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 2024년 상반기 철학책 독서 결산)
벌써 올해도 끝나가네요. 여러분들은 연말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올해를 정리하고자 하반기에 읽은 책들을 그동안 짧게 끄적인 메모들을 정리해서 대충 요약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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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들뢰즈, 화가 베이컨을 말하다 (박정태)
책의 1부에서는 질 들뢰즈의 존재론을 매우 명료하게 초보자 수준에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2부에서는 그의 『감각의 논리』를 풀어 쓰고 있는 입문서입니다. 그러나 이미 알고 있던 바의 명료화라는 장점을 제외하면 그다지 기억에 남는 책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감각의 논리』 자체가 매우 아름다운 책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해설서로 풀어 쓰게 되니 그 느낌이 사라져서 아쉬운 감도 있습니다. 들뢰즈의 그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어렵지 않은 편이니 2부는 안 읽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
디알로그 (질 들뢰즈)
질 들뢰즈가 클레르 파르네와 나눈 대담을 옮긴 책으로, 들뢰즈 철학의 기본 구도, 배치 이론, 정신분석학에 대한 비판, 지리학으로서의 철학, 정치 등 상당히 다양하고 근본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2부의 배치를 다루는 장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으며, 책 전체가 쉽고 명료하게 되어 있어서 들뢰즈 입문으로도 적절해 보입니다. -
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 3 (에드문트 후설)
상반기에 매우 힘들게 제1권을 읽고 나서, 제2권인 "구성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는 너무 어려워 보여서 잠시 건너뛰고, 현상학이 다른 학문들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가 궁금해서 먼저 이 책을 읽어봤습니다. 내용은 후설의 초월론적 현상학이 존재론, 심리학 등과 어떤 연결점에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인데, 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후설의 다른 책들로도 대체가 가능한 내용 같아 보이고, 그것들보다 더 명료하게 쓰여진 것도 아니어서요. 그래도 장소화에 대한 문제나, 운동감각(키네스테제)에 대한 후설의 견해를 간단하게나마 엿볼 수 있다는 데에 의의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차이와 타자 (서동욱)
제 좁은 식견으로나마 생각해보건대 현대 프랑스철학을 다루는 국내 문헌들 중 최고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자는 들뢰즈, 레비나스, 사르트르 등의 현대철학자의 사상을 단순히 개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표상적 사유"라는 연관 속에서 각 철학자들이 어떻게 타자에 대한 현대적 해명을 시도하는지를 매우 명료하고 탁월하게 탐구해 나갑니다. 이 책을 진정 '걸작'이라고 칭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런 논의들을 전공자들 수준에서 읽고 논의될 수 있는 그런 층위에서가 아니라, 초심자도 '이해하고', '사유할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도 이 책은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습니다. -
들뢰즈: 역사와 과학 (마누엘 데란다)
마누엘 데란다는 들뢰즈를 사회철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고자 합니다. 저는 이번 하반기에 (곧 소개할) <새로운 사회철학>을 포함해 이 저자의 책을 2권 읽었는데, 그의 글을 읽으면 들뢰즈 철학이 매우 명료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관념적으로만 이해되던 것이 그의 독해를 통해 매우 현실적인 문제로 이해되거든요. 그러나 그게 '데란다의 들뢰즈'일뿐이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치만 데란다의 글은 들뢰즈를 현실 문제에 적용하여 이해시킨다는 점에서는 매우 유용한 것 같습니다. -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 (진태원)
스피노자 철학에 대한 매우 좋은 입문서로, 중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는 명료한 해설과 높은 가독성을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단순히 쉽게 쓰기 위한 책이 아니라, 스피노자의 문헌을 직접 인용하고 해설함으로써 전문성 또한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피노자 입문으로 이 책이 매우 좋은 것 같으니 읽어보지 않으신 분이 있다면 한번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유작 I.1 (임마누엘 칸트)
