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답글로 좋은 팁들을 적어주신 김에, 제 후배들에게 알려줬던 문헌 검색 팁을 실전 적용식으로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 주요 참고자료
(1) 백과사전 문헌 (SEP, IEP 등)
: SEP는 자타공인 현재 가장 신뢰할만한 철학백과사전입니다. 비교적 최신 연구 동향도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맨 처음 접하는 주제는 저도 일단 SEP에 검색해보고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IEP는 Internet Encyclopedia of Philosophy인데 이것도 전문가들이 엔트리를 작성하고 있어서 참고할 만합니다. SEP보다 좀 쉽게 쓰이는 느낌인데 SEP가 너무 장황한 경우에는 IEP가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 IEP 참고문헌을 보면 엔트리 편집자가 코멘트를 달아둔 것도 있어서 굉장히 유용합니다.
(2) Oxford Bibliographies
: 아마 유료서비스인 걸로 알고 있는데, 철학 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제에 관해서 개괄적인 소개와 문헌들이 정리된 자료입니다. 일전에 올빼미에서 보기로는 저자에게 메일을 써서 엔트리 자료를 받은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3) Handbook Entry
: Routledge나 Oxford, Cambridge 등에서 좋은 핸드북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끔 구성이 좀 별로인 것들도 있는데 대부분 해당 주제의 전문가들이 쓴 글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핸드북 항목의 참고문헌 목록을 참고해도 좋습니다. 대체로 컴팩트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4) Anthology나 Reader류
: 이것도 퀄리티가 약간 오락가락하는 측면은 있지만 그래도 해당 주제의 전문가가 논쟁사나 철학사적인 시각을 가지고 편집한 자료라 대체로 신뢰할 만합니다. 특정 주제에서는 소위 "표준"이라고 부를만한 앤솔로지들이 있습니다만 많은 경우 그렇지 않고, 연구사가 길지 않은 주제일수록 찾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보통 이런 책에는 편집자의 서론이 달려 있는데, 그걸 읽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5) 국내/외 대학 강의자료
: 저는 개인적으로 강의개요(Syllabus)가 참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특히 MIT OCW 같은 곳에는 강의자료가 남겨져 있는 경우도 많아서 아주 유용합니다. Brian Weatherson이나 Ted Sider처럼 개인 홈페이지에 강의자료와 강의계획서 같은 것을 다 올려주는 고마운 사람들도 있으니 뒤적거려 보시면 재밌기도 하고 도움도 많이 될 겁니다.
(6) Survey 논문
: 좀 핫했던 주제 같은 경우는 논쟁이 어느정도 교착상태에 들어가거나 하면 그동안의 연구 동향에 대해 다루는 논문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런 걸 보면 대략 어떤 문제의식으로 어떤 논쟁이 이뤄졌는지 볼 수 있을 때가 있지요.
(7) PhilPapers 와 Google Scholar도 있지만 설명 생략합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주제를 하나 시험 삼아 검색해보겠습니다. 이 글을 쓰려고 마음 먹었을 때 딱 떠오른 주제는 (왜인진 모르겠지만) 아크라시아(akrasia) 혹은 의지박약(weakness of will)이었습니다.
- SEP 탐방
우선 SEP에는 "Weakness of Will"이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저는 IEP도 자주 이용하는데 아쉽게도 단독항목은 없네요. (IEP가 좋은 게 가끔 참고문헌 목록에 항목 작성자가 코멘를 달아두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참고문헌 목록이 꽤 긴데, 아시다시피 참고문헌은 잠깐 언급되는 경우에도 적혀야 하기 때문에, 여기 있는 모든 문헌이 다 핵심적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이 중에서 핵심적인 걸 뽑아 내려면 엔트리를 읽어봐야 하죠.
대충 목차를 보면 리처드 해어(R.M. Hare)와 도널드 데이빗슨(D. Davidson)은 중요한 사람들인 걸 알겠군요! 메모를 해둡니다. 그리고 데이빗슨 이후 논쟁의 갈래가 소개되어 있으니 여기도 메모를 해둬야겠군요.
각 항목에서 눈에 띄는 이름들을 체크해봅니다. 단순 언급되는 사람도 있고 구체적인 입장이 소개되는 학자들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봤을 때 SEP 엔트리에서 비중있게 언급된 문헌들을 다음과 같이 추려볼 수 있겠습니다.
Arpaly, N., 2000, “On Acting Rationally Against One’s Better Judgment,” Ethics, 110: 488–513.
Audi, R., 1979, “Weakness of Will and Practical Judgment,” Noûs, 13: 173–196.
–––, 1990, “Weakness of Will and Rational Action,” Australasian Journal of Philosophy, 68: 270–281.
