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워서 질문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철학사 책 추천과 이해에 대한 질문글을 올렸던
중학생입니다.

알려주신 책들 잘 읽고 있습니다.
특히 철학학교는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이리 다시 찾아뵙게 된 이유는 제 혼란 때문입니다.

최근에 생각하다 뭔가 풀리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 의문을 문장으로 만들 수가 없습니다.

뭔가 없는 걸 억지로 찾아내려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질문의 해답이 없음에도, 질문이 잘못되었음에도
그 질문같은 느낌을 내려놓지 못는다는 생각도 합니다.

뭔가 "아니야 이래야만 해. 분명 이런 설명이 있을 거야."
같은 느낌이기도 합니다.

괴혈병의 원인은 비타민C 부족인데 계속
"아니야 독소 때문일 거야, 독소가 괴혈병의 원인이라는 증거를 찾아야 해." 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최근에 도덕과 의무, 아름다운 것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이런 상태가 되었습니다.

코끼리를 더듬는 느낌으로 질문들을 나열해 보자면

의무란 무엇인가?
의무를 따를 의무란 존재하는가?
의무를 의무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발적인 의무란 무엇인가?
의무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의무를 따르지 않는다면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인가?
하면 안 되는 것은 왜 하면 안 되는가?
전쟁은 왜 일어나서는 안 되는가?
그 대답들을 무시한다면 어떤가?
어떻게 도덕법칙을 따르게 되는가?
우리는 결국 [아름다운 것]을 지향하지 않는가?
지금의 도덕이 추하다면 아무도 따르지 않지 않겠는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하는가?
옳은 것은 아름다운가?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자 하지 않는가?
우리는 우리의 추한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나?
추한 것을 피하고 아름다운 것에 손을 뻗는 것이 나 아닌가?
도덕이 아름답다고 느끼기에 그것을 지키는 것인가?
도덕과 윤리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도덕과 윤리는 어째서 필요한가?
아름다운 것이란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것인가?
도덕과 윤리가 추하다고 느껴지고 살인과 고문이 아름답다고 느껴진다면 어떤가?
우리는 배움을 통해 나치스를 아름답지 않다고 느끼는가 아니라면 본능으로 그것이 아름답지 않다고 느끼는가?
배움을 통해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낄지 조정할 수 있는가?
아름답지 않음에도 지키는 것은, 행하는 것은 어떤 아름다움에 의한 것인가?
아름다움과 도덕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선한 것은 아름답기에 추구되는가?
아름다움이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가?
도덕을 어긴 사람은 법 이외에 무엇으로 처벌하는가?
강자의 권위와 부가 그들의 죄를 덮을 수 있다면 누가 그들을 처벌하는가? 신이 없다면.
옳은 것은 무엇이고 왜 그것이 옳은가?
옳지 않은 것은 무엇이고 왜 그것은 옳지 않은가?

같은 것들입니다.

이것들이 모두 그 느낌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질문이라고 해야 하나 같은 것들입니다.

김치찌게가 짜고 매운 건 맞는데 짜고 매운 것이 김치찌게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한데...

뭐라고 해야 할 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혹시 이런 것들에 대한 대답이나 관련된 책이 있을까요?

+말 그대로 느낌을 나열한 질문들이라 질문의 질이 많이 떨어집니다 죄송합니다.

++질문을 조금 더 구체화 시켜보겠습니다.

도덕과 윤리가 존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배움과 깨달음을 통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 바뀌는가?
왜 사람은 무언가를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의무인가?
의무는 어디에서 오는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의 기준은 달라지는가?
달라진다면 왜 달라지는가?
(예시: 옳은 것을 아릅답다고 느낀다.(기준)
(배움 전)나치스는 아름답다. 나치스는 옳다.
(배움 후)나치스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치스는 옳지 않다.
->기준은 변하지 않음.)

아직도 조금 그 느낌과 괴리감이 듭니다.
계속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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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시겠지만, 어떤 주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생각할수록 해당 주제에 대해 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글에서 매거된 수많은 질문들의 폭탄에 섣부르게 대답을 구하기보다는, 관련 책들을 찾아 읽고 더 생각해본다면 자기 자신이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도덕", "의무", "아름다움"을 키워드로 해서 인터넷 검색을 적극 활용하시면 궁금해하시는 주제에 대한 도서 및 강의 자료들을 많이 발견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고등학생 때 KOCW, KMOOC를 비롯해서 각 대학들에서 운영하는 공개강의 사이트들을 이용하면서 철학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질문하신 주제와 관련된 것들을 몇 개 찾아봤네요.

(9차시)

한편 '도덕적인 것과 미적인 것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을까?' 같은 경우 흥미로운 질문이고 철학적으로도 많이 탐구가 될 만한 주제이지만, 아마 이에 대해 나와 있는 대부분의 글들은 중학생이 읽기에 매우 어려운 연구서들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미학과 윤리학의 상관관계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성격의 책을 찾기는 했는데, 이것도 중학생이 읽기에는 상당히 어려워 보이네요. 일단 찾아서 올려봅니다.

도덕과 미의 관계에 대해 또 한 가지 생각나는 저서는 칸트의 『판단력비판』 및 그와 관련된 저서들인데, 이것도 매우 어려운 주제입니다. 중학생이 읽기에 좋을 만큼 쉬운 책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일단 추천은 해보겠습니다.

(6장)

(5장)

어쨌든, 마음속에 품고 계신 물음들의 묶음을 한켠에 놔두고 철학공부를 계속 하시면서 모쪼록 그 물음들을 더 명료한 형태로 가다듬고 정리하는 연습을 계속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언젠가 나중에는 날카롭고도 핵심적인 물음을 던지는 훌륭한 사유능력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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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말씀을 잘해주셔서 간략하게만 적자면,

이게 철학과에서 기르는 스킬 중 하나입니다. 그 의문을 문장으로 만드는 스킬을 습득하게 되면,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게 되면서 자신만의 주장 혹은 자신만의 해석을 완성해나가는 것이지요. 근데 이 스킬은 학부는 들어가야 배우는 스킬이고 (그리고 심지어 학부생의 대다수가 이 스킬을 익히지 못하고 졸업합니다.) 글쓴이분은 중학생이시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시지 말고, 윗분 말씀대로 계속 연습해보세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철학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윗분이 좋은 자료들을 추천해주셨으니, 한 가지 읽을 때 팁을 드리자면, 위 자료들을 읽으면서 난해한 언어에 갇히는 것을 피하시면서 읽어야합니다. 결국 읽은 것들을 자신만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돼요.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 이거 당연한 거아냐?" 라고 할 것 같이 정리가 된다면 아주 잘하신 겁니다.

중학생 때 철학 입문하신 거면 아주 일찍 입문하셨네요. 전 대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철학이 뭔지 몰랐거든요. 축복받으신 겁니다. 아무튼 입문 환영하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시면서 좋은 대화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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