『판단력비판』이후의 말년기 칸트의 유고 모음집입니다. 이 책은 그중 첫 세 묶음을 번역한 것인데, 제1묶음은 "신, 세계, 그리고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세계 내의 감성존재자 즉 인간"의 체계를 다룹니다. 즉, 신과 세계를 초월적 주관에서 통합하려는 시도가 나타나 있고, 제2~3묶음에서는 "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에서 물리학으로의 이행"에 관한 철학적 시도가 엿보입니다. 이때 "에테르"개념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는데 제가 읽은 이 I.1권에서는 매우 단초적인 원고들만 번역된 부분이라 좀 아쉬웠습니다. 나중에 I.2권과 II권도 읽어봐야겠어요. -
청색 책ㆍ갈색 책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음... 이 책은 솔직히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올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비트겐슈타인을 처음 접해본 것은 아닌데, 그의 서술 방식이 저에겐 매우 힘들었습니다. 마치 학생들이 스스로 깨닫게 되도록 계속해서 물음을 던지고 옳은 사고라고 생각하며 따라 읽던 것이 잘못된 사고였음이 드러나는 듯 상당히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마침 최근에 올빼미에서 『비트겐슈타인 새로 읽기』를 추천하신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나중에 그것부터 읽고 다시 도전해봐야겠습니다. -
논리학의 형이상학적 시원근거들 (마르틴 하이데거)
하이데거는 1927년『존재와 시간』이라는 불멸의 저작을 내놓지만, 그의 과제는 미완성인 채로 나오게 되었는데, 결국 제1부 3편과 제2부인 "존재론의 역사를 존재시성의 문제틀을 실마리로 삼아서 현상학적으로 해체하는 작업의 근본특징들"은 쓰여지지 않게 됩니다. 그럼에도 그의 이러한 작업들은 다른 강의록이나 저작들에서 볼 수 있는 것인데, 『라이프니츠로부터 시작하는 논리학의 형이상학적 시원근거들』도 그러한 자료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강의록에서 그는 라이프니츠의 판단론을 형이상학적으로 해체하고, 근거의 문제를 현존재 분석론의 관점에서 정초하고자 합니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부가 앞서 말한 라이프니츠의 판단론의 해체 작업이고, 제2부가 본격적으로 하이데거의 존재론을 다루는 곳입니다. 그는 라이프니츠의 모나드의 충동(아펙티투스) 개념을 바탕으로 논리학을 형이상학적 위에 정초하고자 합니다. 그로부터 그는 근거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을 현존재와 시간성의 문제로 해석하여 탈자적 시간의 자기시간화와 현존재의 초월로서 자유가 근거의 근거라는 점을 역설하는데, 저는 이 부분이 인상깊었던 것 같습니다. -
데리다와 역사 (김민호)
이 책은 올해 출간된 최고의 철학책들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히 데리다를 개괄적으로 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개념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되 초심자에게도 어렵지 않도록 분명하게 쓰고 있는 탁월한 책입니다. 특히 "텍스트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오해 많았던 한마디를 대단히 깔끔하고 명료하게 이해시켜줍니다. -
회상 (마르틴 하이데거)
횔덜린의 시 "회상"에 대한 후기 하이데거의 해석을 담은 강의록으로, 존재의 말 걸어옴이라는 개념이 눈에 띄는 책이었습니다. 존재의 말걸어옴과 고유한 것에의 발견(고향회복)을 횔덜린의 시 "회상"에서 발견하려는 하이데거의 시도는 『존재와 시간』으로 대표되는 그의 전기 사유와 겉보기에 매우 다른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존재의 시적 다가옴이 화두가 된다는 게 상당히 흥미로웠어요. 하이데거에 따르면, 인간은 시적으로 거주합니다. 따라서 말은 곧 시지음이고, 우리는 결코 말과 교제할 수 없으며 오히려 말이 우리에게 다가오거나 혹은 우리를 지나쳐 간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고향을 망각하고, 기술적 언어와 계산적 사고에 빠져 있습니다. 이 시대에 하이데거가 남기는 말은 고향상실에서 귀향하는 것, 즉 고향회복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시대에 후기 하이데거가 중요한 인물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수동적 종합 (에드문트 후설)
"수동적 종합"에 관한 현상학적 분석에 관련된 에드문트 후설의 강의록으로, 지각의 지평, 신념이라는 현상, 연상과 종합의 문제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읽은 책들 중 공부에 가장 도움이 많이 된 책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발췌문을 남긴 적이 있는데, 내년에는 이 책을 발판 삼아서 새 글을 구상해서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
