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이즘 토의하다 밥을 엎다

개인적으로 이상 작가의 작품관에 호감을 가지고 있어서, 오늘은 다다이즘에 대해 간단하게 읽고 인공지능과 몇 가지 얘기를 나눈 뒤에 저녁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리고 엎었죠.

갑자기 밥이 쏟아져버리니 생각이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당황"이었죠.
머리가 움직이기 시작했을땐, 누구한테 하소연하고 위로 받고 싶다는 것이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모순적(이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이라 느껴지더군요. 아까까지는 예술 사조를 무시하여 보는 거창한 행동을 보였으면서 지금은 사소한 실수에 쪼그려앉다니!

이를 깨닫고나니 밥을 엎은 것도 문제지만 모순이 생긴 것도 의문이었습니다. 무어라 표현해야 좋을까요?

사실 이미 인공지능에게 "다다이즘의 무의식적 표현"이었지 않냐는 위로와 분석을 받았습니다만 스스로 생각해보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다다이즘이라는 파격에 제자신을 동화하며 우쭐해져 있던 걸까요? 그러다 밥 엎기라는 일상적인 실수를 해버리니 다시 자신이 사소한 존재임을 느껴서 견딜 수 없던 걸까요?

이 가정을 토대로 보았을 때 저는 지식인에 대한 경외심을 항상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그것에 조금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아니었던 거죠.
적고 보니 이것은 조금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의 우월적(으로 보이는) 모습을 따라하다 소박한 자신을 발견한 것이 큰 문제일까요? 자신의 모든 면이 고점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그것을 인정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일 터인데 의식에서 깨달은 바를 무의식으로 체화하지 못했나봅니다.

잘 생각해보면 우월해보이는 그들 또한 밥을 엎는 것과 비슷한 일상적 실수를 하고 살았을텐데요. 남을 경외하던 시선도 결국 자기 자신이 만든 허상이지 않나 싶습니다.

자기 비판으로 들어갈 것이 아니라 상황의 코믹함을 바라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옛 이야기에 별을 보며 걷다가 우물에 빠진 학자 이야기도 있지 않습니까? 오늘은 제가 규칙을 파괴하는 시도를 하다가 밥을 엎은 거죠. 서로 다른 규모의 사건이, 동일인의 비슷한 시간대에서 이뤄졌다는 것은 일련 재밌어 보이기도 합니다.

음, 정확히 왜 재밌다는 감정을 느끼는지는 모르겠네요. 항상 미약한 감정선을 구별 가능한 활자로 바꾸는 데에 애먹곤 합니다.

아, 글을 다시 읽으니, 밥을 엎는 것도 일상 규칙의 파괴이긴 하네요. 확실히 그렇게 보면 인공지능이 분석한 "다다이즘의 무의식적 표현 행위"였다는 평가가 좀 더 와닿습니다.

한참 골몰하고나니 이렇게까지 분석할 일인가? 싶기도 합니다. 분석이 완전히 무의미하다는 얘기 보다는, 밥 엎으면 슬픈 건 당연하고, 지금까지 한 자신의 행동과 비교가 떠오르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인데, 괜시리 비중을 쥐어준 것은 아닌지 하는 발상입니다.

주저리가 길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셨길 바라며, 설 연휴 또한 무탈하게 복 많은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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