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의 필연성에 관해

크립키에 따르면, 이름은 가능세계에서 모든 동일한 대상에 똑같이 이름이 붙고,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가능세계에서 어떤 대상이 정확히 어떤 이름을 가지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현실에 이렇게 다섯 사람이 있습니다.

가능세계에 이 사람이 있습니다.

현실에서 최우측 사람은 "카이저 소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상세계의 사람이 "카이저 소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합니다.
가상세계의 사람이 "카이저 소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크립키에 따르면 동일한 대상이면 동일한 이름을 가진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어떻게 현실과 가능세계의 사람이 동일한지를 알 수 있냐는 질문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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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해하기에 이름과 필연에서 크립키의 주장은 '이름은 모든 가능세계에서 동일한 개체를 지칭하고,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이다'가 아닙니다.
크립키의 주장 중 하나는 '우리가 어느 이름을 사용할 때 그 이름은 모든 가능세계에서 동일한 개체를 지칭한다'입니다.

님의 질문에 답은 "사진의 최우측에 있는 사람 (카이저 소제)과 가상세계의 사람이 동일한 인물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렇고, 동일하지 않은 인물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둘은 동일하지 않다"입니다.

추가: 이름과 필연 43쪽과 44쪽을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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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Dvorak 님의 댓글에 동의합니다. 크립키는 책 서문에서 자신이 루이스와 같은 통세계적 동일성 문제에 빠지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크립키가 말하는 '가능세계'는 수학에서의 '경우의 수'처럼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의미하는 전문 용어일 뿐이지, 실제로 저 어딘가에 존재하는 멀티버스 같은 세계가 아닙니다. 우리가 특정한 개체에 이름을 부여하면, 우리의 이름은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그 개체만을 고정적으로 지시하기 위해 사용된다는 것이 크립키가 주장하는 핵심입니다. 여기에 굳이 통세계적 동일성 문제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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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학창 시절에 36개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내 앞의 물리적 대상에 대응하면서도 꿈나라에 존재하는 35개의 다른 실체들이 있다>고 가정할 필요는 없다. 또한 <그러한 유령 실체들이 현실적인 개별 주사위의 ‘상대역’counterparts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차원’에 똑같은 개별 주사위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해 우리는 물을 필요가 없었다. 현실적인 것 하나를 포함한 36개의 가능성들이란 주사위의 (추상적) 사태이지 복합적인 물리적 실체는 아니다.”

솔 크립키, 『이름과 필연』, 정대현·김영주 옮김, 필로소픽, 2014, 31쪽.

https://blog.naver.com/1019milk/221503240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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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orak , @YOUN 두 분 설명 감사합니다. 가능세계를 현실세계에서 파생되는 형이상학적 실체라고 생각했는데, 크립키의 의미는 그게 아니었군요. 책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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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77-78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습니다:

To clear up one thing which some people have asked me:
When I say that a designator is rigid, and designates the same thing in all possible worlds, I mean that, as used in our language, it stands for that thing, when we talk about counterfactual situations. I don't mean, of course, that there mightn't be counterfactual situations in which in the other possible worlds people actually spoke a different language. One doesn't say that 'two plus two equals four' is contingent because people might have spoken a language in which 'two plus two equals four' meant that seven is even. Similarly, when we speak of a counterfactual situation, we speak of it in English, even if it is part of the description of that counterfactual situation that we were all speaking German in that counterfactual situation. We say, 'suppose we had all been speaking German' or 'suppose we had been using English in a nonstandard way'. Then we are describing a possible world or counterfactual situation in which people, including ourselves, did speak in a certain way different from the way we speak. But still, in describing that world, we use English with our meanings and our references. It is in this sense that I speak of a rigid designator as having the same reference in all possible worlds. I also don't mean to imply that the thing designated exists in all possible worlds, just that the name refers rigidly to that thing. If you say 'suppose Hitler had never been born' then 'Hitler' refers here, still rigidly, to something that would not exist in the counterfactual situation described.

요컨대, 다른 가능세계(내지 반사실적 상황)에서는 카이저 소제가 "카이저 소제"로 불리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런 반사실적 상황에서 쓰이는 언어는 "우리" 언어와 다른 언어라는 것입니다. "우리" 언어가 지칭하는 바는 모든 (카이저 소제가 존재하는) 가능세계에서 카이저 소제를 지칭한다는 것이 크립키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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