무지한 스승 (자크 랑시에르)
어떤 분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인데, 매우 감명 깊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공부를 잘하는 편도 아니고, 똑똑한 편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지능'의 탓을 하며 우울해했었는데, 이 책을 기점으로 관점을 조금이라도 전환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배움'에 관한 랑시에르의 입장은 저에게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일깨워주는" 교사라는 생각이 저에게 앞으로 어떻게 학교 공부를 배워 나가야 할지를 깨닫게 해 준 것 같아요. -
언어의 본질에 대한 물음으로서의 논리학 (마르틴 하이데거)
하이데거의 1934년 강의록 『언어의 본질에 대한 물음으로서의 논리학』에서 그는 논리학의 철학적 근본물음을 "언어의 본질에 대한 물음"으로 제시하고 그것을 인간 본질 존재물음에서 찾고자 합니다. 거기서 그는 인간 현존재를 역사성으로 규정하고, 이를 통해 민족으로서의 우리를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노동, 근본기분, 시지음, 존재망각, 존재역운 등의 개념들이 표면으로 드러납니다. 하이데거의 주요 저작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인상 깊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올빼미에 요약문을 올려둔 것이 있으니 내용이 궁금하시면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The Post-Critical Kant (Bryan Hall)
"유작"을 중심으로 하는 노년의 칸트에 대한 연구서입니다. 저자는 Westphal, Alison 등의 저명한 칸트 연구자들의 견해를 반박하며 자신의 "유작" 해석을 이어나갑니다. 저자의 목표는 칸트의 "유작"을 다른 저작들과 일관된 프로젝트로 다루는 것입니다. 그의 해석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인상 깊었던 연구서였습니다. 이 책도 이전에 언급했던 적이 있으니, 내용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
근거율: 강의와 강연 (마르틴 하이데거)
라이프니츠의 "근거 없이는 아무것도 있지 않다"라는 명제를 분석하는 후기 하이데거의 강의록입니다. 그는 이것을 근대적인 표상적 사유의 특징으로 규정하고, 존재의 탈-근거로서의 근거라는 새로운 존재론적 관점을 도입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음... 이 책도 너무 재미가 없었습니다. 반복되는 내용도 너무 많고, 개인적으로 첫인상과 다르게 읽을수록 흥미가 떨어져서 참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근대의 표상적 사유에 대한 하이데거의 비판을 알아보는 데에는 매우 중요한 책 같았습니다. -
하이데거의 숙고적 사유 (강학순)
후기 하이데거에 관한 연구서...라기보다는 해설서에 가까운 책입니다. 부족한 저의 눈으로 보건대, 1부에서는 우리 시대에 팽배해 있는 과학주의라는 매우 당연한 내용을 후설 현상학과 하이데거의 말을 줄줄이 인용하면서 좀 늘어지게 서술하고 있고, 2부에서는 하이데거의 사유를 설명하지만 말 그대로 "설명"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저자분의 사유가 다소 단선적이고 단순하여 당연한 내용을 600페이지에 걸쳐 읽는다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하이데거의 후기사유를 그 중심 문제의식인 과학주의와 더불어 설명하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분량을 많이 줄이고 압축적으로 서술했으면 좋았을 것 같음
아요. 또 너무 많은 문헌들이 인용되는 데 반해 그 인용을 가지고 행하는 서술은 너무 일차원적이어서 상당히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
칸트와 독일관념론의 자아의식 이론 (백훈승)
이 책도 저에게 있어서 매우 인상 깊었던 연구서 중 하나였습니다. 저자는 칸트와 피히테, 셸링, 헤겔의 철학에서의 자아의식 이론을 개괄적으로 서술하며 어떻게 칸트에서 발원한 이원론적 인식론 체계가 이후의 세 학자들에 의해서 극복되는지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때 저자의 서술이 꽤나 명료했다는 점이 좋았고, 또 국내에서 비교적 부진한 피히테와 셸링 연구를 시도함으로써 칸트로부터 헤겔로의 철학사적 발전의 과정을 명확히 하는 대단한 성과를 남긴다는 점에서 의미 깊은 책인 것 같습니다. -
칸트의 『도덕형이상학 정초』 입문 (폴 가이어)
이 책은 『윤리형이상학 정초』를 읽을 때 같이 읽으면 많은 도움을 주긴 합니다. 각 챕터의 중심 내용, 각 문단에 대한 꼼꼼한 해설, 심지어 칸트 논증의 오류까지 지적하는 치밀한 책입니다. 다만 책이 원문보다도 재미가 없어서, 읽는 데 많이 고통스러웠네요... -
윤리형이상학 정초 (임마누엘 칸트)
