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재미있는 그래프를 보아서 여기도 올려봅니다. Bronski, J., & Kirkegaard, E. O. W. (2024). "Diversity in STEM: Merit or Discrimination via Inaccurate Stereotype?"라는 논문에 나온 그래프라고 하네요. 각각의 학문에 대해 '타 분야에서 매긴 탁월함'과 '스스로 매긴 탁월함'을 비교하여 그래프로 나타낸 것인데, 철학 분야의 경우 타 분야에서 매긴 탁월함은 그저 그런데, 스스로 매긴 탁월함이 매우 높은 점이 인상적이네요.
저는 저 논문을 직접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아서 논문 저자들이 그래프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철학하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분야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면, 그건 그만큼 철학이 철학하는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힘이 있는 분야라는 의미 아닐까요? 밖에서 봤을 때는 대단한 줄 알았는데 실제로 해 보면 별 거 아닌 분야도 있고, 밖에서 봤을 때는 별 거 없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해 보면 대단한 분야도 있잖아요. 타 분야가 철학을 어떻게 평가하든지, 그 평가가 철학의 가치를 나타내주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철학 전공자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자기 자신의 가치가 중요한 거죠. 모두 한 잔 하시죠.
이 글 보고 문득 든 생각입니다만, 요즘 학계에서 타 분야의 학자들도 자기 분야와 연관된 철학 연구들에 관심을 가지나요? 예를 들어 최근의 심리학자들이 심리 철학에서 다루어지는 여러 논의들을 팔로우하고 그 논의들을 자신들의 연구에도 실질적으로 적용하는지가 궁금하네요. 혹시 타 분야의 학계에서 그 분야와 관련된 철학 분야의 연구에 그닥 큰 관심을 갖지 않으니까 저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닐까 해서요.
전통적인 심리철학에서는 그냥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경험적 지향성을 띄는(empirically-oriented)" 인지과학의 철학 내지는 심리학의 철학에서는 꽤나 교류가 많습니다. 물론 모든 심리학자가 관심이 있다라는건 아니고 소수의 심리학자와 소수의 철학자들이 서로 서로 잘 알고 자주 만나고 연구도 많이 같이합니다.
물리학과 물리철학도 거의 교류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물리학 학계에서는 물리철학을 시간낭비라고 보는 트렌드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제 친구는 머들린의 책을 들고 물리학과 교수님 사무실에 들어갔는데, '그 책에 대해서 얘기할 거면 당장 나가라' 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