Bratman, M., 1979, “Practical Reasoning and Weakness of the Will,” Noûs, 13: 153–171.
Buss, S., 1997, “Weakness of Will,” Pacific Philosophical Quarterly, 78: 13–44.
Davidson, D., 1970, “How Is Weakness of the Will Possible?,” in Davidson 1980, pp. 21–42.
–––, 1978, “Intending,” in Davidson 1980, pp. 83–102.
–––, 1980, Essays on Actions and Events, Oxford: Clarendon Press.
–––, 1982, “Paradoxes of Irrationality,” in Davidson 2004, pp. 169–187.
–––, 2004, Problems of Rationality, Oxford: Clarendon Press.
Hare, R. M., 1952, The Language of Morals, Oxford: Clarendon Press.
–––, 1963, Freedom and Reason, Oxford: Clarendon Press.
–––, 2001, “Weakness of Will,” in The Encyclopedia of Ethics, 2nd ed., L. Becker and C. Becker (eds.), New York: Routledge, pp. 1789–1792.
Holton, R., 1999, “Intention and Weakness of Will,” Journal of Philosophy, 96: 241–262.
–––, 2003, “How is Strength of Will Possible?,” in Stroud and Tappolet 2003, pp. 39–67.
–––, 2009, Willing, Wanting, Waiting, Oxford: Clarendon Press.
Holton, R., and May, J., 2012, “What in the World is Weakness of Will?,” Philosophical Studies, 157: 341–360.
McIntyre, A., 1990, “Is Akratic Action Always Irrational?,” in Identity, Character, and Morality, O. Flanagan and A. Rorty (eds.), Cambridge, MA: MIT Press, pp. 379–400.
–––, 2006, “What Is Wrong With Weakness of Will?,” Journal of Philosophy, 103: 284–311.
Mele, A., 1987, Irrationality,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 1991, “Akratic Action and the Practical Role of Better Judgment,” Pacific Philosophical Quarterly, 72: 33–47.
–––, 2002, “Akratics and Addicts,” American Philosophical Quarterly, 39: 153–167.
–––, 2012, Backsliding: Understanding Weakness of Will,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Stocker, M., 1979, “Desiring the Bad: An Essay in Moral Psychology,” Journal of Philosophy, 76: 738–753.
Stroud, S., 2003, “Weakness of Will and Practical Judgement,” in Stroud and Tappolet 2003, pp. 121–146.
Tenenbaum, S., 1999, “The Judgment of a Weak Will,” Philosophy and Phenomenological Research, 59: 875–911.
–––, 2007, Appearances of the Good: An Essay on the Nature of Practical Reas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이 중에는 논문집도 있고 논문도 있고 해서 중복되는 것도 아마 있을 겁니다.
엔트리를 잘 읽었다면 이 중에 핵심 논문을 골라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일단 그냥 둬볼게요.
혹시, 더 눈에 띄는 논문이나 혹은 저명한 저널에 수록된 논문이 있다면 추가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스크린샷에는 안 찍혀 있는데 참고문헌을 보다보니 이런 논문들도 있네요.
Horowitz, S., 2014, “Epistemic Akrasia,” Noûs, 48(4): 718–744.
Walker, A., 1989, “The Problem of Weakness of Will,” Noûs, 23: 653–676.
Watson, G., 1977, “Skepticism About Weakness of Will,” Philosophical Review, 86: 316–339.
- 교차 검증 -1 (Oxford Bibliographies)
다음은 교차 검증입니다.
Oxford Bibliographies에 항목이 있을 수 있으니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항목은 있는데, 고전적인 자료들을 언급하기보단 개괄이나 앤솔로지에 대한 것만 있네요. (제가 유료버전을 안써서 그럴 겁니다) 이것도 수확이긴 합니다!
- 교차 검증 -2 (PhilPapers)
이번엔 PhilPapers에 검색을 해봤습니다.
이것도 좀 큰 주제이거나 하면 해당 카테고리에 편집자가 주요 논문 및 개괄서, 앤솔로지를 실어두는데 아쉽게도 여기엔 없네요. 이럴 때는 아래 "Order"를 "Impact"로 바꿔주고 첫 페이지만 한 번 훑어보셔도 좋습니다. 가끔 뜬금없는 책이나 논문이 나올 때도 있는데 그건 아마 그냥 그 책이나 논문이 이곳저곳에서 인용이 너무 많이 되서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갑자기 이게 왜 싶은 논문들이 있긴 해서 걸러보긴 해야 합니다. 일단 우리는 위에서 찾아 놓은 리스트가 있으니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문헌들을 좀 추려보지요.
Arpaly, N., 2000, “On Acting Rationally Against One’s Better Judgment,” Ethics, 110: 488–513.
Audi, R., 1990, “Weakness of Will and Rational Action,” Australasian Journal of Philosophy, 68: 270–281.
