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꿈나무로서 저도 이런 기발한 사고실험들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 반, 그냥 이런 게 재밌다는 취지 반으로 올리는 글입니다. 다음은 제가 알고 있는 것들입니다.
...왜냐하면, 한 왕자의 과거의 삶에 대한 의식을 모두 가지고 있는 그 왕자의 영혼도 구두 수선공의 육체 안에 들어간다면, 모두가 그가 왕자와 같은 사람(person)이며, 그가 오로지 왕자의 행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 누가 그를 같은 인간(man)이라고 말하겠는가? (Locke, An 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2.27.15.)
"인간"의 동일성과 "사람"의 동일성이 구분되어야함을 강조하기 위해 로크가 든 예시입니다. 이 예시는 어떤 측면에서는 직관적이고, 어떤 측면에서는 반직관적인 것이 느껴져서 인상에 많이 남은 것 같아요.
아침에 일어난 당신은 자신이 의식을 잃은 한 바이올린 연주자, 아주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와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신부전이 있는 것으로 발견되었는데, 이후 "음악사랑회"라는 단체에서 모든 가능한 의료 기록을 뒤진 결과 당신만이 그를 돕기에 알맞은 혈액형임을 발견하였고, 그리하여 당신을 납치한 다음 바이올린 연주자의 순환계와 당신의 순환계를 연결하여 당신의 신장이 그의 피를 정화하도록 만들었다. 연주자는 곧 신부전에서 회복될 것이며, 그 이후에는 당신과 안전하게 분리될 수 있게 된다. (Thompson, "A Defense of Abortion")
어떻게 이런 유비를 생각해냈을까요. "구조적으로는 동형이지만 우리의 윤리적 직관은 서로 충돌하는 두 사례"를 생각해내는 대가들의 상상력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다음의 세계를 고려해보라. 이 세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가진 최선의 지식에 따르면 이 세계의 모든 물질은 내가 앞으로 A, B, C라고 부를 상대적으로 작은 세 구역 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 구역들은 자연적 경계에 의해 분리되어 있으나, 보통의 경우 이 세계의 거주민들은 한 구역에서 다른 구역으로 넘어가거나 돌아오는 것이 가능하며, 어느 구역에서 발생하는 무엇이 다른 구역에 의해 관찰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주기적으로 이 세계 안에서는 내가 '국소 동결'이라 부를 한 현상이 발생함이 관찰된다. 국소적 동결 동안 이 세 구역 중 한 구역의 모든 과정은 완전히 중지되고 만다. 즉, 그곳에는 어떠한 운동도, 생장도, 부패도 없다.... 동결되는 구역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구역이 동결되었음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동결이 이루어지는 순간 다른 구역을 보고 있던 그 구역의 사람에게 다른 구역은 매우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다른 구역에서 일어난 모든 변화가 순식간에 일어난 것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Shoemaker, "Time Without Change")
아리스토텔레스주의적인 시간관, 즉 변화 없이는 시간도 없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슈메이커가 상상한 어느 가능 세계입니다. sf 소설에 등장하면 재밌을 것 같은 느낌의 세계관입니다.
두 사건은 완전히 같은 구역에서 일어날 수 있다. 한 장 안에서 한 전자의 현존은 그 가속을 야기할 수 있고, 두 파장의 방사는 같은 공동 전체를 통틀어 잔향할 수 있으며, 두 화학적 반응은 같은 플라스크 안에서 일어날 수 있다. 더 공상적으로는, 우리를 이루는 부류의 물질을 통과하는 부류의 물질로 만들어진 고블린들이 있을 수 있고, 이 학회가 진행중인 것과 정확히 같은 구역에서 고블린들의 전투가 지금 진행중일 수도 있다. (Lewis, "Events")
고블린 분들은 어떻게 지평좌표계를 고정하시는지 궁금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