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핵심만 짚고 가겠습니다. @TheNewHegel 님이 사용하는 단어 '논증'의 뜻이 '근거를 들며 주장을 제시함'임은 @anon49593252 님도 동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TheNewHegel 님이 '표준화'를 사용할 때에 그 뜻이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것' 정도임에 동의하실 것입니다.
이에 대해
(1) "논증"이나 "표준화" 같은 단어들이 가진 구체적 내용
(2) 그 요구들의 정당성 자체
그리고 @TheNewHegel 님이 (1)에 대해서만 답하시고, (2)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하시거나 암묵적 규범이라는 것으로 회피했다는 것은 재차 언급했습니다.
물론 @chabulhwi 님 말씀대로 선행 연구 자료를 전혀 전거로 삼지 않더라도, 적절한 근거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면 철학적인 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가급적이면 신빙성 있는 선행 연구 자료를 전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용어 사용의 모호성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논점을 오해하거나 서로 아예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그런 일이 이 커뮤니티에서도 많이 발생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토론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자유 개념에 대한 신빙성 있는 정의를 제시하여 출발하는 것입니다(물론 그러한 정의를 제시한 후 이 정의가 이러저러한 이유에서 부적합하다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저는 선행하는 자료를 참조해서 자신의 논의를 이끌어나가는 것은 철학 토론의 효율성을 위해 바람직하고 권장될 만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어떤 주장의 근거를 제시해달라거나 거기에 사용된 용어들의 의미를 설명해달라는 요구가 해당 주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은 굳이 상술하지 않아도 명확해 보입니다. 주장을 제시한 이가 그러한 요구들에 따라 근거를 보충하거나 자신이 차용한 용어들의 애매성 혹은 모호성을 해소한다면 그의 주장은 그만큼 추가적인 근거들을 갖게 될 것이며 용어상의 오해들로부터 벗어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님은 위 답을 모호하다며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저게 모호하다면, 님 답도 모호하다는 겁니다.
@minerva 님, 답글 감사합니다. 철학에서 모호함이 어쩔 수 없다는 말씀, 그리고 대학에서도 "명료하지 않아" 같은 피드백이 다반사라는 점 잘 들었어요. 님이 초심자에게 구체적 답을 주기 어렵다고 보시는 것도 이해가 가네요. 철학이 수학처럼 체계화돼 있지 않다는 데도 동감이고요.
근데 저는 거기서 다시 커뮤니티의 목적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이 포럼의 목적이 "모두에게 열린 자유로운 토론"이라면, 운영에서 형식이나 스타일에 대한 개입은 최소한으로 해야 맞다고 봐요. 왜냐? 커뮤니티 공지나 규정에 그런 구체적 기준이 최소한으로만 제시돼 있으니까요. 제가 개인적 차원의 피드백을 받았다면, "모호하다", "잘 안 읽힌다" 같은 말도 훨씬 관대하게 받아들였을 거예요. 사람마다 스타일 다르고, 그걸 지적하는 건 자유니까요.
하지만 제가 문제를 삼은 건 다른 이유입니다 :
(1) @TheNewHegel 님이 "커뮤니티의 목적"이나 "규정"을 언급하며 피드백을 시작했어요. 이건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명백히 토론 규범에 대한 평가죠. "논증하라", "표준화"를 요구하면서 커뮤니티 기준을 이야기했는데, 그 기준이 뭔지 구체적으로 안 나와요.
(2) 그러면서도 개인적 차원(취향이나 스타일)과 운영진으로서의 중재 권한을 혼동했어요. "학술 자료나 입문서" 같은 모호한 답을 주고, 그걸 "암묵적 규범"으로 밀어붙인 거죠. 이건 초심자에게 "따르라"는 강요로 보일 수밖에 없어요.
님은 "대학도 모호하다", "철학은 원래 그렇다"고 하셨는데, 그럼 이 포럼도 대학처럼 모호함을 방치해야 하나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 대학은 폐쇄적 집단이라 교수 권위로 가이드라인을 주고 끝낼 수 있죠. 근데 여긴 공공 공간이에요. "적당한 가이드라인 받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면, 초심자는 그 가이드라인조차 모르는데 뭘 어쩌라는 건가요? 님은 대학 공지와 이 사이트 공지가 비슷히 모호하다고 느끼셨을지 몰라도, 저는 이 포럼이 "모두를 위한" 곳이라면 최소한 운영진이 규범을 명확히 제시하거나, 아니면 아예 개입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제가 요구하는 건 "철학에서 불가능한 명쾌함"이나 "대학보다 나은 기준"이 아니에요. 운영진이 커뮤니티 목적을 내세워 모호한 규범을 강요하지 말고, 그 목적에 맞게 최소한으로 개입하라는 거죠. @TheNewHegel 님이 개인 피드백으로 "논증이 약하다"고 했다면 저도 이렇게까지 안 물었을 겁니다. 과도한 게 아니라, 상황에 맞는 요구라고 봐요.
