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궁금한 건, 철학사를 그렇게 독해할만한 근거가 어디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철학사에서 그러한 경향이 있다고 주장하셨지요. 하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제가 받아들일 이유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주장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최소한,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인 개념에 대한 수용사를 어느 정도는 제시해주셔야 합니다. 중세철학에서 왜 신의 소명으로 받아들여졌는지, 그리고 신의 소명으로서 이해된 목적인이 이후의 철학에 어떻게 영향을 줬는지, 개략적으로나마 서술을 해주셔야지, 그렇지 않고 "그냥 그러하다"라고 하시면 생산적인 철학적 토론을 이끌어가는 데 상당한 난점이 뒤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