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여러분의 2025년을 장식한 책은 무엇인가요? 저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올해 내내 존 맥도웰(John McDowell)의 Mind and World를 거의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붙잡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것이 거의 10년 전인 석사 1학년 때였고, 석사 졸업 후에 군대에 있던 시절에도 열심히 읽었는데, 친구랑 다시 이 책 스터디를 하게 되면서 올해도 본의 아니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네요.
그런데 올해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이 책이 얼마나 대단한 책인지를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그동안 거의 지겨울 정도로 읽었다고 생각한 책인데도, 올해 다시 보니 제가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들에 들어 있던 풍부한 함의들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거든요. 아마도 지난 몇 년 사이에 제가 스트로슨의 Individuals를 읽게 되면서, 맥도웰의 글 속에 스트로슨의 영향이 얼마나 깊게 들어가 있는지를 새롭게 알게 된 것이, (그래서 이전까지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내용들이 사실 스트로슨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이 책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밖에도, 책의 내용이 이전보다 훨씬 유기적으로 들어오기도 하더라고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비트겐슈타인주의적' 철학이 지각철학, 심리철학, 언어철학, 도덕철학 등 오늘날 철학의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보여줄 수 있는 거의 궁극적인 사유를 맥도웰이 제시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인상도 다시 받았습니다. 맥도웰은 '경험'이라는 지각철학의 주제로부터 출발해서(제1장-제3장),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에서 얻은 '제2의 자연'이라는 통찰을 바탕으로 이성과 자연의 이분법을 극복하고(제4장), 그 내용을 '행위성'이나 '자기'이나 '내적 경험' 같은 심리철학적 주제에도 다시 적용시키고(제5-6장), 그 과정에서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해석, 칸트와 헤겔에 대한 해석, 콰인으로부터 셀라스와 데이비슨에 이르는 언어철학의 역사에 대한 비판적 평가, 가다머와 마르크스 같은 대륙철학자들과의 대화에까지, 거의 다룰 수 있는 모든 주제를 전방위적으로 건드리니까요. (그런데, 이런 건 맥도웰이 '대가'니까 가능한 것이지, 학생이 글을 이렇게 야심차게 썼다가는 혼날 것이 분명합니다.)
Mind and World와 함께 Reading McDowell: On Mind and World이라는 앤솔로지도 다시 훑어보았는데, 아주 재미있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이 앤솔로지에서 제 눈길이 가는 몇몇 흥미로운 논문들만 뽑아 읽었지만, 이번에는 논문들을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쭉 읽었는데, 맥도웰의 책이 지닌 아주 광범위한 영향력이 앤솔로지에도 잘 나타나 있었습니다. 마이클 프리드만이나 크리스핀 라이트처럼 맥도웰의 글에 강하게 반발하는 사람들부터, 베리 스트라우드나 로버트 브랜덤이나 힐러리 퍼트남처럼 맥도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다소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까지, 온갖 방식으로 의견들이 제시되지만 그 의견들이 하나 같이 굉장히 진지한 문제들을 건드리고 있어서요. (개인적으로, 맥도웰 본인은 반발하지만, 저는 이 앤솔로지에서 스트라우드나 브랜덤이나 라이트는 매우 중요한 요점들을 건드리고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맥도웰이 이후에 스스로 철회하게 되는 몇몇 주장들이 이들의 요점들과 관련이 있다고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