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번에는 헤겔 연구 정보 질문글과 독일 대학원 정보 공유로 글을 올렸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선생님들의 도움을 좀 받고자 글을 올립니다...
저는 지난번 독일 대학 석사 과정에 지원을 잘 마치고 유학 생활을 하는 중인데요, 세미나 진도에 관련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매주 세미나에서 다루는 텍스트들을 전부 다 읽지는 못한 채로 세미나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에 대해 선생님들의 노하우를 여쭤보려고 합니다. 대략 다음과 같은 질문들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들께서는 석사 과정 때, 어떤 방식으로 세미나 텍스트 준비를 하셨나요? 가령, 텍스트들 읽을 분량을 하루에 몇 페이지 또는 몇 시간 정도 배정하셨는지, 아니면 하루나 일주일에 읽을 텍스트들을 미리 정해둔다든지 등등 말이에요.
읽어 가야할 텍스트는 많은데, 여건 상 다 못 읽게 된다면, 어떤 방식이 텍스트 정리나 준비에 큰 도움이 되었는지도 여쭤보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텀페이퍼를 위한 자료 정리 시간과 세미나 준비 시간 등은 어떻게 분배하셨는지도 조금.. 궁금합니다
이래저래 나름대로 해결을 해보려고 계획도 세워보고 용을 써보긴 합니다만, 꼭 다 소화를 못 시키고 수업에 참여하는 일들이 너무 잦아서요... 이렇게 글을 써버리고 나니, 뭔가 노하우를 강탈하려는(!) 도둑 같이 느껴지긴 하지만, 도움을... 부탁드립니다...ㅜㅜㅜ
"소화"의 기준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저도 코스웍 동안 대학원 세미나에서 읽는 글들을 일단 최소한 눈으로는 한 번씩 다 읽고 참여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그 내용을 철저하게 "소화"시켰냐고 하냐면, 대강 전체 요지만 파악하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죠.
(수업마다 매 주 20쪽 정도 되는 영어 논문이나 단행본 챕터를 1-2개 정도 읽었는데, 그런 수업이 2-3개 있었으니, 적을 때는 매 주 40쪽, 많을 때는 80쪽 정도 읽었죠. 이 분량이 평균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소화"하기에는 꽤 버거웠어요.)
하지만, 사실 글들을 다 소화 못 시키는 게 정상 아닐까요? 지금은 은퇴하신, 제가 굉장히 존경하는 서강대 사회학과의 어느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야, 하버마스가 등신이냐? 그 사람이 평생 동안 연구해서 쓴 글을, 니들이 한 번 읽고서 다 이해할 수 있게?"
예전에 교수님이 제게 해주셨던 말씀 중에, "처음부터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라" 가 있었어요. 논문이나 챕터를 처음 읽을 때, 철학적으로 엄밀하게 따진다기보다는 마치 소설을 읽듯이 한 번 읽어야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렇게 한 번 읽고 난 후에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철학적으로 engage해야된다라는 것이 요지였어요 (물론 수업의 구조에 따라서 engage하는 시기가 다를 수 있겠습니다. 20쪽 논문을 읽어가야한다면 수업 전에 충분히 engage를 해가야겠지요. 반면 50-80쪽이라면 수업 이후라던가 텀페이퍼 작성 등을 할 때 engage를 시작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 11월 마지막 주에 읽어가야 할 텍스트가 총 몇 쪽 정도였나, 세어보니 대략 250페이지 전후더라고요. 일주일 안에 이걸 다 읽어가야 하나, 다 읽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크게 절망했는데, 진짜 절망할 만한 양이었네요...ㅎㅎㅎ...
사실 제 버릇 중 하나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이해하려고 또 완전히 익히려고 하는 건데, 앞으로는 그런 버릇을 좀 줄여봐야겠습니다. 읽어갈 수 있는 것은 미리 읽어가고, 다 못 읽더라도 최대한 요지는 파악해서 세미나에 참석해야겠네요 :) 답변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