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분석철학과 메타 대륙철학: 철학적 분열을 건너기

레이놀즈, 체이스, 윌리엄스, 마레스가 편집한 Postanalytic and Metacontinental: Crossing Philosophical Divides라는 앤솔로지의 1-3장을 읽어보았는데, 내용이 상당히 좋네요. 특별히, '후기 분석철학' 혹은 '탈분석철학'이 무엇인지를 비트겐슈타인, 데이빗슨, 로티, 맥도웰을 중심으로 다룬 2장의 내용이 저에게는 마음에 듭니다.

'후기 분석철학' 혹은 '탈분석철학'이라는 용어는 주로 로티를 통해 제시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1950-1970년 사이에 분석철학이 이전의 실증주의와 경험주의를 벗어나 새로운 단계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경향을 '후기 분석철학' 혹은 '탈분석철학'이라고 부르는 거죠. 특별히, 존 라이크만과 코넬 웨스트가 1985년에 Post-analytic Philosophy라는 앤솔로지를 출판하면서 이 용어가 꽤나 널리 쓰이게 되었죠.

본래 이 용어는 후기 비트겐슈타인 계열의 철학을 주로 가리키기 위한 것이었지만, 오늘날에는 루이스를 비롯한 분석 형이상학의 논의들까지도 유사한 용어로 부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18년에 Philosophical Inquiries라는 저널에서 나온 History of Late Analytic Philosophy라는 특집호에는 "Late Analytic Philosophy"라는 이름으로 후기 비트겐슈타인 전통의 대표자인 카벨과 분석 형이상학의 대표자인 루이스를 나란히 놓는 글이 실렸기도 하니까요.

2장의 저자들인 듀크, 왈쉬, 체이스, 레이놀즈는 비트겐슈타인, 데이빗슨, 로티, 맥도웰의 철학에 대한 질적(qualitative) 분석과 함께, 그들의 인용 지수에 대한 양적(quantitative) 분석을 통해 '후기 분석철학'에 대해 평가를 내리더라고요. (a) 그 네 명의 철학자들 사이에 실제로 '후기 분석적'이라고 묶일 만한 연속성이 있는 것은 맞지만, (b) '후기 분석철학'이 반드시 기존 '분석철학'과 단절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c) 그 사람들이 '크로스오버' 작업에서 널리 인용되는 것은 맞지만, (d) 후기 분석철학 자체만으로는 '분석-대륙' 구분을 넘어설 만한 중심점이 성립되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요. 후기 분석철학의 의의를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공정하게 지적하고 있어서 저는 크게 동의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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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대륙철학”은 뭘 뜻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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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후기 분석철학"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분명한 설명과 예시가 있는데, "메타 대륙철학"에 대해서는 그런 게 없네요. (방금 PDF 버전으로 검색을 해 보았지만, 정확히 저 용어에 대해 설명한 구절은 없는 것 같네요.) 아마 후기 분석철학의 시선에서 성찰된 대륙철학 정도의 의미를 지닐 것 같긴 한데, 사실 "post"와 "meta"라는 운율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한 목적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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