선행연구의 필수성과 논제를 제시하는데 있어 근거가 일반화된 층위에서 필수적인가에 대한 세부논증은 이전 쓰레드에서 밝혔습니다. 앞서 논의된 것들을 충분히 읽으시지 않는다고 저는 느끼네요. 바로 위에 @minerva 님께 제가 설명드린 부분과 합쳐서 님의 코멘트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답변을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더 숙고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네요.
모호함을 방치해야한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더 발전시키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죠. 대학이 모호하게 흘러가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어렵기 때문이죠. 물론 모호하지 않게 운영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게 2025년 철학의 현주소고,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국 모호한 기준을 내세우지 말고 조금은 개입을 줄이라는 것이 좋다는 것으로 해석이 되네요. 하지만 글쎄요. 개입이라도 있어야 조금이라도 질서가 생기지 않을까요? 제가 보기엔 지금 개입이라도 있으니 이 정도로 유지되는 것 같거든요. 이런 개입이 없다면 너무 chaotic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서 포르테님은 "개입이 없다면 너무 chaotic해진다" 가 제 개인적인 의견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저도 맞서서 말할 수 있지요. "개입을 줄이는 것이 더 좋다" 라는 것이 포르테님의 개인적인 의견이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이때부터는 stalemate에 놓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될까요?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 이 사이트의 구성원들에게 맡겨서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댓글로 이미 보셨겠지만, 민주적으로 진행했을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포르테님도 아실 것 같네요.
저는 <서강올빼미>의 실제 운영에 개입한 적이 거의 없긴 하지만, 초창기 멤버이다 보니 형식상 '관리자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 운영진 중 일부이기는 합니다. 다른 운영진들의 의견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 개인적인 판단에, 토론 참여자들이 이미 충분히 입장 차이를 확인하였으니 이 토론은 중지되어도 괜찮다고 봅니다.
그러니 @minerva 님, 마지막 답글 잘 읽었습니다. "모호함을 방치해야 한다"가 아니라 "발전시키기 어렵다"는 말씀이시군요. 철학의 현주소가 모호함을 피하기 힘들다는 점, 대학에서도 구체적 피드백이 쉽지 않다는 점은 이해해요.
다만 저는 이 포럼의 목적에 맞춰 운영진이 규범을 명확히 하거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님이 "개입이 있어야 질서가 유지된다", "없으면 chaotic해진다"고 하신 건 개인적 의견일 수 있죠. 저도 "개입을 줄여야 한다"고 한 게 개인적 판단일 수 있고요. 님이 stalemate를 언급하며 민주적 해결을 제안하셨는데, 과연 다수가 모호한 규범을 지지할지는 의문이에요.
여기서 제 입장을 정리할게요: @YOUN 님께서 개인적인 판단에 중지 요구를 하셨으니 (저는 아직 운영진의 차원에서 중지 요구를 하신건지 '개인적인' 개인적인 차원에서 중지 요구를 하신건지 모르겠지만, 만약 후자라면
라는 명제가 적어도 이 커뮤니티 안에서 참인 것으로 저는 받아들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밝히겠습니다.
저는 커뮤니티의 가이드를 모두 준수하고자 노력했고, 적어도 그것들이 명시하지 않은 차원에서 철학 학부는 물론이고 연구자들에게 널리 준용될 수 있는 논리적 타당성이나 일관성 원칙을 토론에 유추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다수의 분들의 의견에 타당한 근거를 들어 논의를 제시하려고 노력했구요. 반론들은 전부 Ad Hoc에, chaotic해진다, 암묵적 규범이다는 식의 논의로 흘렀지만요. (투표하면 알제? 는 뭐 협박인지 강요인지 이제 잘 모르겠네요 자유 민주주의 철학 포럼형 운영자 중재 커뮤니티 서강올빼미인가요?)
제가 문제 삼은 건 @TheNewHegel 님이 커뮤니티 목적을 들며 "논증하라", "표준화"를 요구한 게 개인적 피드백이 아니라 규범 강요로 보였기 때문이에요. 그게 개인 의견인지 운영진 권한인지 불분명한데, "학술 자료나 입문서" 같은 모호한 답만 주니까 초심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죠. 개인적 피드백이었다면 "논증이 약하다" 정도로 끝났을 텐데, 커뮤니티 규범을 내세우며 반복하니까 질문이 생긴 겁니다.
민주적으로 해결하자는 제안은 좋지만, 댓글들 보면 다수가 명확성을 원하는지, 모호함을 감수할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저는 커뮤니티 목적에 맞게 최소 개입이 낫다고 보는데 (운영진들이 개인적인 의견을 숨기고 커뮤니티 규범으로 내용들을 검열하는건 터무니없이 부조리하니까요), 이건 님과 의견이 다를 뿐이죠. 더 논의해도 평행선일 것 같으니, 여기서 저는 한 발 물러서겠습니다. 그동안 의견 나눠주셔서 감사했어요.
