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하신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이 종교에 대해 외부자적 관점을 취하고 있는지 내부자적 관점을 취하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1) 외부자적 관점을 취하는 연구들은 종교적 현상을 종교가 아닌 다른 요소로 환원하고자 합니다. "왜 고대인들은 종교적 실재에 목말라 했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두려움 때문이다."라면서 심리적 이유를 들거나, "생존을 위해서이다."라는 진화론적 이유를 드는 것이 이러한 방식의 연구에 해당합니다. 더욱 구체적인 사례로는,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 같은 인류학자들의 종교 연구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죠. "왜 유대교와 이슬람교에서는 돼지고기를 종교적으로 금지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돼지가 중동지역에서 기르기 적합하지 않은 동물이기 때문이다."라고 환경적 요인으로 대답하니까요.
(2) 내부자적 관점을 취하는 연구들은 종교적 현상을 설명한다는 명목으로 종교를 환원하려는 시도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그러한 환원적 연구들은 애초에 '종교'라는 영역이 지닌 고유성과 독특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부자적 관점에서는 "왜 고대인들은 종교적 실재에 목말라 했나요?"라는 질문에 대해 "인간이 애초에 호모 렐리기오수스(homo religiosus)이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합니다. 인간이 원래 종교적으로 생겨 먹었기 때문에 종교적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 뿐, 그 현상을 자꾸 다른 원인으로 설명하려 하지 말라는 것이죠.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엘리아데입니다. 애초에 '호모 렐리기오수스'라는 용어를 만든 것도 엘리아데죠. 그의 『종교형태론』(Patterns in Comparative Religion) 서문에는 환원주의에 대한 다음과 같은 아주 인상적이고 강력한 비판이 등장합니다. "현상을 만드는 것은 척도이다."라는 푸앵카레의 모토에 근거한 비판이죠.
MODERN science has restored a principle which was seriously endangered by some of the confusions of the nineteenth century : "It is the scale that makes the phenomenon." Henri Poincare queried with some irony whether "a naturalist who had studied elephants only under the microscope would think he knew enough about those animals ? " The microscope shows the structure and mechanism of the cells, a structure and mechanism which are the same in all multicellular organisms. But is that all there is to know ? At the microscopic level one cannot be certain. At the level of human eyesight, which does at least recognize the elephant as a phenomenon of zoology, all uncertainty departs. In the same way, a religious phenomenon will only be recognized as such if it is grasped at its own level, that is to say, if it is studied as something religious. To try to grasp the essence of such a phenomenon by means of physiology, psychology, sociology, economics, linguistics, art or any other study is false ; it misses the one unique and irreducible element in it-the element of the sacred. (Eliade, 1958: xi)
엘리아데와 같은 방식의 탐구를 '종교현상학'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제가 예전에 썼던 글을 참고하시면 어떨까 합니다.