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나 AI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최근에 '팔란티어'라는 회사가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각각의 기업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기업이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회사라고 하네요.
흥미로운 것은, 이 회사의 창업자들인 피터 틸(Peter Thiel)과 알렉스 카프(Alex Karp)가 모두 철학과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피터 틸은 스탠퍼드 대학교 학부에서 철학을 공부하였고, 알렉스 카프는 하버드 대학교 학부에서 철학을 공부한 뒤에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네요. (카프는 무려 하버마스가 지도교수였던 적도 있었다네요.)
인터넷을 뒤적여 보니, 피터 틸은 르네 지라르의 사상을 좋아했다고 하고, 알렉스 카프는 하이데거의 철학을 좋아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신문 기사에 등장하는 "자유주의자 하이데거"와 "보수주의자 지라르"는 도대체 무슨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두 사람의 철학적 성향이 현실의 다소 민감한 이슈들과 특이한 방식으로 얽혀 있어서 저런 표현이 나온 것 같은데, 저로서는 별로 동의가 되지 않는 표현이네요.)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오늘날 컴퓨터 사이언스에서 다루어지는 '존재론'이나 '의미론'이라는 개념들이 사실 철학에서 파생된 개념들이다 보니, 철학을 전공한 이후에 컴퓨터 사이언스로 넘어가서 활동하는 인물들이 종종 생겨난 게 아닌가 합니다. 컴퓨터 사이언스에서 '존재론'이라는 말이 어떻게 쓰이는지 찾아보니, '실체', '속성', '관계' 같은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로부터 철학에서 내려오는 유구한 범주들을 가지고서 데이터를 정의하고 분류하는 활동을 의미하더라고요.
여하튼, 제가 이 정보를 가져온 건, '팔란티어'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 것도 아니고 '틸'이나 '카프'라는 개인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야, 철학자두 창업할 수 있어!
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떼 돈을 번 철학자가 고대 그리스의 탈레스뿐만이 아니라고 이 세상에 항변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