모든 논의를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forte님의 생각과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사람으로서 다수가 참여하는 게임의 규칙과 그에 따라 형성된 문화만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우 커뮤니티의 암묵적인 게임의 규칙은 누가 힘을 가진 다수인지, 누가 비전을 설계하는 주체인지, 어떤 비전과 문화를 설계하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문화도 일종의 파워게임인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건 논증할 문제가 아니라 그냥 제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세상 굴러가는 방식이 그렇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많은 말씀들을 나누셨고 저는 전공자도 아니고 여기 계신 배운 분들을 존경하고 여기가 자유 철학 포럼을 지향하는 공간이라고 하셨는데 최근에 운영되는 방식은 자유 철학 포럼과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어렵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요. 그리고 과학자들과 학계는 민주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YOUN님이 쓰는 '민주적'이라는 단어의 의미와 제가 생각하는 '민주적'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다를 수는 있겠죠.
제가 여기에서 말하는 '민주적'이라는 의미는 어떤 주장을 하는 사람의 배경과 권력을 고려하지 않고 어떤 주장과 이론이 타당하고 납득할 만하면 기존의 어떤 이론이라도 반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게임에 어떤 누구도 진입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학계를 민주적이라고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에 따라 게임의 규칙과 권력도 바뀔 수 있음을 내포합니다. 합리성을 위해 암묵적인 규칙을 따르기 때문에 비민주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는 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암묵적인 규칙이란 게 말한 것처럼 모호하고 자의적일 때도 있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 암묵적인 규칙을 다수가 지지한다고 해도요.
많은 공동체의 문화/규범/코드는 대개 권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고, 정치철학계의 상식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바로 이것이 해당 문화/규범/코드의 비합리성이나 바람직하지 않음을 보장한다고 결론내리는 것도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어떤 규범을 내세웠으나 그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을 때,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즉 해당 규범을 뒷받침하는 적절한 근거를 통해 요구를 설명해야 한다'라는 '소명의 책임'을 다했느냐 아니냐입니다. 제 눈엔 @anon49593252 님 지적의 핵심 중 하나가 이것이고, 여기서 막다른 길에 놓인 상황이구요.
덧붙이자면, '게임에 누구나 진입할 수 있다'와 '게임에 진입할 때 요구되는 규칙이 있다'는 구분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민주적인 사회에 살기 위해서도 구속력을 갖는 모종의 규칙에 따라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서강올빼미는 열려있는 커뮤니티입니다. 어떤 이의 가입이나 글 쓰는 것에 선차적인 제한을 가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어떤 규범이나 규칙은 요구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위 구분에 따르면 서강올빼미가 닫힌 커뮤니티는 아닙니다.
말 나온 김에 제가 앞서 서로 갈 길 가는 것이 좋아보인다고 말씀드린 이유도 설명하자면, 서강올빼미는 '한국', '학계', 'x대학'과 같은 대단한 권력을 가진 집단이 아닙니다. 그냥 몇몇 대학원생이 주축이 되서 굴러가는 조그만 인터넷 담론장일 뿐이죠. 만일 소명의 책임도 다 하지 않고 닫힌 커뮤니티라고 생각된다면 그냥 떠나시면 됩니다. 별 권력도 없는데다가 비민주적인 커뮤니티면 곧 망할건데 마음 쓸 이유가 전혀 없죠.
@sophisten 님, @surenai 님께 단 댓글 잘 봤습니다. "소명의 책임"을 언급하며 제 지적의 핵심을 짚어주셨네요. 맞아요, 제가 문제 삼은 건 @TheNewHegel 님이 규범을 내세우고도 그에 대한 근거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은 점이에요. 님이 보시기에 여기서 막다른 길에 놓였다고 하신 것도 공감 가네요.
근데 "열려있다"와 "닫혀있다" 구분은 좀 다르게 봐요. 님은 "가입이나 글쓰기에 제한이 없으니 열린 커뮤니티"라고 하셨죠. 저도 그건 인정해요. 근데 제가 이전에 말한 입증책임과 똑같은 이야기가 여기서 나와요. 열린 공간이라면, 규범을 요구할 때 그 근거를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제시해야죠. "게임에 진입할 규칙이 있다"는 건 맞는데, 그 규칙이 모호하면 초심자는 들어와도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사실상 닫힌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어요. 이건 논리적으로 "소명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죠.
