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키의 역설은 규칙 따르기의 상대성을 보이기 위해서 제시한 역설로, 모든 수학적 정의와 규칙은 과거 사례를 관찰하는 방식만으로는 미래에도 정확히 적용할 수 없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크립키의 역설은 수학의 체계의 불건전성(부정 가능성)을 보일 수 있는 역설이 아닙니다.
크립키는 어떤 기호가 유한한 적용사례로부터 무한한 적용대상을 정당화 할 수 없기 때문에 기호가 불분명하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quus라는 연산은
라고 합니다. 누군가에게 이제까지 수행한 덧셈이
quus가 아닌 것을 보일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50이상의 값에 대해 일반적으로 연산우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덧셈은 무한한 입, 출력 쌍으로부터 정의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전까지의 연산사례로부터 덧셈을 정당화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의된 바에 따라 모든 입력에 대해 적용하면 그만입니다. 물론, 위 사례는 하나의 예시일 뿐이고, 계속 그 정의를 추적해서 크립키의 역설을 적용한다면 결국 공리, 무정의 용어에 도달할 것입니다.
일반적인 현대수학에서 사용하는 무정의 용어는 '집합'과 '포함관계'이고, 공리계는 'ZFC 공리계'입니다. 수학에 흠을 내기 위해서 이들에 quus와 같은 것을 생성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ZFC 공리계에 모순되지 않는 꼴로 생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크립키의 역설은 기호의 불확실성을 논하는 것이 목적이지, ZFC 공리계의 비직관성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집합과 포함관계를 새로이 '정의'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수학 체계는 애초에 집합과 포함관계를 특별히 정의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치 허수아비를 때리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렇습니다, ZFC 공리계의 완성입니다. 집합과 포함관계에 대해 추가적인 정의를 내릴수도, ZFC 공리계에 대해서도 모순을 발생시킬 수 없기 때문에 애초에 크립키의 역설은 수학 체계에 변화를 일으킬 수 없습니다.
다른 접근으로, ZFC 공리계에 모순되지 않으면서 집합과 포함관계에 새로운 성질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접근이고, 실제 그런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연속체 가설입니다. 연속체 가설이 참이든 거짓이든 ZFC 공리계와 어떠한 모순이 일어나지 않음이 증명되었습니다. 즉, 연속체 가설의 결과에 따라 집합과 포함관계에 대한 미묘한 해석 변화가 생겼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문제에 대해서 ZFC 공리계 하의 논의에서는 '알 수 없다'로 말하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그러한 것들은 관심 대상이 아닌 것입니다. 애초에 그것에 대해서는 참, 거짓을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덧셈의 모든 입출력 관계를 주장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ZFC공리계와 모순을 만들지 않으면서 결정되지 않은 성질들은 '주장 대상'이 아닙니다.
그런 사례는 아주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유클리드 5공리에서 평행선 공준을 제외하면 쌍곡기하, 구면 기하 등의 다양한 해석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평행성 공준 하에서는 평면기하만 나타날 뿐입니다.
즉, 크립키의 역설이 수학계에서 보이는 실체는 사실 '허수아비 공격'일 뿐인 것입니다.
+) ZFC 공리계에 사용되는 또다른 무정의 용어 '모든($\forall$)'과 '존재함($\exists$)'에 대해서도 크립키의 역설을 적용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실 '모든'이란 것이 '방금 제가 떠올린 것'를 뺀 모든이었다던가...(모두들 '방금 제가 떠올린 것'에 대해서 적용해본 적이 없을 것이므로)
약간의 유머이고, 의미없는 적용임을 다들 아실 것입니다.
수학의 불건전성을 보일 수 있는 것은 크립키의 역설을 말고 아주 강력한 것이 있습니다. 괴델의 제2 불완전성 정리에 따르면, 어떤 공리체계는 자신 내부에서 그 무모순성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ZFC 공리계에도 모순이 있는데 아직 사람들이 발견 못 한 것일 수 있습니다. 즉, 부정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ZFC 공리계는 충분히 직관적이고 단순하기 때문에 모순을 생각하기 쉽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