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하이데거, 『동일성과 차이』 개정판 출간

민음사에서 『동일성과 차이』 개정판이 나왔네요. 고 신상희 교수님의 번역을 바탕으로, 2022년에 독일에서 새로 나온 클레르코타 판의 내용을 더하여, 임보라 선생님이 번역하신 것 같네요.

후기 하이데거 사상의 대표작 『동일성과 차이』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20세기 독일의 가장 뛰어난 철학자 중 한 명인 마르틴 하이데거의 후기 대표작을 모았습니다. 「동일성과 차이」, 「철학 ― 그것은 무엇인가」, 「사유의 경험으로부터」, 「초연한 내맡김」 등 하이데거 후기 사상의 원숙함을 엿볼 수 있는 글 네 편이 실려 있습니다. 특히 「동일성과 차이」는 차연(differance)의 논리를 주장한 데리다 등 현대 사상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친 저서로, 이러한 하이데거의 사상이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을 잉태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 개정판은 독일에서 2022년 출간된 클레르코타 판을 저본으로 한 것입니다. 클레트코타 판은 귄터 네스케 출판사에서 나온 초판에 하이데거의 자필 소장본을 바탕으로 한 상세한 주석과 해설이 추가된 판본으로, 개정판은 힐게 란트비어 교수와 하이데거를 연구한 임보라가 감수를 맡았습니다. 100여 권이 출간되기에 이른 하이데거 전집(HGA) 판의 원전 비평 성과를 반영한 이번 개정판은 엄밀한 연구에 뒷받침이 될 것입니다.

하이데거와 독일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물론 현대 사상의 흐름을 읽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저서를 서점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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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뭔가 하이데거 번역 개정판이 속속 나오는 느낌이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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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판본이 절판되기 전에 사 놓았었는데, 얼마 안 가서 개정판이 나왔군요. 다만 하나 눈에 띄는 점은 故 신상희 교수님의 역주들과 해제가 모두 빠지고, 대신 2022년판의 것으로 추정되는 문헌학적 사항들이 주석으로 추가된 것 같아요. 이 책의 '일러두기'에서도 이게 나와 있네요. 알기로는 이기상 교수님께서 새로 번역하신 <형이상학의 근본개념들>에도 동일한 것이 적용되었어요. 저작권을 갖고 있는 출판사에서 나온 요구사항으로 알고 있고요. 개정된 번역이 나온 것은 매우 반갑지만, 역자분의 해설이 빠진 것은 조금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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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역주와 해제가 사라져버리다니 안타깝네요. 저도 어쩌다 보니 번역 작업을 하나 맡아서 수행하는 게 있는데, 원문을 단순히 번역하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의미 전달이 되지 않을 때 정말 심혈을 기울여 역주를 쓸 수밖에 없게 되더라고요. 그런 역주와 해제가 단순한 '번역'으로만 남을 수도 있었던 텍스트에 '연구번역'으로서의 가치를 불어넣는 것인데, 국내에서는 '연구번역'이 지닌 의의가 잘 강조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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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상 선생님의 페이스북에서 언젠가 Klostermann 출판사가 역본 계약을 체결할 때에, '역자 주석'과 '역자의 해설 섹션'을 포함하지 않는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이 책의 경우에도 비슷한 사정 (?) 이 있지 않았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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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네요. 말씀해주셔서 저도 방금 확인하였습니다!(Redirecting...) 예전에 다른 철학과 대학원생분과 '좋은 번역'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분은 역주가 잘 달린 번역을 좋은 번역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무리 직역과 의역을 하려 해도 언어가 근본적으로 다른 이상 의미 전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는 어려우니, 차라리 역자가 자신이 왜 이렇게 번역하였는지를 역주에서 풀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요. 그 이야기에 많은 동의가 되어서, 저도 역주와 해제가 잘 달린 성실한 번역을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독일 출판사에서 허용하지 않는다니 아쉽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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