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도전 1

서구의 주류 정치철학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을 것 같습니다. 더 느슨하게, 바람직한 정치체제에 대한 서구 특유의 관점들과 사고방식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때의 중국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기자회견에서 "결국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이며 지정학적 요인으로 계속 존재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과 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협상해야 한다.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 오늘날의 초강대국 중국이라기보다는 바로 그 중국이 가장 최근 버전일 뿐인, 2,000여년 이상의 세월에 걸친 연속성을 자랑하는 특유의 문명국가로서의 중국, 서구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서구 중심의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 깊숙히 들어왔음에도 결정적으로 서구화되지는 않은, 통일되었을 때는 언제나 초강대국이었고 심지어는 금나라에 밀려 영토가 대폭 줄어들고 군사력이 약화되었을 때도 경제력은 여전히 세계 최대(당시 글로벌 GDP의 30% 이상을 점했던 것으로 추정)였던 중국입니다(그리고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그 금나라도 중국이 되었던 나라로 보입니다!). 실제로 최근에 오늘날의 중국을 과거의 문명국가 중국의 갱신된 동시대 버전으로 기술하면서 서구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그런, 자유주의 없는 민주주의와 현대적 과학기술을 결합시킨 '재문명화'를 이뤄야 한다, 서구에도 자유주의 없는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고전고대 문명적 자원이 있다고 주장하는 글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번역해 두었고 며칠 내로 올릴 예정입니다). 중국의 도전에 대한 서구의 응전이 무조건 강화를 통한 기성 '자유자본'민주주의 체제의 수호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는 이 주장을 응전으로, 그것도 참신한 응전으로 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미 일찌감치 300여년전에 "중국 문명이 유럽 문명보다 실천철학적으로 우월하니 우리는 그 방면에서는 중국인들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취지의 견해를 피력한 인물이 있더군요. 바로 라이프니츠입니다. 물론 오늘날의 중국은 라이프니츠가 유럽보다 뒤쳐졌다고 평가했던 과학적 탐구 방면에서도 세계 최선두 그룹에 속합니다. 오늘날의 지구촌적 조건과 과학기술의 압도적 실용성이라는 상황에서는 중국 정치체제의 어떤 실천철학적 장점이 다른 매개의 필요 없이 거의 직접적으로 과학적 탐구 수준의 급속한 발전도 보장해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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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니츠의 중국 평가

@강예-o6k
하필 강희제 때 예수회를 통해 중국을 경험해서 저렇게 고평가 할 수 있는거겠죠.

@tosilaga
강희제가 유난히 성군이기는 했지만 결국 강희제의 청나라는 이전에 중원이나 그 인근을 중심으로해서 자리잡았던 나라들과 똑같이 유교적 통치 이념에 기반한 문명국가입니다. 명나라 시절 중국에 가서 그곳에서 남은 일생을 마쳤던 마테오리치의 중국론도 라이프니츠의 중국론과 다를 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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