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승종, 『구도자의 일기』

비트겐슈타인의 전후기 윤리학과 종교철학을 다루고 있는 책 『구도자의 일기』가 출간되었습니다. 그동안 주류 비트겐슈타인 연구는 언어철학이나 논리철학에 초점이 맞추어져 진행되었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신, 삶, 종교, 윤리, 가치 등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사유를 아주 포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종교적 믿음에 대한 강의」를 읽을 때마다 지나치게 단편적이고 압축적인 비트겐슈타인의 단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는데, 이 책 덕분에 그 강의를 이해할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특별히, 비트겐슈타인의 전기 작품인 『논리-철학 논고』와 후기 작품인 「종교적 믿음에 대한 강의」 사이의 연속성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논리-철학 논고』를 설명한 책은 많지만 그 내용을 윤리와 종교의 맥락에서 해설한 책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아는데, 이번 책은 『논리-철학 논고』와 「종교적 믿음에 대한 강의」를 자연스럽게 연결 짓는다는 점에서 매우 독창적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 밖에도, 책이 경어체로 쓰여 있다는 점과 가상의 대화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 이승종 교수님이 그동안 쓰셨던 책과는 다소 달라서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상의 대화 부분에서는 『철학적 탐구』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에는 이승종 교수님이 연세대에서 비트겐슈타인의 텍스트들을 중심으로 진행한 강의 내용이 상당 부분 담겨 있기도 한 만큼, 수강자들과의 생생한 토론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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