님 말씀대로 "소명의 책임도 다하지 않고 닫힌 커뮤니티라면 떠나면 된다"고 하셨는데, 그 논리 자체가 똑같은 약점을 가졌어요. 만약 운영진이 모호한 규범을 강요하고, 그걸 질문하면 "떠나면 된다"로 끝낸다면, 열린 공간이라면서 소명의 책임을 회피하는 거잖아요? 저는 서강올빼미가 "권력 있는 집단"이 아니라 "작은 담론장"이란 점엔 동의해요. 근데 그렇다고 모호함을 방치하고 "싫으면 떠나라"는 식이면, 님이 말한 민주적 규칙과도 어긋나지 않나요?
이쯤 되면 저도 더 할 말이 많지 않네요. 님도 "갈 길 가자"고 하셨고, 저도 이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아요. 서로 시간 아끼는 차원에서 이제 그만하는 게 어떨까요? 그동안 의견 나눠주셔서 감사했어요.
권력에 의해 형성된 문화/ 규범/ 코드가 특정 논의나 특정 사용자를 (암묵적으로) 배제한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특히 무엇이 철학인가 아닌가의 문제를 두고 '당신의 생각은 철학이 아니다.'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전제한다면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현재 이 상황 = 규범을 소명하지 않는 상황이랑 같다고 봅니다. 커뮤니티가 자유 철학 포럼을 지향한다고 가정했을 때요.
이어서 말씀드리면 예로 든 체스 게임 규칙이 암묵적 규칙에 해당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말씀하셨듯이 문화에 가까운 암묵적 규칙보다는 명시적 규칙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암묵적 규칙은 과거에 여성 체스 플레이어와는 의도적으로 상대를 안 하려 하려던 거 같은 상황이 암묵적 규칙이 될 수 있겠죠. 여성 체스 플레이어도 게임에 진입할 때 요구되는 규칙을 지키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아니면 암묵적인 이유(플레이어가 통상적이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당신이 하는 것은 진정한 체스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상황이겠죠.
마찬가지로 저 또한 게임에 진입할 때 요구되는 규칙을 지키지 않은 상황을 가정하고 말씀드린 게 아닙니다. 글을 쓸 때 지켜야 하는 조건이나 자격 같은 건 이 커뮤니티에 없고 그렇기에 그 누구도 이 규범을 어기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규범이 특정 사용자들의 비전에 따라 철학인 것과 철학이 아닌 것을 가른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말한 문화적 권력 같은 것은 대단한 권력을 가진 집단이어야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커뮤니티 내에서 이뤄지는 일종의 생리를 의미한다는 차원에서 받아들여주심이 맞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권력이 없고 비민주적인 커뮤니티라고 해서 마음 쓸 이유는 기타 등등 많을 수도 있죠.
제 전공이 민주주의, 권력, 담론 쪽이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데, 아끼는 커뮤티니에서 벌어진 논쟁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지쳐서 더 이상 많은 얘기를 진행하긴 힘들 것 같아요. openness, accountability, publicity 등과 같은 민주적 규범에 관한 글을 예전에 쓴 적이 있으니 참고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제 기존 댓글이 수정이 안 되서 하신 말씀에 이어서 든 생각을 저도 덧붙입니다.
비전(문화)이 권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말씀하셨다시피 상식입니다. 하지만 그 비전이 열려 있는가를 판단할 때 '가입이나 글 쓰는 것을 막아놓지 않았다.'를 이유로 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듯합니다. 서강올빼미가 닫힌 커뮤니티가 아니라 열린 커뮤니티임을 판단할 수 있는 다른 근거가 있을지 생각해보면 좋을 듯합니다. 특히 많은 사람이 닫힌 커뮤니티라고 판단하는 상황에서요.
어떤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얘기하는 건 항상 흥미로운 듯합니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용어는 규칙이 임의적으로 정해진다는 인상을 줍니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규칙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바뀔 수 있겠지만, 그 규칙틀들이 지켜야하는 것들은 존재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업 내부 규칙은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그 규칙을 준수했을 때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지 못할 정도로 엉망인 규칙들 예를 들어 "직원이 원한다면 근무태만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근무태만한 사람이 승진한다" 같은 규칙들은 있을 수 없고, 만약 있다면 그 기업 공동체는 오래 유지되지 못할 것입니다. 과학에도 규칙틀이 지켜야할 필수적인 제약사항이 존재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설명하지 못한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연구들을 꾸준히 생산해야 한다" 같은 것이겠죠.
위와 같이 규칙틀이 지켜야하는 제약사항이 존재한다는데에 동의한다면, 그 다음에는 그게 핵심적인지를 살펴보는 게 중요할 것입니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문화적인 요소들이 더욱 핵심적인 것인지, 아니면 규칙틀이 지켜야하는 변하지 않는 제약사항들이 더욱 핵심적인지 말이죠.
또한 말씀하신 무엇이 과학인가, 과학이 아닌가를 따진다고 한다고 하면, 규칙틀이 지켜야할 영구적인 제약사항들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