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바키키 담론의 원조는 라이프니츠였다!?

라고 어그로를 끌어봤습니다만 정말로 그런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그런데 2026년은 이렇게 제목 혹은 썸네일로 클릭을 유도하는 능력치가 좀 중요한 것 같더라구요. 그저 뻔뻔하게 여러분의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부바키키 효과란, 어느 사물의 시각적 형태와 그것을 칭하는 음성 사이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즉, 좀 더 과감하게 일반화하면, 어떤 기의에 붙는 기표가 단순히 임의적으로 정해지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기표는 임의적이다"라는, 현대 언어학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대전제와는 반대되는 것이죠.

라이프니츠에 앞서, 로크는 『인간지성론』3권 2장에서 정확히 그 대전제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언어의] 사용은 개별 분절음과 특정 관념 사이의 자연적 연관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 부과에 의한 것이다. 자연적 연관성이라고 한다면, 모든 사람에게 단 하나의 언어만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지성론』 Ⅲ.ⅱ.1)

즉 로크에 따르면, 우리가 단어를 도입함은 단지 임의적이고 자발적인 것이며, 그 결정중 어떤 것도 본성이나 필연에 의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라이프니츠는, 누군가 이런 말을 해주길 기다리기라도 했던 걸까요.

나는 스콜라학자들과 다른 모든 이들이 단어의 의미가 임의적이라 말하며, 그것이 자연적 필연성에 의해 설정되지 않음이 참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신 인간지성론』 Ⅲ.ⅱ.1)

저 "하지만"의 뒤에서부터, 라이프니츠는 엄청난 양의 비교언어학적 사례들을 쏟아 내기 시작합니다.

중국의 한자 도입, 조지 달가노나 체스터의 윌킨스 주교가 만든 인공어,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도적들이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 만든 인공어, 그가 파리에서 만난 아르메니아 출신 도미니코회 수도자가 만들어낸 간략화된 라틴어 사이 비교, 프로방스 지방의 고대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 사이 비교, 튜튼족과 고트족, 그 외 게르만족들이 사용하던 성서에 적힌 고대 독일어와 그 방언들에 대한 탐구, 웨일스, 콘월, 브르타뉴, 아일랜드에서 쓰이는 게일어의 공통점과 차이, 이를 통한 게일어와 독일어의 유사성 해명, 도나우 강 근처 언어들과 그리스어 사이의 상호영향, 스칸디나비아에서 사용되는 게르만 계통의 언어들과 핀란드어 사이의 교류.......

이 모든 사례를 통해 라이프니츠가 내리는 소결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우리가 순수한 형태의 , 혹은 우리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잘 보존된 원초적 언어를 가졌더라면, [이런] 연결들의 이유는 - 그것이 실재에 기반하건 아니면 이런 단어들을 첫 번째로 도입한 저자의 '임의적인 도입'으로부터 온 것이건 - [우리에게] 나타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언어가 그 기원을 고려하는 한 어느 파생물임을 인정한다면, 당연히도 그 자체로 고려되었을 때 언어들은 무언가 원초적인 것을 가지고 있다. (ibid.)

그러니까 다시 말해, 지금 우리의 언어는 무언가 원초적인 조상님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단지 원초적인 언어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는 기표과 기의 사이 임의성에 대한 반대 논증이 되지 못합니다. 이 원초적 언어를 만든 사람들이 자기들 멋대로 이런 사물은 이렇게 부르겠다고 했을지 누가 알아요?

라이프니츠가 보이는 논증의 핵심은 '조금 더' 원초적인 언어들 안에 어떤 규칙성 같은 것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어느 자연적인 직관에 의해, 고대 게르만인들, 고대 켈트인들, 그리고 이에 연관된 다른 이들은 글자 R을 어떤 폭력적인 운동과 [그에 따르는] 소음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한 듯 보인다. 이는 rheo(흐름), rinnen, rüren(흐른), ruhr(이질), Rhine, Rhone, Ruhr, rauben(강간), radt(전차), raere(긁어내다), rauschen(나뭇잎이 바람에 의해 내는 소리), reckken(폭력적으로 뻗어나감) 등에서 발견된다. 이것이 '닿는다'는 뜻의 reichen이 되었고, 브룬스비크 주변에서 사용되는 저지 독일어나 저지 작센어에서는 장대를 의미하는 der rick가 되었으며, rige, reihe, regula, regere 등의 단어는 모두 길이, 혹은 곧게 뻗은 무엇에 대한 단어였고, reck은 아주 길거나 넓은 사물, 혹은 사람을 나타내는 단어였는데, 이후 강하고 부유한 사람을 나타내게 되어, 오늘날 독일어의 reich, 그리고 준-라틴어들의 riche나 ricco가 되었으며, 스페인어에서도 ricos hombres는 중요한 귀족, 혹은 족장을 의미한다. .... 우리는 같은 부류의 폭력적 운동과 소음을 Riss(골절)에서도 발견하는데, 이 단어는 라틴어 rumpo(깨지다), 그리스어 rhegnymi(ῥήγνυμι; 깨지다), 프랑스어 arracher(빠지다), 그리고 이탈리아어 straccio(찢어지다)와 연관되어 있다.

이제, 마치 글자 R이 자연적으로 폭력적인 운동을 나타내듯, 글자 L은 좀 더 부드러운 운동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인다. .... 이 부드러운 운동은 leben(살다), laben(편안하다), lieben(사랑하다), lind, lenis, lentus(느린), lauffen(매끄럽게 비행하다), labi(비행하다), legen(조심히 내려놓다) .... 등에서 나타난다. (ibid.)

즉, 부바키키 실험에서 많은 수의 화자들이 둥근 사물에 '부바'라는 이름을 붙이고 뾰족한 사물에 '키키'라는 이름을 붙였듯, 라이프니츠도 이곳에서 빠르고 폭력적인 운동에는 소리 R이, 상대적으로 느리고 온순한 운동에는 소리 L이 붙음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제목에서는 마치 '와! 부바키키 실험보다 300년 앞선 라이프니츠의 연구!'를 새로이 주목하려는 듯 말하긴 했지만, 위키피디아에 이미 부바키키 실험과 그 결과가 지지하는 Sound Symbolism의 변천사에 로크와 라이프니츠 이야기를 적어놨더라구요. 머쓱합니다.

어쨌든 인도-유럽어족의 개념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한 라이프니츠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부디 다른 어느 한 가능세계에서는 프로이센 과학 아카데미가 200년 먼저 세워져서 라이프니츠가 특허 분쟁에서 승리했고 그걸 순수 모나드 형태의 라이프니츠가 관찰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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