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창 선생님의 『정신현상학 번역과 주해』 출판 기념회에 다녀 왔습니다

이병창 선생님의 『정신현상학 번역과 주해』 출판 기념회에 다녀 왔습니다. 참여한 대학원생들에게 책을 무료로 나눠주셔서 저도 선물을 받아 왔네요. 이병창 선생님께서 대담을 통해 여러 가지 말씀들을 하셨지만, (1) 『정신현상학』이 말하는 '정신'은 '신' 같은 초자연적인 대상이라기보다는 '공동체'라고 강조하신 점, (2) 이번 책에서는 서론에 등장하는 '의식의 경험'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정신현상학』 전체를 일관적으로 독해하고자 노력하셨다는 점, (3) 『정신현상학』의 핵심 사상은 "하나이자 전체(hen kai pan)"라는 표어로 요약될 수 있다고 하신 점이 기억에 남네요. 아직 책을 자세히 읽어보지는 못하였지만, 이병창 선생님께서 제시하신 해석의 기본 방향에 많은 동의가 되어서 앞으로 이 책을 자주 참고하게 될 것 같습니다.

11개의 좋아요

저도 다녀왔습니다.
++

이병창 선생님의 <정신현상학 번역과 주해> 출판기념회에 다녀왔다. 처음 가보는 한양대였다. 길치답게 역시나 먼길을 돌아 올라가 해당 건물에 도착했다. 아주 길쭉한 방이었다. 시작할 무렵에는 참석자들이 많아 보이지 않았는데, 시작한 후 조금 지나 뒤를 돌아 보니 아주 많았다. 한철연 회원들이 많이 온것 같았다. 조금 낯선 화기애애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좋았다. 몸이 불편한 고령의 선생님 두 분이 참석하고 그중 한 분은 앞에 나가서 어눌하고 느릿한 목소리로 말씀까지 하신 것이 보기 좋았다. 책을 책값의 2분의 1 값의 참가비만 받고 받은 것도 좋았다. 저녁 식사도 비싼 것은 아니었지만 좋았다. 아주 맛있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는데, 실내가 충분히 따뜻한 것도 좋았다(한양대 재단이 매물로 나왔다는데, 학교의 물리적 운영 자체는 아직 문제가 없는 모양이다). 받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단체 사진을 찍은 것도 좋았다. 자기 앞에 서라고 나를 끌어 당겨 주신 어느 키가 아주 큰 선생님도 좋았다. 대담에 앞서 이병창 선생님의 긴 말씀이 있었는데, 진솔해서 좋았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지기 두 분을 잃은 것이 가슴 아팠고 자신도 언제 그런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 암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어 확진을 위해 두달을 기다리셨다고 한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 그 심정이 동감된다 - 다른 일들을 다 때려치우고 한적한 곳으로 이사까지 가서 작업을 마무리 하는 데 매진했다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대담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류의 모임에서 치열하고 요점을 찌르는 말들이 오가기 힘들다는 것은 예상했던 터라 실망까지 하지는 않았다. 이병창 선생님의 일관된 응답 - 헤겔의 정신이 신이나 문자 그대로의 절대 정신이 아니라 공동체 정신이라는 얘기는 사실 많이 새롭지는 않았다(지젝이 성령에 대해 그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헤겔이 공동체주의자라면, 법철학에서 얘기된 대로 구성된 사회가 정말 '구성적 외부'가 없는 진정한 공동체인지, 그런 사회가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면밀한 논변이 필요한데, 출판 기념회에서 그런 논변이 이뤄지기는 힘들다. 헤겔의 변증법과 아도르노의 부정적 변증법의 차이가 그럼 뭐냐랴는 의문이 들게 하는, 헤겔 철학은 동일성 철학이 아니고 헤겔이 비판한 독일 낭만주의 사상이야 말로 동일성 철학이라는 응답 역시 마찬가지다. 헤겔 철학에서 여성의 자리는 뭐냐는 질문에는 역시 뻔한 헤겔의 안티고네론과 헤겔의 부부관계론 얘기가 나왔다. 그 론들에서 지정된 여성의 자리는 진짜 여성의 자리인가를 두고 훌륭한 글들이 나와 있기를 기대한다. 헤겔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 실존주의자들에 대한 질문에는 그 인간들은 역사적 사고를 못 했다는 표준적 응답이 나왔다. 동의한다. 6시쯤부터 저녁식사가 시작되었는데, 그제서야 같은 테이블에 앉은 처음 보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진보당 국회의원!!!이었던 분과 강화도에서 책방을 하는 분을 포함해 모두 세 분이었다. 명함을 받고 악수를 나눴다. 아직 안 열어보았지만, 이병창 선생님의 <정신현상학 번역과 주해>가, 그런, 철학도가 아닌 분들에게도 일말이나마 헤겔 특유의 변증법적이고 역사적인 사유의 결을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정확하면서도 가독성 높기를 희망한다.

6개의 좋아요

아, @cittaa 선생님도 거기에 계셨군요! 저는 대담까지만 듣고 다른 해야 할 일 때문에 식사 자리는 빠졌는데, 저녁 식사가 좋았다니 뭔가 부럽습니다. 사실, 저도 대담에서 『정신현상학』이나 이번 주해서와 관련된 핵심적인 이야기들보다는, 헤겔과 관련된 다소 주변적인 이야기들이 주로 나왔을 뿐이라 좀 아쉽다고 생각하였지만, 그래도 이병창 교수님이 상당히 영감을 불어넣는 설명들을 중간중간에 해주셔서 얻어가는 점들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병창 교수님께서 나이가 지긋하신데도 자신의 관점을 분명하게 세워서 상당히 조리있게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5개의 좋아요

우리나라에선 많이 다뤄지지 않지만, <헤겔>, <맑스>, <니체>를 다루는 르페브르의 저작이 번역됐습니다.

4개의 좋아요

기념회 유튭: https://youtu.be/tuA54HCdn-E?si=q5r8ojhF1h-vFwp0

3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