학교 생활과 윤리 시간에 칸트 얘기만 들으면 너무 지루했는데, 이 책은 오히려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책은 칸트 도덕철학의 기초를 닦는 저작이기에 고등학교 윤리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과 크게 다를 게 없는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단순히 낡은 문헌으로 취급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책이라는 인상이 남네요. 언젠가 이 책을 자료로 해서 칸트 도덕철학을 재구성하는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
형이상학의 진보/발견 (임마누엘 칸트)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이후 자신의 철학을 대변하는 두 저작을 묶은 책입니다. 여기서 "형이상학의 진보"에 관해서는 요약문을 올려둔 것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
새로운 사회철학 (마누엘 데란다)
이 책도 여기서 관련 글을 올린 적이 있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싶지만,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점은 데란다의 설명이 들뢰즈에 대해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만 같다는 것입니다. 데란다가 들뢰즈를 독해하는 방식에 동의하는가 여부에는 무관하게요. -
칸트의 비판철학 (질 들뢰즈)
음... 생각보다 들뢰즈스러운 맛이 너무 연해서 놀랐던 책입니다. 들뢰즈가 대담에서 이 책을 스스로 좋아한다고 특별히 언급했던데, 참 신기한 것 같아요.
능력들의 불일치의 일치, 감성과 지성의 조화 문제(공통감각 비판), 사유의 이미지 같은 주제들은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판단력비판』을 중심으로 칸트를 재구성하려는 시도에는 감탄했습니다. 다만 이 언급들도 상당히 불명료하고 암시적이어서 칸트 책을 한두 권 읽고서는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내기 매우 어려울 것 같은 그런 책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입문서도 아니고 들뢰즈 사상도 아닌 그 무엇이랄까요.
(이 책의 정점은 부록으로 실린 '칸트 철학을 간추릴 수 있는 네 개의 시구'와 매우 탁월한 역자 해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
언어철학 (콜린 맥긴)
이 책도 올해 읽은 것들 중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명료하긴 한데 제가 명료하게 이해하지를 못하겠다는 느낌을 읽는 내내 지울 수가 없겠더라고요. 다만 크립키의 이론은 매우 흥미로웠고, 러셀의 기술구 이론과 퍼트넘의 의미 외재주의도 상당히 매력적이어서 이 세 분은 나중에 다시 천천히 공부해 보고 싶네요... 분석철학은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
헤겔: 그의 철학적 주제들 (프레더릭 바이저)
프레더릭 바이저의 『헤겔』은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이라는 한 위대한 철학자를 이해하는 두 방식—형이상학적 해석과 비형이상학적 해석—이 충돌하고 있던 가운데 그를 근원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일반적 입문서입니다. 저자는 헤겔 철학의 형이상학적 성격을 해명하지 않은 채 단지 분석적 조류에 이끌려 파악하는 것은 전제 미해결의 오류라고 비판하며, 우선적으로 그를 형이상학의 토대 위에서 파악하고자 시도하는데, 따라서 이 책은 매우 중요한 기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의 절대적 관념론, 유기체 세계관에 대한 해설은 탁월하며, 『정신현상학』에 대한 짧은 개관은 다소 아쉽지만 충분히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논리의 학』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은 이 명저의 거의 유일한 구멍으로 남을 정도로 아쉬웠어요. -
헤겔 예나 시기 정신철학 (G.W.F. 헤겔)
헤겔 철학에 대한 제 관심은 철학에 처음 입문할 시절부터 매우 컸습니다. 그러나 그의 개념들을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고, 그에 관한 여러 책들을 읽었지만 여전히 저는 헤겔을 이해한다고 말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책은—비록 조금밖에 이해하지 못했지만—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헤겔에 대한 관심을 다시 일으켜 세워줄 수 있었습니다. 그가 언어, 노동, 가족 등의 포텐츠를 전개하는 방식이 매우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도 3번을 읽다 실패하고 이제서야 완독할 수 있었는데, 올해 읽은 책들 중 매우 보람 있는 성과였습니다. (이 책의 초반부에 관해서 요약문을 올려둔 것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참고해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