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바케지만 요약을 하지는 않습니다. 요약보다는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debate를 합니다.
요약은 어떤 지식을 습득하는데 유용하지 지식의 응용과 발전, 확장엔 별 쓸모가 없고 철학의 경우엔 요약을 하지 않는게 오히려 더 좋습니다. 요약은 지식의 가지를 뻗쳐나갈 여지를 차단하니까요. 요약보다는 토픽별로 아이디어별로 접근하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이 제대로된 공부입니다.
요약은 뼈대를 추리는 행위인데 뼈대보다는 아무렇게나 넘어간 전제, 사소한 제약조건들을 들추고 이를 철학적으로 해명하는게 철학의 본질일 수 있습니다. 물리학엔 지식의 몸체가 있습니다. 생물학에도 그런 게 있고 모든 과학엔 다 그 몸체에 해당하는 지식이 있기 때문에 이론적 해명이 그 몸체에 해당하는 지식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요약이 중요할 수 있지요.
철학엔 그런게 없습니다. 물론 철학의 역사는 있지요. 그러나 철학의 몸체가 되는 지식같은건 없습니다. 지식의 몸체 자체를 해명하는게 또 다른 철학의 주제니까요. 요약행위는 항상 몸체가 되는 지식을 바탕에 놓고 출발하기 때문에 어떤 문제의식을 중심에 놓고 출발하는 철학과 잘 어울리지 않고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일단 개별 문헌의 요약을 의미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게 의아합니다. 제가 가져온 글을 쓴 분은 비전공자이긴 한데 철학적으로는 어느정도의 위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말씀하신 학문적 철학을 많이 해오셨고 그리고 과거에 상당한 훈련도 쌓으신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사이트를 이용하며 너무 자주 쓰는 표현이기도 하여 또 다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조금 민망하지만, 저는 철학을 배우고, 또 함에 있어 그 기본이 논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철학자의 어떤 주장이든 전제가 있고, 그 사이 도출 규칙(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지만요)이 있고, 결론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논문이든, 책이든, 철학은 대부분 어쨌든 글로 이뤄지는지라, 철학자의 핵심이 되는 논증은 엄청난 문장 무더기 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자 하는 그 논증을 꺼내 파악하려면, 그것을 가리고 있는 주변의 잔가지들을 잘라내줘야 하지 않을까요?
"지식의 가지가 뻗어나가"려면 먼저 "지식을 습득"해야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인용하신 원 글쓴이 분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요약은 지식의 습득에 유용해요. 우리는 기존 철학자들의 논증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탐구하는데 있어 보통 요약을 사용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철학 공부의 출발점은 아무래도 요약이며, 그 학문의 가지를 뻗어나가게 하는 것은 요약을 주춧돌로 삼는, 그 다음 단계의 일로 보여요.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 아, 그리고 저는, 요약은 주어진 텍스트에서 핵심 논증을 이루는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를 선별해내는 작업이기에 그 자체가 단순한 습득 혹은 암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을 잊었네요.
요약에 명과 암이 있는 건 분명 맞습니다. 저는 페이스북에서 경희대 김재인 교수님을 팔로우하고 있는데, 김재인 교수님도 오늘날의 ‘요약 문화‘를 비판적으로 보시면서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을 손쉽게 요약하고자 하는 태도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시더라고요. 저는 그분의 그 주장에 상당 부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손쉬운 요약을 비판하는 것과 요약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거부하는 것은 명백히 다른 문제입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일정 수준의 요약 능력이 없이는 학술적 철학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가령, 같은 칸트를 읽어도 사람마다 강조점을 두는 부분이나 의미 있게 생각하는 부분이 천차만별이기 마련인데,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생각하는 칸트의 의의나 한계를 설명하려면 반드시 자기는 어떤 점에 주목하는지를 요약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모든 논문은 길든 짧든 요약을 포함하기 마련입니다.
즉, 요약에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해서 요약의 긍정적인 측면까지 모두 거부할 수는 없다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너무 속물 같아 보이고 공격적인 댓글일 수 있겠지만, 철학을 공부해나감에 있어서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가감없이 쓰겠습니다.
실제로 철학 박사 학위를 따지 않고도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David Albert 라는 분도 철학 학위가 하나도 없으시지만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철학 교수직을 맡고 계시고, 제가 이 사이트에서도 이 분의 책을 많이 추천한 적이 있습니다. 다만 비전공자라면 저널 출판 등을 근거로 해서 파악을 하셔야할 거에요. 학위가 없어도 어느 정도 저명한 철학 저널에 출판을 한 적이 있다면 그 분은 철학적으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반대로 학위도 없고, 학위 과정에 있는 것도 아니며, 학술 저널 출판 기록도 없다면
라고 판단할 근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한 교수님께서는 실제로 수업 시간에 이 말을 하셨어요:
Don't listen to philosophy dropouts' blogs. You might be smarter than them.
이 포스팅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철학은 과연 학문이라 말할 수 있는가?. 저 블로거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아무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올빼미도 항상 신뢰가 가는 사이트는 아니라는 말도 됩니다. 학위가 없고, 학위 과정에 있지도 않고, 출판 기록이 없더라도 가입을 하고 철학에 대해서 글을 쓸 수 있으니깐요.) (그리고 당연하게도 여기서 말하는 학위는 철학 학위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요약-반박 혹은 요약-변호의 구조의 글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철학 글입니다. 흔히 말하는 '1티어 저널'에 출판되는 수많은 논문들도 저 구조를 많이 띄고 있고, 학부 과제에서도 가장 일반적인 글입니다. 윤님이 잘 말씀하신 것처럼,
이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요약-비판 혹은 요약-변호 등의 구조의 글을 쓴다면 요약에서 오는 많은 단점들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철학 훈련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법입니다.
