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논문이라고 부를 수 없나요?

4절(본문에서는 "장"이라고 쓰셨는데 이런 형식에선 "절"이 더 적절합니다)까지 대략 훑어보고 말씀드립니다. 두 가지 질문, "이 글은 논문이라 할 수 있는가?"와 "이 글에서 주장하는 바는 무가치한가?"를 나눠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요약하자면 제 답은 "논문이라고 하기 어렵다"와 "무가치하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입니다.


논문의 필요조건 중 하나는 논증입니다. 논증은 일련의 전제들이 결론을 지지하고자 하는 의도로 제시된 것이지요. 만일 논증이 없거나, 여기에 논증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면 논문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보기엔 논증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주장하고 싶으신 바는 대략 "행위자는 자신이 A를 결정한다는 느낌을 갖는 경우에만 A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가진다"인 것 같은데, 어떤 전제로부터 이런 주장이 지지되고 있는지 적어도 제 눈에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또한 단순 기말과제가 아니라 정말로 학술논문을 지향하신 거라면, 기존의 자유의지 담론을 나름대로 재구성하고 논쟁에 참여하는 부분 역시 필요합니다. 사실 단순 기말과제였다고 할지라도 이런 노력은 필요합니다.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의 관계에 관해 철학자들이 어떤 주장을 제시했는지, 그 주장은 왜 문제가 되는지 등을 분석하는 단계가 초보적인 수준에서라도 있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 글도 안 읽고 쓴" 논문 같은 건 존재하기가 어렵습니다. 적어도 현대적인 의미의 학술 논문이라면요.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참고문헌에 너무 목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헌 목록을 늘리는 것보다 논쟁점을 찾고 자기 논증을 다듬는 게 더 필요한 일일 겁니다.
(가능한 반론에 답하려는 시도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의문인 건, 본문에서 데카르트, 하이데거, 사르트르 등을 원전으로 인용했던데 저는 적어도 본인이 라틴어, 독일어, 프랑스어 원전을 한 번이라도 찾아서 확인한 후에 번역한 게 아니면 이렇게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제가 확인할 수 없으니 의문만 남겨둡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서 주장하는 바가 무가치하다고 말하는 건 좀 성급한 일일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 스케치로는 얼마든지 논의의 여지가 있고 어떻게 발전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만약 글을 발전시키고 싶으시다면,
(1)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에 관한 대표적인 입장들(강한 결정론, 양립가능론, 자유론)의 핵심 논증과 전제를 이해해보고
(2) 가능한 범위에서 개념을 조심스럽게 쓰면서
(3) 본인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지지하는 논증을 잡다구리한 설명 다 빼고 가능한 한 간결하게 써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건 그냥 제 제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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