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킨타이어가 살아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오늘 부고 기사가 올라왔네요.
또한명의 레전드가..
얼마전에 알게되어 좋았던 분인데, 서운한 뉴스네요..
생활과 윤리에 항상 등장하시는 학자신데... 돌아가시니 안타깝습니다. 교과서에 생몰연도가 기록될 생각에 슬프네요.
부고에 수록되어 있는 매킨타이어의 글이 인상적이네요. 요즘 제가 하고 있는 고민과도 맞닿는 지점이 많아서요.
도덕 철학에서, 그리고 철학의 다른 영역들과 마찬가지로, 쓰인 것들 중 많은 부분은 출판되지 못하고, 출판된 것들 중 많은 부분은 읽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잔인한 학문적 러닝머신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가?
그 기능은 도덕 철학의 과업과 그 과거 역사에 대한 현재 확립된 개념을 주입하는 데 있다. 즉, 학생들이 대체로 어떤 책들과 논문들은 반드시 혹은 선택적으로 읽어야 하며, 어떤 것들은 안심하고 무시해도 되는지를 가르친 스승들의 전제를 따르도록 하기 위해 마음의 습관을 전승하는 것이다. 또한 어떤 주장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고, 어떤 주장은 경멸해도 되는지를, 언제 어떤 주제로 농담을 해도 되는지를, 그리고 누구를 향해 또는 누구와 함께 비웃거나 깔봐도 되는지를 젊은 세대가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어떤 생각에는 마음을 열고, 다른 생각에는 마음을 닫도록 사고방식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학문적 도덕 철학은 순응적인 학문 분야이며, 확립된 학문 권력을 가진 이들의 인정을 받기 위한 방식으로 글쓰는 습관을 들이게 하는 것이 바로 그 순응성을 만들어내고 강화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이다.
이 서술에서 두 가지 두드러진 생각이 떠오른다. 첫째는 도덕 철학자에게 지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주변부에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것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데 필요한 조건이다…
둘째 생각은, 어쩌면 첫 번째와 긴장 관계에 있을 수 있는데, 도덕 철학자에게는 여전히 학문적 중심에 있는 사람들—즉, 도덕 철학의 지속적인 논쟁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 온 이들—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바로 그들로부터야말로 우리가 그들의 관점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자원들이 종종 제공된다. 20세기 학문적 도덕 철학의 성과와 결함을 평가하려면, 그 철학을 내부로부터 이해함과 동시에 외부적이고 급진적으로 비판적인 관점에서도 이해해야 한다. 내가 정의하고자 한 것이 바로 그러한 관점이다.
(Chat GPT 번역)
저도 이런 고민에 동감하고 있습니다. 읽히지 않는 글, 학자들에게만 읽히는 글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세상과 동떨어진 이야기라면, 단순히 학문적 자기 만족에 그치는 것에 불과한가? 하는 질문들이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랍니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챗지피티를 통하여서 의사결정에 도움을 받고 상담을 받는다고 합니다. 스승과 가족으로 배우던 정신적 수양들이 챗지피티로 넘어가는 '챗지피티 세대'가 도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둑기사 이세돌이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현 시대 최고의 기사 신진서도 완전한 AI 바둑이 아니다. 그가 배우고 자란 유년기는 사람에게서 배웠기 때문에, 사람의 바둑이 베이스다. 언젠가 AI 바둑으로부터 배우고 자란 바둑 선수가 등장할 것이다. 앞으로 10년 뒤를 생각하고 있는데, AI 바둑세대가 무섭기도 하고 기다려지기도 한다.'
어찌 바둑과 의사결정이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만은, 분명 의사결정에 AI에 도움을 받는 세대들은 늘어날 것입니다. 스승과 가족은 늘 곁에 있지 않고, 내 마음의 치부와 고민, 아주 세세해서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고민들 까지도 지피티를 곁에 놓고 묻는 세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매킨타이어가 말한
스승들의 전제를 따르도록 하기 위해 마음의 습관을 전승하는 것이다.
는 불행히도 다행히도, 지피티를 통해서 계속해서 전승될 것이라는 운명론으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많은 도덕철학들을 학습시킬 수 있다면, 지피티 세대들은 우리 보다 더 뛰어난 도덕철학적 감각을 지니고 생활할 수 있겠다는 희망도 가져봅니다.
LLM과 AGI에 너무 희망찬 미래만 그린 것 같지만서도, 인간은 읽지 않는 여러 학술 논문을 지피티는 LLM을 통해 학습하고 있는 모습을 요새 많이 목도하고 있습니다. o3 모델은 특히 그렇습니다.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AI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신' 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신에게서 숭배와 경외의 의미만 제거한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