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업으로 선택한다면, (이정규)

성균관대 철학과 이정규 교수님께서 성대신문에 기고하신 철학과 대학원 진학에 관한 글을 링크합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글이고, 또 전공자들이면 그리 새로운 내용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의외로 세간에 낭설이 많이 도는만큼 이런 정보가 더 널리 알려지면 바람직할 듯 합니다.

다만 저자께서 현재 한국에서 교육 및 연구 등에서 가장 활발한 성취를 이루고 계신 철학자 가운데 한 분이라는 점은 읽으시면서 고려를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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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규 선생님은 존경하는 선생님 중 한분이시고, 재밌는 논문들로 기억하는 분입니다만 "직업으로서의 철학자는 언제나 그리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었고, … 애초에 대중의 인지도를 보고 이 길을 택한 것이 아님을 자각하고, 자기 자신이 현재 본인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것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에서는 갸우뚱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지금 인기, 대중의 인지도, 평판과 연결되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대다수의 박사들에게 박사 후에 전업 철학자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지부터가 문제인 상황인데요. 이런 글 읽을 때마다 결국 드는 생각은 (아마 전체 철학 박사의 5%도 되지 않는) 정규직 정년트랙 전임교수님 머리 속은 참 아름답구나. 하는 것이네요.

철학을 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업으로 삼고 박사중 5%도 안 되는 정년트랙 전임교수의 직을 얻은 분이라면, 철학이라는 '직업'이 똑똑한 개인이 '강인한 멘탈'을 가지고 고독하게 책읽고 글 쓰고 강의하는 작업이 아니라, 학술장 혹은 학술생태계의 일원이 되어 함께 이 장을 성장시켜나가는 직업임을 좀 더 자각하고,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지난 10년간 국내의 인문학계 전체의 전임교원 수는 20%이상 감소하였고, 철학과의 숫자는 10% 이상 감소하였습니다. 인문/예술계열 박사를 받고 1-2년간 '무직'인 연구자가 40%에 달합니다. 나머지 중 대다수는 강사로 일하는데 수도권에 위치한, 이정규 선생님이 일하시는 학교 포함, 사립 '독과점 대학교'들에서 강사로 근무한다면 6학점을 강의해도 보통 월 실수령액이 100만원 조금 넘습니다.

우리는 '강인한 멘탈'이 아니라 '단단한 연대'가 필요합니다. 특히 전임교원 선생님들의 학술장 전체를 위한 단단한 연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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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말씀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이정규 선생님의 글이 선생님 말씀의 취지와 부딪힌다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저에겐 언급하신 구절 "직업으로서의 철학자는 언제나 그리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었고, … 애초에 대중의 인지도를 보고 이 길을 택한 것이 아님을 자각하고, 자기 자신이 현재 본인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것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자신이 철학 연구에서 찾은 나름의 의미를 잊지 말고 주변 환경이 나쁘더라도 절망하지 말자는 메세지로 읽힙니다.

물론 이정규 선생님 글에 강조하신 연대에 관한 메세지가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다만 연대가 부정적 상황을 타개할 방편이 되지만, 강인한 멘탈 없이는 '단단한' 연대는 없습니다. 대중적 인지도를 위한 일이 아닌, 강인한 멘탈을 갖고 좋은 연구를 수행하는 일이 학술장을 함께 성장시키는 일의 시작점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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