"철학적으로는 어느정도의 위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렇게 판단한 근거는 사실 주관적인 것일 뿐입니다. 그런 주관적인 이유를 대충 말씀드리자면 비전공자분이 비전공자인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는 제가 여기서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물론 틀린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글쎄요. 저라면 저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 검증을 마친 사람들의 작업물들을 읽을 것 같습니다. 저명한 저널에 출판을 했다던가, 알려진 대학에서 교수를 한다던가, 하는 사람들이요. 저명한 철학자들에게 인정을 받지 않았지만 제 직관에 뛰어난 것 같은 사람들까지 읽기엔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또, 요약에 대해서 글을 올리신 거면 제가 최근에 단 답글 때문에 걱정하시는 것 같습니다. 구리님이 선택하시면 됩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학교들에서 세계적인 철학자들이 오랫동안 공통적으로 선택하는 훈련방법을 택하실 것인지, 지나가다가 블로그에서 본 글에 휘말려서 다른 방법을 찾아나설지 말이죠.
여담으로 저 블로그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 블로그에서도 요약에 대해 꽤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더군요.
본인이 잘 알고 있다고 느끼는 내용이라도 그것을 ppt 한장으로 요약해내지 못하면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무슨 내용이든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이면 그 구조와 뼈대를 1장으로 추려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그렇게 못한다면 해당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무엇이 줄거리이고 무엇이 곁가지인지를 본인이 판단하지 못해서 중요한 줄거리만 추려내지 못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약을 못하는 것)
그런데 나는 이를 거꾸로 뒤집어도 말이 된다는 걸 잘 안다.
어렵고 복잡해서 잘 이해되지 않는 내용을 ppt 한장으로 요약하려고 노력해라. 그러면 그 과정에서 많은 내용들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이대로 실행해 보라. 그러면 이 문장의 뜻 역시도 몸과 경험으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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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제가 너무 눈이 낮은가요? 제가 너무 기준이 낮은 건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이곳이 본격적인 학술 저널이나 연구소는 아니지 않나요? 철학 전공자나 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이야기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주제가 철학일 뿐인 하나의 커뮤니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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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글을 쓰시는 고정 필자 분들끼리도 자학 개그나 가벼운 농담 섞인 이야기들을 종종 나누시는 걸 보면, 꼭 엄격한 형식이나 기준만을 고수해야 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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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다른 분들이 자기 잡념을 쓴 글에, 논문 요약 반박식의 형식을 갖춰서 다시 써달라는 식의 댓글을 반복해서 다실 필요가 있을까요? (보이는 글마다 족족 똑같이 글을 달고 계셔서 말씀드립니다) 그냥 내용에 딱히 주목할만한 부분이 없으면 댓글을 안달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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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저명한 철학 저널’이라는 기준 자체도 사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곳의 주제인 ‘철학’의 경우에는 매우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정치철학을 보자면, 자유지상주의 계열 저널이나 마르크스주의 계열 저널처럼 내부적으로는 명성이 높은 곳들도, 외부에서는 그 논의들 자체를 연구 가치가 없거나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꽤 많더군요. 다른 분야들도 비슷한 사례가 많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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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기 커뮤니티의 질적 향상을 위해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이해는 합니다. 다만, 잡념이나 개인적인 사유의 흐름도 철학적 논의의 일부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저 같은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방향만이 발전이라고 단정하는 태도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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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꼭 그렇게 엄격한 기준을 가져야 하는 곳인지, 어떤 때 가벼운 농담 섞인 이야기들을 해도되는지는 운영진이 아니라 저도 잘 모르지만, 개인적인 의견이었습니다.
가벼운 농담을 할 수 있지요. 근데 여기에 철학적인 글을 올리신다는 건 철학적인 소통을 하고 싶다는 의미라고 전 이해하고 있습니다. 농담식 소통이 아니라요. 하지만 철학적인 소통을 하기에 너무 모호한 용어 사용이 많다거나, 정확히 어떤 것을 얘기하고 싶은지 이해하기 어렵거나, 너무 많은 아이디어들이 짬뽕돼있거나, 등의 상황일 때 그런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 의도는 올빼미의 정책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 원활한 소통을 위한 과정이 이 사이트의 설립 목적인 표준화라고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제가 하는 것은 표준화가 돼있지 않은 글을 본다면, 더 원활한 소통을 위해 택할 방향, 즉 표준화의 한 가지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학술 저널에서는 아쉽게도 기본적인 요약-반박의 형태의 글을 실을 수가 없습니다. 얼추 가닥은 비슷하더라도요. 그리고 올빼미가 (1) 학술적인 커뮤니티라는 점, 그리고 (2) 표준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요약-반박의 형태의 글을 제시하는 것이 너무 눈이 높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또,
아까 언급했지만, 전 여기에 올라오는 글이 소통을 원한다는 가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할한 소통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생각되는 글들에 저는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 제가 제시한 방향만이 발전이라고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인용하는 부분을 보자면,
전 그냥 일반적인 방향을 제시할 뿐입니다. 물론 여러가지 다른 방향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방향이 가장 일반적이고 가장 접근용이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좋은 방식이 있고 그를 따르겠다면 저도 반대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최근에 소통이 힘들다고 생각되는 글들이 유난히 많이 올라와서 제가 이런 댓글을 많이 달게 됐네요. 반복되는 글에 지치셨다면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이 웹사이트의 규칙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