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 입문서를 통해 얕게나마 과학적 실재론 논쟁에 대해 공부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과학적 실재론 논쟁 자체에 회의적인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과학적 실재론 논쟁이란 현대 과학에서 말하는 대상들(원자, 자기장, DNA 등)이 과연 실재한다고 믿을 만 한가를 논쟁하는 것으로 이해했는데요.
제가 가진 의문은, 과연 모든 과학적 대상에 보편에 대해 그것이 실재한다고 믿을 만 하다고, 혹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 적절한가입니다.
가령 세포와 같은 과학적 대상은, 비록 현미경으로만 관찰될 수 있고 직접 관찰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실재한다는 것을 지지하는 수많은 증거들이 있고 상대적으로 직접적으로 관찰되는 편이죠.
세포와 같은 과학적 대상들에 대해선 그것이 실재한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충분히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가령 암흑물질과 같은 과학적 대상은, 주류 과학계에서 그것이 실재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지만 그만큼 많은 과학자들이 그것의 존재를 의심하고 있고, 아직까지 증거가 부족한 편이죠.
암흑물질과 같은 과학적 대상들에 대해선 반실재론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제 생각엔 모든 과학적 대상들 일반에 대해 그것이 실재한다고 믿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모든 과학적 대상들 일반에 대해 그것이 실재한다고 믿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것 모두 적절하지 않아보입니다.
오히려 충분한 증거와 많은 신기한 예측을 내놓은 대상들은 실재한다고 믿고, 그렇지 않은 대상에 대해서는 구조주의적 관점 등 반실재론적 태도를 가지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떤 대상이 충분한 증거를 가지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철학자들이 논쟁할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과학적 대상의 실재에 대한 증거 혹은 그것의 실재를 반증할 증거를 찾는 것은 실제로 경험과학자들이 하고 있는 일이니까요.
제가 이 논쟁의 논점에 대해 잘못 이해해서 이런 생각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