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은 최소한 9년간 숙성시켜야 한다.”

잡글을 쓰려고 할 때는 하루에 5장도 쓸 수 있는데, 학위논문을 쓰려고 할 때는 하루에 한 문단도 쓰기가 힘드네요. 슬럼프가 너무 심합니다. (물론, 제가 게으르고, 산만하고, 쓸데없는 디테일에 너무 신경 쓰는 게 가장 큰 이유이지만 말이에요.)

가다머는 “좋은 책은 최소한 9년간 숙성시켜야 한다.”라는 말을 농담처럼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가다머의 대표작인 『진리와 방법』은 1948년부터 1960년까지 12년 동안 쓰였죠.

그렇지만 저에게는 그럴 만한 시간이 없네요. ‘좋은’ 글까지는 바라지 않고, 똥글이라도 술술 나오기만 하면 좋겠는데, 이상하게도 글 자체가 써지지 않습니다.

글 변비인가 보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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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변비 ㅋㅋㅋㅋㅋㅋㅋ :laughing: 너무 웃긴 표현이네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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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논문은 다쓴 논문이다" 라는 은사님의 조언이 생각이 납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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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다 쓴 논문도 숙성시켜야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 시간이 글의 풍미를 더하나보네요. 그런데 글의 변비 저도 있는거 같아요 이거 불치병인가요?:rofl:
아무튼 논문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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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도 너무 참으면 변비가 되듯이, 글도 제깍제깍 싸질러줘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문명인 아닙니까? 그래서 아무곳에서 똥 싸지르면 쪽팔린 것도 문제고 경범죄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글도 아무곳에서나 내 맘대로 싸지르면 흑역사가 될 뿐이겠죠. 현대인과 현대철학자는 과거와 다르게 심사숙고 안 하고 똥글이나 자기 생각 또는 주장을 내보이면 질타받고 박제 됩니다. 얼마 전에 전남대 철학과 교수님도 2030 남성들 집회 현장에서 젊은 여자들 만날 수 있으니 많이 참여하라는 투로 말했다가 질타받지 않았습니까? 사실 옛날 철학자들 글에는 가끔 현대인의 기준에 안 맞는 뻘소리들이 종종 보이는데, 그 당시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일단 진지하게 싸질러줬던 그런 글들 보면 재밌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일상과 그 시대의 트렌디함? 또는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어서요. 어차피 우리도 미래인들이 보기에는 똥글이겠죠. 오히려 "로키어 여기 왔다감"같은 고대 로마 문화재 벽에 바이킹 낙서 같은 똥글도 미래인에게는 오오 룬문자 오오 이러고 연구감이 되는 마딩에, 가끔은 철학자들도 일단 싸지르고 보면 어떠나 싶네요. 뭐 잘못됐다 하면 쿨하게 니말맞 인정하면 되죠. 현자들도 맨날 길쭉한 건강똥만 싸지르겠나요. 가끔 설사도 싸줘야지. 그런 의미에서 저도 글이 안 써지는 사람으로서 무지성 설사를 이렇게 싸질러봅니다. 이 글에 비판하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 많겠지만 똑똑하신 분들이니까 굳이 설사에 비판하진 않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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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회원분이랑 같이 비유가 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적절하게 웃기네요 ㅋㅋㅋㅋㅋㅋ

여담이지만, 철학에 접근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에서 딱딱하고 고지식한 이미지가 있다 보는데, 오히려 철학과 학생이라는 이름을 달고서 그런 이미지를 굳히는 데 일조하는 풍조가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간혹가다 다양한 매체에서 철학과 학생분들을 보곤 하면,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철학과 학생이라는 것을 티내려는 듯이, 혹은 "역시 철학과네"소리를 듣고싶은 듯이
굳이 일상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말을 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더군요. 물론 장난삼아 그럴 수 있음 역시 압니다만,

철학의 건강한 보편화를 진지하게 위한다면
이렇게 재미나고 친숙한 표현으로 이해를 위한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나의 생각이 철학적임을 뽐내기보단 그를 바탕으로라도 상대의 다양한 생각을 유도하고 이끌어내려는 풍조가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늘 이 부분에서 소크라테스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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