Bratman, M., 1979, “Practical Reasoning and Weakness of the Will,” Noûs, 13: 153–171.
Davidson, D., 1970, “How Is Weakness of the Will Possible?,” in Davidson 1980, pp. 21–42.
–––, 1980, Essays on Actions and Events, Oxford: Clarendon Press.
Holton, R., 1999, “Intention and Weakness of Will,” Journal of Philosophy, 96: 241–262.
Holton, R., and May, J., 2012, “What in the World is Weakness of Will?,” Philosophical Studies, 157: 341–360.
Mele, A., 1987, Irrationality,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 2012, Backsliding: Understanding Weakness of Will,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Tenenbaum, S., 1999, “The Judgment of a Weak Will,” Philosophy and Phenomenological Research, 59: 875–911.
Watson, G., 1977, “Skepticism About Weakness of Will,” Philosophical Review, 86: 316–339.
- 교차 검증 -3 (강의자료 검색)
하나만 더 해보겠습니다. 의지박약 같은 경우는 고전적인 주제이기 때문에 아마 대학원 세미나 강의개요 같은 게 분명 있을 겁니다. 대충 두 가지만 찾아봤습니다. 우선 참고문헌에도 나와 있는 리처드 홀튼이 MIT에서 <도덕 심리학> 강의의 한 부분으로 의지박약을 다룬 게 있습니다. 거기의 리딩리스트를 참고하면 이제 더 추릴 수 있겠지요. (운이 좋게도 데이빗슨 논문에 대한 홀튼의 코멘트도 볼 수 있네요)
Davidson, D., 1970, “How Is Weakness of the Will Possible?,” in Davidson 1980, pp. 21–42.
Watson, Gary. "Skepticism about Weakness of Will." The Philosophical Review 86, no. 3 (July 1977): 316-339.
Holton, Richard. "Intention and Weakness of Will." Journal of Philosophy 96 (1999)
그리고 브라운 대학의 2021년 Pre-College 프로그램 강의개요도 하나 찾을 수 있었습니다. 거기서 겹치는 것들을 추려보면
Gary Watson, “Skepticism about Weakness of Will”
Nomy Arpaly, “Acting Rationally against One’s Best Judgment”
이 되네요.
- 정리
그렇다면 대략적으로 아래 논문들이 의지박약 논의에서 자주 언급되는 논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근거로 삼은 경험적 자료가 빈약하긴 하지만요)
Arpaly, N., 2000, “On Acting Rationally Against One’s Better Judgment,” Ethics, 110: 488–513.
Davidson, D., 1970, “How Is Weakness of the Will Possible?,” in Davidson 1980, pp. 21–42.
Holton, R., 1999, “Intention and Weakness of Will,” Journal of Philosophy, 96: 241–262.
Watson, G., 1977, “Skepticism About Weakness of Will,” Philosophical Review, 86: 316–339.
Google Scholar 기준 각각의 인용수는 Arpaly 317회, Davidson 1259회, Holton 374회, Watson 408회입니다.
- 사족
여기서 하나 더 도움될만한 사이트가 있다면 Research Rabbit 이라는 사이트입니다.
간단히 가입을 하고 들어가면 이런 사이트가 뜹니다.
좌측에 아무 Collection이나 만들어서 들어가보면 논문을 검색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여기에 논문을 등록하면 해당 논문과 다른 논문들 사이의 인용관계를 그래픽으로 보여줍니다.
얼마나 신뢰성 있는지는 여러분들이 확인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서지정보가 잘못 적힌 것도 보고 해서 데이터를 어디에서 끌고 오는지는 불분명합니다.
이렇게 세 개의 논문을 넣어 봤구요 (데이빗슨은 서지정보가 약간 이상해서 빼놨습니다)
"Similar Works"를 누르면 이렇게 관계망이 나옵니다.
이게 이공계쪽 자료는 잘 되는 것 같은데 철학쪽 논문은 서지정보가 약간 빈약한 것 같아서 저는 참고용으로만 가끔 씁니다.
- 진짜 정리
대략 이런 방식으로 논의의 핵심이 되는 자료들을 찾고 그 논문을 인용하는 다른 논문, 또 다른 참고문헌 등등을 쫓아가면서 조금씩 감을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게 뭐 핵심 논문을 추려내는 알고리즘 같은 건 전혀 아니니까 참고문헌 목록은 계속 재방문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 조언을 받을 수 있으면 제일 좋구요.
그리고 이런 논문 뒤적거리는 일은 따로 시간내서 하시지 마시고 그냥 음악 틀어놓고 딩가딩가할 때 짬짬이 자주 찾아보시면 좋습니다. 어쨌든 이것도 눈에 익은 게 많아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