 철학의 주제를 잘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유고작은 전부 제외하고 출간된 서적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비극의 탄생>은 선이해를 요구하기도 하고 어렵습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즐거운학문>, <아침놀>은 너무 길고 주제가 왔다갔다하여 난삽한 탓에 첫 책으로 삼기엔 부담될 것입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솔직히 저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도덕의계보>는 프랑스철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책인데 어렵고, <안티크리스트>와 마찬가지로…
(1) '학술적인' 의미에서의 철학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다른 여느 학문들이 그렇듯이) 자신의 분야에서 논의되고 있는 입장들의 지형도를 파악하고, 쟁점이 되는 사안을 파악하고, 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가 누구인지를 파악해서, 그걸 바탕으로 자신의 입장을 확실하게 설정하고, 그 입장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여러 논문들을 조사하여, 자기 자신의 논문을 지속적으로 써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능력은 정말 대학원 이상의 '연구자'들이 갖춰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등학생분께 당장 요구하기는 어렵죠. 다만, 많은 철학 초심자분들이, 철학도 엄연히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학술적 연구 분야라는 걸 간과하는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립니다. 철학을 어느 정도까지 공부할 것인지(가령, 교양으로 공부할 것인지 학술 연구로서 공부할 것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학술 연구'로서의 철학은 초심자분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어 있어서, 사실상 대학 바깥에서 혼자…
사실 이전에 이미 만든 게 있는데 이 글들을 보니 부끄러워져 다시금 만든 겁니다.
덕분에 무지의 독단에서 깨어난 것 같습니다.
이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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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가 있을까봐 부연설명을 하자면, 제가 "니체 원전은 그런 지식(이전 철학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을 별로 요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을 때, "별로 "는 학부 개론 수준 의 철학 전반에 대한 지식입니다.. 니체 연구 를 하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더 높은 수준의 지식이 요구되구요.
저는 이전 게시글 내리시기 전에 봤는데, 별로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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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자세히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확실히 그 부분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니체가 자신 글이 오해되도록 글을 씁니다. 예를 들어, 아래 인용문만 보면 니체는 감각주의를 비판하고 플라톤적 사유방식을 높이 평가하는 인물입니다.
"실로 물리학은 영원히 통속적인 것일 수 밖에 없는 감각주의가 내세우는 진리 규준에 본능적으로 따르고 있다. 물리학에서는 무엇이 명료한 것이고 무엇이 '설명되는' 것인가? 그것은 보고 만질 수 있는 범위의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리학에 따르면 우리는 모든 문제를 이 정도까지만 탐구해야 한다. 이와는 반대로 고귀한 사유방식이었던 플라톤적 사유방식이 갖는 매력은 바로 명백한 감각적 증거에 저항하는 데에 있었다(BGE 15)"
그런데 그 뒤에 가서는 "감각에 대한 지배는 플라톤이 천민적인 감각이라고 불렀던 다채로운 감각의 소용돌이 위에 창백하고 차가운 회색의 개념망을 던지는 것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라면서 플라톤주의를 비판하고(BGE 15), "감각주의는 발견의 원리라고는 할 수 없어도 최소한 규제적인 가설이라고 할 수는 있다"라면서…
예전에 쓰신 글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니체도 꼼꼼히 보고 읽어야 하는 철학자라고 여깁니다. 이는 비단 니체만이 아닌 모든 철학자들이 갖는 공통적 사항일 겁니다. 텍스트에 대한 치밀한 분석과 선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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