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이지 않은 자신에게 진심으로 너무 환멸이 들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철학이 실존적 불안이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고민하시는 문제에 대해 두 권의 책을 추천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1) 폴 틸리히, 『존재의 용기』

제가 고등학생 시절에 읽으면서 무척 감동을 받았던 책입니다. 틸리히는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기독교 신학자이자 철학자 중 한 명입니다. (아도르노의 교수 자격 논문을 지도한 인물이기도 했고, 폴 리쾨르의 전임자로 시카고 대학교 종교학과에서 근무하기도 했죠.) 이 책에서 틸리히는 '받아들여짐을 받아들이는 용기'(the courage to accept acceptance, 용납됨을 용납하는 용기)에 대해 현상학적으로 기술합니다. 그는 인간이 실존적 문제를 완벽하게 극복할 수 있다는 낭만적인 생각에 대해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운명과 죽음', '공허함과 무의미함', '죄책감과 정죄' 같은 '비존재' 혹은 '무'의 위협이 인간을 매 순간 엄습하더라도, 그 위협 앞에서 우리가 우리 자신의 존재를 다시금 긍정할 수 있는 '힘' 혹은 '용기'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그 힘과 용기의 표현이 '신앙'의 상징들 속에서 확인된다고 지적합니다.

https://blog.naver.com/1019milk/80199590685

(2) 폴 리쾨르, 『해석의 갈등』

『해석의 갈등』은 뛰어난 철학적 해석학 이론서이기도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 책 속에는 인간이 어떠한 존재이고 구원이 어떠한 사건에 대한 리쾨르 자신의 실존주의적이고 일종의 신학적이기도 한 입장이 담겨 있습니다. 리쾨르도 틸리히처럼 종교적 상징에 나타난 진리에 주목하는 철학자입니다. 특별히, 그는 (구약성경의 창세기 이야기를 포함한) 고대 근동 신화에서 '흠', '죄', '허물'의 상징들이 인간의 의지에 내재된 내적 갈등의 상태를 보여준다고 분석하고, 그런 의지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자기 자신이 '받아들여졌다'고 혹은 '용납되었다고' 경험하는 사건이 그리스도교의 '종말론'과 '사랑의 하나님'에 대한 사유에서 나타나 있다고 해명합니다. 리쾨르의 표현을 사용하자면, "하나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더욱 넘치도록 사랑하신다.”라는 기독교 신앙의 고백이야말로 실존적 한계에 대한 인간의 철저한 자각과 더불어, 그 한계를 인정하고 넘어서는 '존재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죠.

https://blog.naver.com/1019milk/223011063842

  • 그리스도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시고 계십... 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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